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기 어려운 ‘얼떨결에’ 창조된 우주
대칭성이 깨진다는 사실을 처음 이론적으로 규명한 것은 이론물리학자 고바야시 마코토(Makoto Kobayashi)와 마스카와 도시히데(Toshihide Maskawa)이다. 1973년 이들은 ‘CP대칭성이라는 게 있으려면 쿼크가 6개가 있어야 하고, 이에 따라 물질 반물질 대칭성이 깨질 수 있다.”라는 논문을 썼다. 6개는 당시 알려진 쿼크의 숫자보다 두 배나 많은 수였다.
벨(Belle) 실험은 1999년에 시작된 일본의 입자물리 실험으로 대칭성 파괴를 관측하려 한 실험이다. B중간자에서 CP대칭성 파괴가 관측된다면 고바야시와 마스카와의 모델이 옳다는 걸 증명하게 된다. 2001년 당초 예상한 결과가 나왔고 그 덕분에 두 사람은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2008년 연구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벨 실험그룹(Belle Collaboration)은 전하를 띤 B-중간자와 B+ 중간자의 CP 비대칭성과 전하를 띠지 않은 중성 B중간자와 반B중간자의 CP 비대칭성 정도가 크게 다르다고 발표했다.
2011년에는 반물질 헬륨원자핵 4를 포착하였다. 헬륨 원자핵인 알파입자의 반입자 ‘반 알파입자’를 발견한 것이다. 반양성자 2개, 반중성자 2개로 이루어진 원자핵이다. 이는 미국 뉴욕 주 롱아일랜드에 있는 중이온 충돌기에서 10년이 넘는 중이온 충돌 실험에서 검출된 것으로 총 18개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수조 분의 수조 분의 1초가량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을 정도이다. 이번 발견은 반물질이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반 알파입자는 당시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무거운 반물질이었다.
2017년 바리온(baryon. 중입자)에서 처음으로 대칭의 ‘깨짐’을 관측했다. 그러나 엄밀하게 확인된 것은 아니며 좀 더 엄밀하게 검증하여야 발견이라고 말할 수 있는 관측이었다. 바리온은 중입자라고 부르며 세 개의 쿼크로 이루어진 강입자이다. 대표적인 예로 양성자와 중성자가 있다.
2020년에 중성미자와 그 반입자인 반중성미자가 다르게 행동한다는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측정 결과가 나왔다. 중성미자가 반중성미자보다 더 자주 변했다(진동). 즉, 물질과 반물질의 차이가 감지된 것이다. 2020년 4월『네이처』표지에는 ‘거울이 깨졌다(The Mirror Crack’d)’라는 글이 실렸다. 거울이 깨졌다는 말은 똑같아야 하는 거울 속 영상이 이제 더 이상 원본과 똑같지 않다는 뜻이다.
드디어 2025년 ‘중입자(baryon)’ 실험을 통해 비대칭의 증거를 확인했다. CP 위반을 쿼크 3개가 결합한 중입자에서 처음으로 확인했다. 수십 년 전 ‘중간자(meson)’로 불리는 미세입자들에서 CP 위반이 실험으로 확인됐다. 중간자는 쿼크 2개가 결합한 입자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9119-3
그렇다고 자연이 대칭적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 우주에 물질이 있는 것은 대칭성의 미세한 균열(깨짐)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세한 비대칭성 때문에 우주와 생명이 탄생하고 이글을 쓰는 ‘나’도 존재하다는 것이다. 빅뱅 당시 물질이 반물질보다 10억분의 1만큼 더 많이 생긴 것으로 추정한다. 이 미미한 비대칭 때문에 물질이 남았고, 최종적으로 물질로 구성된 우주가 생겨났다. 그리고 ‘약간의 비대칭’ 때문에 남은 물질이 급팽창(인플레이션)을 하면서 우주가 형성됐다. 만물이 생겨난 근원은 근본적 불완전성에 있다는 것이다. 태초에 우주가 ‘얼떨결에’ 창조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