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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여자보다 수명이 짧은 유전적 요인

남자가 여자보다 수명이 짧은 유전적 요인


여성이 남성보다 수명이 길다. 인간만이 아니다.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이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2025년 연구에 의하면 전 세계 동물원 528종 포유류와 648종 조류의 수명을 조사한 결과, 인간뿐만 아니라 72%의 포유류와 68%의 조류의 경우에도 여성의 수명이 남성보다 길다. 조류, 곤충, 파충류의 경우, 오히려 수컷이 암컷보다 더 오래 사는 종도 있어 생물학적 수명 차이는 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가 수명 격차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염색체도 관련이 있다. 여성은 X염색체가 두 개 있어서 둘 중 수명 연장에 유리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반면에 남자는 X염색체가 하나뿐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수명이 짧다는 주장이다.


2022년 연구에 의하면 Y염색체가 남자의 수명을 감소시키는 직접적인 증거도 있다.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보면 남자가 여자보다 수명이 짧은 이유는 Y염색체에 있다. 사람의 경우도 비슷하다. 영국인 남자 1만5000명 이상을 분석한 결과 백혈구의 40%에서 Y염색체 상실이 발생한 남성은 Y염색체가 더 풍부한 남성보다 순환계 질환으로 7년 내 사망할 확률이 31%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보다 생물학적으로도 더 빨리 늙는 셈이다.


2025년 남성과 여성의 수명 차이를 ‘이형접합성 성(heterogametic sex)’ 이론으로 설명하는 연구가 나왔다. 남성은 X와 Y 염색체를 하나씩 가지는 이형접합성 성인 반면 여성은 X 염색체 두 개를 가진 동형적합성 성이다. 이 때문에 남성은 유전적 결함이나 질병에 더 취약하며, 결과적으로 평균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다. 여성은 두 개의 X염색체를 보유하고 있어, 하나의 염색체에 돌연변이가 나타나더라도 다른 하나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반면 남성은 X염색체가 하나뿐이라서 유해 돌연변이에 노출되는 경우 방어할 수 없다. 물론 진화 과정에서 비롯된 다른 요인들도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y8433


남자는 나이가 들면서 Y염색체도 잃기 시작한다. 이를 Y염색체 모자이크 손실(mosaic loss of the Y chromosome)이라고 부른다. Y염색체 손실은 1960년대 처음 발견되었다. 세포가 복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서로 다른 유전형이 몸에 섞이게 되는 것을 모자이크 현상(mosaicism)이라고 부른다. 이런 현상은 나이가 들수록 많아지고 Y염색체가 더 이상 복제되지 않는 현상까지 벌어진다. Y염색체는 X염색체의 10분의 1도 안 되는 71개의 유전자만 갖고 있다. 유전자 자체가 작기 때문에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모자이크 현상이 축적되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사라져버린다.


70세 남성의 약 40%, 93세의 57%가 일부 백혈구에서 Y염색체가 없어진다. Y염색체가 줄면 심장질환과 퇴행성 신경질환, 암에 걸리기 쉽다. 남자가 수명이 짧고 암 발생률도 높은 것은 남성에게만 있는 성염색체인 Y염색체 때문이라는 연구가 있다. 70~80대 노인 1153명에게서 채취한 DNA를 분석한 결과 세포에 Y염색체 소실이 심하면 암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암과 방광암도 남성에게 더 큰 피해를 주는 것도 Y염색체 때문이다. 실험에 의하면 남성의 암세포를 생쥐에 이식했더니 Y염색체가 감소한 쪽이 더 위험했다. 생쥐의 경우 Y염색체 유전자가 암세포 간 연결을 풀어 암이 다른 조직으로 퍼지는 것을 돕는다. 이 유전자가 제거되면 암세포의 전이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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