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수면성향
성인 43만3천268명(38~73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6.5년 간 진행된 분석한 결과, 이들 중 확실한 저녁 형은 9%, 확실한 아침 형은 27%였다. 나머지는 어중간한 저녁 형 28%이거나 어중간한 아침 형 35%이었다.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하였다. 조사 대상의 약 1/3이 아침 형, 9%는 저녁 형, 그리고 나머지는 중간형이었다. 평균적으로 오후 11시에 잠자리에 들어 오전 6시에 일어났다.
21세기 초 사람들의 평균 수면은 6.8시간으로 하루 평균 8시간 수면이 기준이었던 1942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 48개국이 참여한 수면 주기 연구에 따르면 하루 평균 8시간 수면하는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 최소의 수면 7시간이라는 기준을 충족하는 국가는 있다. 뉴질랜드, 네덜란드, 핀란드, 영국, 아일랜드 등이 7시간대이다. 최저 수면 시간을 유지하는 국가로는 일본 5시간 59분이고 사우디아라비아, 스웨덴, 인도, 필리핀 등이 6시간대이다. 연구에 의하면 수면이 부족하기 때문에 피곤할 가능성이 크고 할 수 있는 업무에 한계가 생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인구의 16.6%가 불면증과 중증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거주하는 50세 이상 여성 2만 4,434명과 남성 1만 9,501명을 대상으로 수면 질을 연구한 결과가 있다. 그 결과 우울증과 불안, 수면 문제 같은 심리적 질병 간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수면 장애와 사회 지정학적 요인, 삶의 질, 신체 건강, 정신 질환 간에도 연관성이 있었다. 예상보다 개발도상국가의 수면 상태가 상당히 심각하였다.
수면스타일과 건강과 정신질병 관련성
건강 면에서는 저녁 형 인간이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비만과 우울증 등의 발병률이 높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수면부족이 건강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밤늦게 자고 아침 늦게 일어나는 저녁 형 인간이 아침 형 인간보다 수명이 짧을 수 있다. 또한 저녁 형은 아침 형보다 심리장애(psychological disorder) 위험 2배, 당뇨병 발생률이 30%, 신경장애 환자 25%, 위장장애 환자 23%, 호흡기 장애 환자는 22% 많았다. 저녁 형 인간의 경우 24시간 생체시계가 실제 외부 환경과 일치하지 않은데서 오는 부작용인 것으로 추정된다. 불면증과 정신 질환 간의 연관성은 양방향성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성인의 90%는 수면 장애를 겪고 있으며 불면증을 앓는 성인의 50%는 정신 질환이 있다. 불면증과 정신 질환이 같이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정신 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수면 문제를 치료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저녁 형 인간은 아침 형 인간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2배 정도 높다. 이러한 연구들은 표본 크기가 작거나 단일 시점의 설문조사에 의존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수면 시간과 기분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아 혼란스러운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았다. 2021년 수십만 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나왔다. 이에 의하면 새벽 1시에 잠자리에 드는 사람이 자정에 잠자리에 들어서 동일한 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면 우울증 위험이 23% 낮아졌다. 밤 11시에 잠자리에 들 경우 그 위험성이 약 40%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아침 형이 더 일찍 자고 더 일찍 일어날 경우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는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잠자리에 들어가는 시간이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효과는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설명한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은 낮에 더 많은 햇볕에 노출됨으로써 기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른 생체리듬을 갖는 것 자체가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다. 현대는 아침 형에 맞게 움직이며 저녁 형은 사회적 시계와 갈등을 느낀다.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psychiatry/article-abstract/2780428
수면 생체리듬의 유전성과 조절방향
잠을 자다가 너무 일찍 깨거나 너무 자주 깨어나는 것을 불면증이라고 한다. 열 명 중의 한 명이 불면증이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7억 명이 넘는 사람이 불면증에 시달린다. 스트레스, 수면 습관, 우울증, 심혈관질환, 기타 생리장애 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또한 불면증을 유발하는 뇌 영역과 뇌세포 유형 등이 확인되었다. 뇌세포로부터 불면증을 유발하는 변종 DNA가 확인되었고, 이 DNA가 포함된 유전자 956개를 골라냈다. 이들 유전자 중의 일부가 신경세포(neurons)를 구성하고 있는 축삭돌기(axons) 기능에 불면증과 관련하여 영향을 미친다. 축삭돌기는 신경세포 안에 있는 긴 통로로 신경세포의 각 부위 사이의 정보소통을 담당한다. 또 다른 유전자들은 뇌의 전두엽(frontal cortex)과 하부 피질핵(subcortical nuclei)을 구성하고 있는 특정 세포 유형에 영향을 미친다. 불면증 역시 다른 신경 질환과 마찬가지로 유전자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연구는 백만 명이 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이다. ‘MEIS1’ 염색체는 불면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특징은 유전자와도 관련이 있다. PER(Period) 3라는 유전자가 아침 형과 저녁 형의 차이를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아침 형 인간은 이 유전자가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초파리의 유전자 중 0.5% 정도가 수면에 관여한다는 연구도 있다. 2019년의 연구에 의하면 300개 이상의 유전적 요인이 잠을 자고 깨는 시간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아침 형이나 저녁 형은 완전히 타고난 것은 아니다. 식단이나 빛에 대한 노출을 포함한 라이프 스타일이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수면시간을 앞당기려면 낮에는 가급적 주변을 밝게 하고 밤에는 어두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권장된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수면 패턴을 바꿀 경우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선천적 성향이나 생활환경을 따르면서 본인에게 효과가 좋은 습관을 따르는 것이 좋다. 청소년이나 대학생 등 젊은 사람은 올빼미 형이 많을 수밖에 없고 나이가 들면서 50대 이후부터 아침 형 경향이 우세하다고 알려져 있다. 개인의 고유한 생체리듬이나 연령대별 특성에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