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로 보는 집단이기주의와 가족이기주의
꿀벌은 각자 역할을 분담하며 집단생활을 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동물이다. 수천 마리가 조직적으로 움직여 꿀벌집단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 같다.
꿀벌이 하는 섭식교환(trophallaxis)은 서로 입을 통해 영양분과 신호 전달 기능을 가진 액체를 나누는 것을 말한다. 일부 꿀벌은 동료들과 활발히 먹이를 나누는 반면 일부는 그렇지 않다. 2025년 연구에 의하면 꿀벌은 섭식교환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 18개가 있다. 다른 꿀벌과 더 자주 상호작용하는 개체일수록 뇌에서 900개 이상의 유전자가 더 활발히 발현된다. 사회적 교류가 적은 꿀벌은 특정 단백질(neuroligin-2)과 수용체(NMDA 수용체2, nmdar2) 유전자와 관련된 변이가 두드러졌다. 이것들은 사람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관련된 유전자와 매우 유사한 서열을 갖고 있다. 사회성이 종을 초월하여 공통된 분자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사회성이 각 종이 독립적으로 진화시킨 행동이 아니라 진화과정에서 연결되었음을 의미한다. 인간과 꿀벌은 수억 년 이상 전에 갈라졌지만 사교성 관련 유전체적 특징은 각각의 진화과정에서 보존돼 온 것이다.
https://journals.plos.org/plosbiology/article?id=10.1371/journal.pbio.3003367
꿀벌의 행동 양식은 유전자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꿀벌 사회가 선천적인 유전자에 의하여 만들어졌다. 하지만 인간과 유사하게 꿀벌의 집단행동은 사회적 학습으로도 형성된다. 꿀벌은 동료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 꿀벌의 초기 역할은 유전자에 따라 결정되지만 환경에 따라 적응하며 행동이 바뀌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꿀벌의 행동이 유전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
사회적 곤충인 꿀벌은 인간의 사회성 관련 유전자와 유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사회성도 진화과정에서 물려받았으며 유전적이라는 의미이다. 사회성 유전자가 없다면 사회를 유지하고 살지 못한다. 유전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성은 학습을 통하여도 강화된다. 사회성은 유전적이지만 학습을 통하여도 형성된다. 그것은 모든 동물계에 공통적이다. 종마다 차이만 있을 뿐이다.
사회성 동물인 개미와 꿀벌 같은 종은 개체마다 사교성에 차이가 있다. 동물도 개성이 있다는 뜻이다. 어떤 개체는 군집 내에서 매우 활발하게 어울리지만 어떤 개체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적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차이는 그 때마다 다른 기분, 사회적 지위, 과거의 경험, 유전적 요인 등인에 의해 나타난다. 이러한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생명다양성이다. 인간사회의 용어로 인간다양성이자 ‘개성’ 인정이다. 우리 사회는 다양성이 떨어지고 개인을 인정하지 않는 성격이 강하다.
다양성이 떨어지면서 동시에 집단이기주의가 강하다. 인간은 다양한 크기의 집단을 이루어 역할을 분담하며 사회생활을 한다. 소속감을 느끼는 집단을 ‘내’ 집단(in-group)이라고 한다. 내집단의 크기는 사회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가족이 가장 강한 내집단이다. 쉬운 말로 가족이기주의가 작렬한다. 선진사회일수록 내집단이 큰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