125세 청년 김형석 교수와 뇌 건강


1920년 출생한 김형석교수는 100살이 훌쩍 넘었다. 그럼에도 강연을 하고 지적인 활동을 이어간다.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제시한다. 100살이 넘어도 마음과 뇌가 청춘 같으신 분이다.


신경해부학자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Santiago Ramon y Cajal, 1852~1934)은 “성인의 뇌에서는 뉴런이 죽어갈 뿐 새로 생성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190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오랫동안 뇌 신경세포는 성인이 되면 더는 생성되지 않는다는 이론이 정설이었다. 이 때문에 뇌 손상이나 퇴행성 신경질환은 회복할 수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성인도 해마에서 신경세포가 생성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2024년까지도 신경세포 형성의 명확한 증거인 신경 전구세포(neural progenitor cells)가 성인도 있는지, 그것이 분열하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1998년 미국 프레드 게이지(Fred Gage) 박사팀은 성인의 뇌에서도 세포분열이 일어나 뉴런이 새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의 논문은 2025년까지 5천이 넘는 인용을 기록했다. 성인의 뇌에서 신경생성이 일어난다는 건 해마, 정확히는 치상회(dentate gyrus)에서 줄기세포가 분화해 뉴런이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뇌에서 신경생성이 일어나는 부위가 기억과 학습에 관련된 해마였다. 즉 신경생성이 기억과 학습에 연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어진 연구에서 실제로 생활습관이 신경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만성적인 수면부족이 학습과 기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해마에서 신경생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것도 신경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또한 운동을 하면 신경생성이 활발해지고 생활이 다채로울 때 신경생성이 더 많이 일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결국 노력에 따라서 신경세포가 활발하게 재생되고 기억과 학습능력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결과이다. 결국은 죽음으로 신경세포는 소멸하지만 어느 정도 자유의지가 있는 셈이다.


2018년에는 엇갈린 실험결과가 나왔다. 십대 후반만 돼도 신경생성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였다. 게다가 영장류인 붉은 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했고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이들이 채택한 연구대상 인간이 심한 질병이 있어서 문제가 있어 연구에 오류가 있을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황당한 것은 같은 해에 성인도 신경생성이 일어나고 게다가 70대 노인에서도 그 정도에 별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건강하기만 하면 적어도 70대까지는 신경생성이 왕성하게 일어난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과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건 뉴런이 줄어서가 아니라 포도당과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뉴런이 경직된 결과이다.


과거의 연구는 신경생성(neurogenesis) 과정을 분석하면서 방법론적인 오류 때문에 중년 이후 뇌세포 생성 과정을 밝혀내는데 실패했다는 주장이 2019년 나왔다. 인간은 일생 동안 중년이 지나고 90세가 가까워져도 새로운 뇌세포가 생성되고 신경조직이 만들어진다는 주장이다.


2025년 성인 후반기까지 해마(hippocampus)에서 신경세포가 계속 생성된다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 성인의 뇌에서 줄기세포에서 미성숙 뉴런에 이르는 다양한 발달 단계의 신경세포들이 확인됐으며 이들 세포 중 다수는 분열 단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는 위치는 해마에서 기억 형성, 학습·인지적 유연성에 중요한 영역인 치아이랑(dentate gyrus)인 것으로 확인됐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u9575


인간과 생명은 자연선택으로 진화되어왔다. 나이 들어도 신경세포가 계속 발생하는 개체는 분명 생존번식에 유리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어느 정도 유추될 수 있다. 자연선택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선사했다고 말할 수 있다. 청년기가 지났다고 책과 지식에 손을 놓는다면 그는 100세가 넘은 김형석 교수보다 노인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수학을 잘하는 사람은 타고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