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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un 16. 2021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유전적·뇌 과학적 이유


이 글은 관련된 연구들을 요약해놓은 것이다. 아직은 정리하여 체계화시키지 못한 것이다. 향후 다시 정리할 것이다.



비만의 진화적인 기원



비만은 잘못된 생활습관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달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거나, 과식과 폭식을 하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거나, 군것질을 입에 달고 다니는 습관이 문제라고 말한다. 그럼 우리는 우리의 의지로 살을 빼고 날씬한 몸을 만들 수 있을까.


현대인들 중 많은 사람이 비만으로 고생한다. 배고파도 참아야 하고, 힘들어도 운동을 하여야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운동도 안하고 잘 먹어도 삐쩍 말랐다. 이런 사람들에게 비만한 사람이 안쓰럽다. 과체중과 비만인 사람의 다이어트는 대부분 실패한다. 요요현상으로 살이 점점 더 찌기도 한다. 제아무리 의지를 가지고 시도해도 쉽지 않다. 따라서 체중조절이나 과체중을 해소시키는 방법은 인간의 의지라는 ‘인문학적인’ 시도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인간은 분명 생명체이며 오랜 진화의 역사를 가진 생명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물학적인 배경을 잘 알아야 한다.


수백만 년 동안 우리 인류의 생활무대는 척박한 사바나 지대였다. 그곳에서 우리는 단 1칼로라도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척박한 생활을 한 탓에 영양분 과잉에 대한 방어기제를 구축하지 못했다. 음식을 과다하게 섭취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영양분 과잉은 어김없이 이어지는 궁핍한 시기에 대비해서 지방질을 비축하였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첫 번째 이유는 굶주림을 거부하는 우리의 식욕 본능이 너무도 강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조상은 늘 배고픔과 싸워야 했고, 뼛속 깊이 유전자 깊숙한 곳까지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유전적 요인은 체중의 약 80%를 결정짓는다. 따라서 80%를 극복하고 20%의 힘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것은 쉬울 수가 없다.


현대인의 대표적인 ‘질환’인 비만도 지능이 좋아지면서 나타난 후유증이다. 유전정보가 99%정도 같은 침팬지와 원숭이는 비만이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인간에게는 비만이 흔하다. 날씬한 사람도 다른 영장류보다 체지방이 훨씬 많다. 다른 영장류는 체지방이 9% 미만이지만, 건강한 사람도 14~31%로 높다. 흔히 칼로리가 높은 기름진 음식을 먹고 운동을 안 하는 생활습관이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유전적인 요인이 강하다. 지능이 좋아지면서 뇌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지방을 태우기보다는 쌓아두는 쪽으로 진화한 것이다. 침팬지 등은 갈색지방 조직이 많지만, 인간은 백색지방 조직이 많다. 백색지방은 주로 피하나 복부에 쌓인다. 사람은 체지방 비율, 특히 백색지방의 양이 많고 지방을 태우는 능력이 떨어져서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 지능진화가 비만을 가져온 것은 리 골드먼(Lee Goldman)의 책 제목처럼『진화의 배신』(2019년 번역출간)이다. 


물론 비만은 지능의 진화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지능의 진화가 상당한 정도로 인간의 비만에 영향을 준 것만은 확실하다. 생물뿐만 아니라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직면한 문제는 생존을 위협하는 굶주림 등이었다. 그래서 생명체는 굶주림에 대비해 먹을 것이 생길 때마다 필요 이상으로 먹어두거나 에너지를 비축하도록 진화되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몸은 20개 이상의 분자와 호르몬이 허기와 포만감 조절에 관여한다. 인간의 본능과 인체 조절장치는 과식을 해서라도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을 흡수하도록 되어있다.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의 체지방비율 평균은 6%다. 인간은 수렵채집인 남성은 평균 10%이고 여성은 20%로 영장류보다 훨씬 더 높다. 큰 뇌를 유지해야 하고 사냥같이 체력이 많이 소요되는 활동이나 굶주림에 대비하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게 진화한 결과다. 여성은 수유 등 육아 때문에 추가로 더 필요하다. 먹을 게 넘치고 몸을 쓸 일이 없는 현대인 대다수는 체지방의 비율이 더 높다. 


살이 찌면 다이어트 하겠다고 결심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정신없이 탐식을 한다. 초기 인류가 수렵 채집 시절이나 음식이 부족을 겪으면 ‘무조건’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것이 유전자나 뇌에 새겨져 진화돼 왔기 때문이다. 뇌에는 음식에 대한 충동성에 관여하는 회로가 있다. 멜라닌응집호르몬(Melanin-Concentrating Hormone, MCH)의 양은 음식에 대한 충동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이 호르몬을 생산해 내는 시상하부의 뇌세포와 회로를 활성화시키면 음식에 대한 충동이 증가했다.



살찌는 체질과 살찌지 않는 체질의 유전자



체중과 체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는 150개 정도가 있다. 얼마나 배고픔을 느낄지 지시하는 유전자, 쾌락회로에 관여하는 유전자, 뇌가 몸속의 필수 영양분 수준을 감지하여 영양분이 너무 부족하면 더 먹으라고 지시를 내리는 것과 관련된 유전자 등이 있다. 배고픔을 느낄지 지시하는 유전자는 언제 먹어야 하고, 언제 배가 부른지를 알려주는 신호를 뇌로 보내는, 위에 있는 수용 체(receptor)의 민감도를 조절한다. 쾌락회로 유전자와 관련하여 어떤 사람은 그냥 뇌의 보상경로를 자극하려면 더 많은 칼로리가 필요하다. 이들의 수용 체는 민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더 많이 먹어야 한다. 그래서 남들이 파이를 하나 먹을 때 두 개를 먹어야 기분이 좋아진다.


대표적인 비만관련 유전자는 16번 염색체에 위치한 유전자(Fat mass and obesity-associated protein, FTO)이다. 이 유전자(Fat Mass and Obesity-associated Protein)은 전 세계 인구 중 절반이 가지고 있다. 이 유전자는 비만확률을 25% 높인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비만이 될 확률이 30% 더 높고 심혈관 질환과 뇌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도 2배 가까이 증가한다. 이 유전자는 지방을 저장하는 유전자이다. 과거 배고픔을 늘 겪었던 인류를 살아남게 했던 유전자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과거 생존을 위해서는 음식을 지방으로 저장하는 능력이 이 유전자로 남은 것이다. 하지만 식량이 풍부해지고 교통까지 발달하면서 예전보다 더 먹고 덜 움직이게 되자 이 유전자는 비만 유전자로 전락했다. 유전자도 시대를 잘 타고나야 한다. 다행이도 이 유전자에 변이가 있어도 잘 관리하는 사람은 변이가 없지만 관리 못하는 그룹보다 오히려 더 날씬한 체형을 유지한다. 그러나 잘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겪어본 사람만 안다. 이 밖에도 식탐을 계속 불러일으키는 유전자(MC4R),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보상 작용으로 계속 먹게 만드는 유전자(BDNF),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유전자(렙틴), 밤늦게까지 안 자게 하면서 음식을 먹게 만드는 유전자(Clock) 등이 있다. 이들은 뇌하수체의 시상하부에 식욕이라는 신호 전달 체계를 지나치게 자극해 불필요한 음식을 더 먹게 만드는 유전자들이다. 식탐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사람의 다이어트는 실패로 끝난다. 다이어트보다는 식탐을 억제하는 약물을 사용하거나 열량은 낮지만 포만감을 불러일으키는 음식으로 식탐을 달래는 것이 필요하다.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쉽게 느끼게 하는 유전자(BDNF)에 변이가 있는 경우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먹는 것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소아 비만의 주범이기도 하다. 이 경우 굶게 해서 더 우울해지는 것보다는 근본 원인인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치료하고 관리하며, 가능한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식욕까지 떨어뜨리는 세로토닌 계통의 약물이나 영양제가 도움이 될 것이다. 


음식에 들어있는 지방은 에너지를 만드는 데 쓰인다. 남는 지방은 몸에 저장한다. 여분의 지방산을 여러 조직으로 옮기는 건 혈액이 담당한다. 어느 정도 저장할지는 우리 몸의 복잡한 메커니즘에 따른다. 2020년 지방의 체내 저장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지방 세포의 지방산 흡입을 조절하는 분자 경로를 이 단백질이 제어한다. 비만한 사람은 이 경로가 바뀐다. 살찌는 체질이 있다는 걸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생쥐의 갈색지방조직에서 EHD2(Eps15-homology domain containing protein 2)라는 단백질이 이런 작용을 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 단백질은 막 단백질(membrane protein)로 근육이나 지방세포에서 많이 발견된다. 세포 피막(cell envelope, 세포와 세포 외부의 경계를 이루는 막)이 안으로 접힐 때 그 표면에는 플라스크(flask)와 모양이 비슷한 소낭(caveola)이 형성된다. 이런 소낭 가운데 일부는 지방산 같은 이물질을 세포 안으로 옮기는 흡수(endocytosis)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 단백질이 소낭의 지방산 운반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단백질이 부족한 세포에서는 지방산의 세포 내 운반이 증가했고, 지방산이 쌓여 형성하는 지질 방울도 더 많이 관찰됐다. 또한 체질량 지수(BMI) 25 이상의 과체중인 사람은 날씬한 사람보다 이 단백질을 적게 생성한다는 것도 확인됐다.


밥을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많이 먹으면서 거의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 중에서도 날씬한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이 많다. 억울하게도 잘 먹지도 못하는데 살이 찌는 사람도 많다. 이유는 누구나 예상하듯이 유전 때문이다. 유전적 구조(Genetic architecture)가 다르기 때문이다. 부모를 잘 만난 것이다. 비만 가능성을 높이는 유전적 구조의 변이가 저체중인 사람에게서는 매우 낮은 것이다. 저체중인 사람은 약 75%가 유전적인 영향을 받았다. 1만4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유전 정보를 분석해 비교해 본 결과이니 신뢰할 수 있다. 또한 체중 증가 유발 유전자(Melanocortin 4 receptor. MC4R)에 결함이 있는 사람은 마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고지방 식사의 양이 2배 이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본능적으로 고지방 음식을 먹는 이 유전자의 발현 비율은 0.1%이다.


‘미토콘드리아 칼슘 단일 운반체(Mitochondrial Ca2+ Uniporter, MCU)’라는 것은 지방과 당분을 에너지로 바꾸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 운반체가 에너지를 운반하는 속도는 많은 대사질환과 관련된다. 너무 느리면 살이 찌고, 너무 빠르면 영양실조가 생겨, 건강을 유지하려면 적정속도가 필요하다. 2020년 이 운반체의 에너지 운반 속도를 제어하는 미토콘드리아 단백질(MICU1)이 발견되었다. 이 단백질이 어떤지에 따라 비만여부가 결정된다. 물론 이 단백질을 활용하면 비만치료도 가능하다. 아직은 연구단계일 뿐이지만 기대해 본다.


운동도 안하고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고 살면서도 날씬하고 건강한 사람이 있다. 그것은 선천적인 유전자의 특징 때문일 것임은 자연스런 추정이다. 실제로 그런 유전자가 2020년 발견되었다. 2000년부터 에스토니아에 거주하는 20~44세 4만 7102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마른 사람에게서만 나타나는 유전자(Anaplastic Lymphoma Kinase, AKL)를 확인했다. 쥐와 파리 등을 대상으로 고열량의 음식을 먹게 하였더니 정상 쥐는 비만이 됐지만 이 유전자를 제거한 쥐는 마른 상태를 유지했다. 또 체질량지수(BMI)가 18 미만인 깡마른 사람은 이 유전자가 변이 됐거나 비활성화 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유전자 특징을 가진 사람은 전체 조사 대상 중 1%에 불과했다. 우리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 유전자의 활동을 정지시킬 수 있다면 비만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극도 비만증 환자들의 시상하부에서 식욕과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어떤 특정 희귀 유전자들이 알려져 있다. 프래더윌리 증후군은 그런 유전자 변형에 기인한 비만증의 한 형태이다. 이 질환에 걸린 환자들 가운데에는 몸에 살이 올라서 늘러진 뱃살이 생식기를 가리는 바람에 남성 환자인지 여성 환자인지 도무지 가늠이 가지 않는 경우들도 있다. 시상하부는 지방조직에서 생산되는 호르몬 렙틴의 양을 측정함으로써 우리의 몸이 얼마나 지방질을 비축하는지 인지한다. 그런데 렙틴 유전자나 렙틴 수용체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되면, 시상하부는 지방 조직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서 끊임없이 먹도록 자극한다. 그 결과 치명적인 형태의 비만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방의 축적을 촉진하는 단백질 작동 원리가 2019년 규명되었다. 특정 단백질(Tonicity-responsive enhancer binding protein, TonEBP)이 백색 지방세포의 에너지 소비와 지방 분해를 감소 시켜 비만과 당뇨병을 촉진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 단백질을 감소시킨 쥐는 에너지 소비가 활성화돼 지방세포 크기가 감소하고, 지방간, 인슐린 저항성 등 대사질환이 개선되었다. 지방을 축적하는 백색 지방세포에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갈색 지방세포 특징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이 단백질이 백색 지방세포 안에서 특정수용 체(β3 adrenergic receptor)의 발현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이 수용체는 백색 지방세포 안에서 갈색 지방세포 역할을 하는 ‘베이지 지방세포’를 활성화한다. 베이지 지방세포는 백색 지방세포 조직 내부에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는데, 특정 단백질(Tonicity-responsive enhancer binding protein, TonEBP)을 줄이면 그 활성도가 높아진다. 비만, 당뇨병 등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약물을 개발하는데 새로운 방향이 제시되었다.



살찌는 체질과 살찌지 않는 체질의 뇌 호르몬



인간의 몸에는 배가 부르면 음식섭취를 자제하는 메커니즘이 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음식을 섭취하면 섭식 행동을 억제하는 신경 전달체계가 작동한다. 동물의 몸에는 배가 부른 상태를 물리적으로 감지하는 센서와, 영양분의 농도를 화학적으로 감지하는 센서가 각각 존재한다. 이들 센서는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면서 과식 억제 기능을 수행한다. 초파리 실험을 통해 이러한 신경 전달체계가 확인되었다. 물리적 감지는 초파리의 위에 해당하는 내장 부위에 뻗어 있는 신경가지에서 이루어진다. 이 신경가지는 음식물 섭취로 인한 위의 물리적 팽창 신호를, 압력을 감지하는 채널(Piezo)을 통해 인지한다. 화학적 감지는 초파리의 척수에 해당하는 복부 신경중추에 있는 신경세포(Hugin)가 맡는다. 이 신경세포는 체내 영양분의 농도가 높을 때 이를 감지해 뇌에 전달한다. 이렇게 감지된 포만감이 전달되는 곳은 또 다른 신경세포(DH44)이다. 이 신경세포는 뇌에서 영양분을 감지하고 섭식 행동을 유발하는 신경세포다. 이 신경세포는 음식 선택 행동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영양 가치가 있는 탄수화물에 대한 섭식 행동을 증가시킨다. 즉 이 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키면 초파리의 식사량을 증가시키며, 억제하면 과잉 섭식 행동이 방지된다. 이러한 과식 억제 시스템은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면 식이장애 및 비만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https://www.cell.com/neuron/fulltext/S0896-6273(21)00324-X?_returnURL=https%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089662732100324X%3Fshowall%3Dtrue#articleInformation


비만은 인간의 뇌 구조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타고난 뇌 구조로 인해 체중조절이 어려워 비만이 되기 쉬울 수 있으며, 비만은 또한 뇌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체지방률이 높은 사람일수록 뇌의 회백 질 부피가 작다. 회백 질 중에서도 음식에 대한 보상회로와 운동을 담당하는 영역이 비교적 작아 식욕을 조절하기가 어려워 비만해지기 쉽다. 1만2천 명을 대상으로 관찰한 연구결과로 신뢰성이 높다. 회백 질은 뇌의 중심부에 있는 부분으로 신경세포인 뉴런이 많다. 회백 질이 작으면 신경세포를 일부 잃었거나 백질의 부피가 증가했다는 뜻으로 그만큼 뇌의 신호전달 효율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비만은 또한 비정상적인 염증반응이 늘어나서 뇌 조직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특히 복부지방 또는 내장지방이 염증의 주요한 원인이다.


일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식탐은 호르몬으로 인한 것이지 자신의 뜻이 아니다. 배고프지 않아도 음식을 찾게 만드는 호르몬(Ghrelin)이 있는 것이다. 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 호르몬은 식욕을 돋우게 하여 과식을 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 호르몬은 뇌에서 코카인에 의해 활성화되는 부위에서 발견된다. 이것이 과식을 야기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결국 ‘식탐’ 문제는 인간의 의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간의 성욕이 마음대로 억제할 수 없듯이 식욕도 인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뇌에서 멜라닌 세포 자극 호르몬(α-MSH)을 더 이상 생성하지 못하게 하거나 이 호르몬의 전달물질을 더 이상 수용하지 못하게 하는 돌연변이도 발견되었다. 이 물질은 머리카락의 색소 형성 및 식욕 제어를 담당한다. 그러므로 이 체계의 돌연변이는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들의 극도 비만증을 초래한다. 비만에 걸린 사람들의 4~6%는 이 호르몬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진다. 또한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 수용 체의 돌연변이도 비만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갑상선 호르몬이나 성장호르몬 또는 성 호르몬의 결핍 및 부신 호르몬 코르티솔의 과잉 같은 호르몬 장애도 비만증을 야기할 수 있다.


렙틴(leptin)은 음식을 먹는 것을 조절하는 주요 인자다. 식욕과 배고픔, 물질대사, 행동을 포함한 에너지 섭취, 소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1950년대 미국 잭슨연구소는 고도 비만인 돌연변이 생쥐를 연구했다. 식욕을 주체하지 못해 고도비만이 된 이 생쥐를 뚱보(obese)라 하여 ‘ob생쥐’라고 불렀다. 이 형질은 열성으로 유전됐기 때문에 과학자는 식욕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고장 났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이 유전자를 찾기 시작했다. 1994년 더글러스 콜먼 교수(Douglas L. Coleman (1931~2014)와 제프리 프리드먼 교수(Jeffrey M. Friedman, 1954~)는 고도비만 생쥐에게서 ‘ob’라는 유전자(‘뚱뚱한’을 의미하는 obese에 기원해 ob유전자로 이름을 지음)에 돌연변이가 있음을 발견하고 ob 유전자가 지방세포에서 만드는 단백질을 렙틴이라고 불렀다. ‘얇음’을 뜻하는 그리스어 ‘렙토스’에서 유래하였다. ob 유전자는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쥐에게 렙틴을 투여하면 먹는 양이 줄어들고 정상 체중으로 돌아온다. 생쥐가 음식을 먹으면 지방세포가 렙틴을 분비하고 렙틴이 혈관을 타고 뇌로 들어가 식욕중추인 시상하부에 도달해 수용체에 달라붙으면 식욕이 떨어져 그만 먹게 된다. 렙틴의 등장은 비만을 의지의 문제에서 호르몬과 생리의 문제로 전환시켰다. 그 뒤 식욕에 관여하는 여러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발견됐다. 다이어트 시장을 노리고 미국 생명공학회사가 2000만 달러를 지불하고 독점사용권을 얻었지만 이어진 임상에서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인간의 경우 비만인 사람에게 렙틴을 투여해도 대부분 효과가 미미하다. 비만한 사람은 오히려 렙틴이 증가돼 있다. 이것을 ‘렙틴 저항성’이라 부르는데 렙틴이 결합하는 수용체에 변화가 생기거나 세포 내 렙틴 신호전달체계의 문제가 발생해 일어난다. 이것을 고치려면 가공식품을 피하고 식이섬유를 많이 먹으면서 운동량을 늘리고 잠을 충분히 자야하고,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 한다.


반대로 먹는 것을 기피하는 ‘신경성 식욕부진’이라는 질병도 있다. 이 병이 있는 사람은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ghrelin) 양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그렐린 저항성’ 가설이 제기되었다. 이 호르몬은 위에서 분비되며 공복 호르몬(hunger hormone)이라고도 한다. 렙틴과 그렐린은 둘 다 뇌 시상하부의 ‘궁상핵’이라는 부위에 작용하며 식욕증진세포는 그렐린에 의해 활성화되고 식욕억제세포는 렙틴에 의해 활성화된다. 궁상핵의 뉴런들은 최종적으로 뇌실곁핵(paraventricular nucleus)에 있는 식용증진 ‘Y1 수용체’나 식욕억제 ‘MC4 수용체’에 신호를 보내 식욕을 조절하게 된다. 2017년 스타브로울라 코우스테니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팀은 뼈를 만드는 세포인 조골모세포가 분비하는 ‘리포칼린(Lipocalin) 2’가 뇌실곁핵의 MC4 수용체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생쥐가 굶으면 혈액 내 리포칼린2 수치가 떨어진다. 그러다 먹이를 먹으면 수치가 늘어나고 섭식 활동을 줄인다. 생쥐에게 리포칼린2를 주사하면 덜 먹고 무게도 준다. 아동비만의 5%, 성인비만의 0.5~2.5%가 MC4R 유전자의 변이형과 관련돼 있다. 즉 리포칼린2의 식욕억제신호를 제대로 받지 못해 과식한 결과 비만으로 이어진 사람이 꽤 된다는 말이다. 2017년에 텍사스 사우스웨스턴대학 셔러 교수팀은 음식을 먹으면 렙틴이 증가하고 금식하면 유리딘(뉴클레오시드의 일종으로 RNA의 구성성분의 하나)이 증가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혈중 유리딘(uridine)이 증가하면 체온과 산소 사용량을 낮춰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렙틴의 분비를 억제해 식욕이 늘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영양을 섭취하면 혈중 우리딘 수치가 내려가고 체온이 회복된다. 렙틴은 식욕을 억제할 뿐 아니라 우리딘의 작용도 억제한다. 지방세포는 배고플 때는 우리딘을 배부를 때는 렙틴을 분비해 항상성을 맞춘다. 비만인 사람은 체온조절에 이상이 발생하는데 렙틴과 우리딘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즉 많이 먹어도 우리딘의 수치가 빨리 떨어지지 않으면 대사율이 올라가지 않아 체온이 빨리 회복이 되지 않고 그만큼 에너지를 덜 쓰게 돼 비만으로 이어진다. 몸이 찬 사람은 살찔 가능성이 높다(서울신문, 2018.4.24. 김태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동아사이언스 2017.3.21. 강석기, 편집).


뇌에는 식욕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뇌에서 배고픔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특정한 수용 체(Melanocortin Receptor 4. MC 4 수용 체)이다. 수용 체는 호르몬이나 항원 같은 것과 반응하는 물질이다. 식욕을 조절하는 기능에 유전적 결함이 생긴 사람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항상 배가 고프다. 이 수용 체는 시상하부의 특정 신경세포(cluster of neurons) 안에 있다. 평소에 활성 상태에 있는 이 수용 체는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내보낸다. 평상시에는 포만감을 느끼는 것이 몸의 기본 상태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수용 체의 활성이 떨어지면 시상하부의 신경세포가 ‘공복’ 호르몬을 분비하고, 이 수용체도 활성이 떨어지면 배가 고픔을 느낀다. 밥을 먹으면 ‘포만’ 호르몬으로 수용 체가 활성화되어 포만감을 느끼는 기본 상태로 복귀한다. 그러나 이 수용 체의 활성화를 막는 단 하나의 돌연변이가 생기면 늘 공복감을 느끼게 된다. 칼슘은 음식 섭취 후 뇌가 포만감을 느끼게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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