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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 여우원숭이는 왜 종이 다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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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분화가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대해 아직 명확한 답은 없다. 새로 생긴 변이가 자연선택을 통해 빠르게 높은 빈도로 증가하는 현상은 집단들 사이에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하지만 이것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자체가 매우 희귀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집단들이 서로 갈라진 다음 일부가 새로운 환경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선택압력에 직면하였을 때, 기존 환경에서는 별다른 기능을 하지 않던 변이가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어 자연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지리적으로 멀어져 서로 교배하지 않게 되고 각 집단이 서로 다른 돌연변이를 축적해가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다. 집단에 따라 서로 다른 자연선택이나 성 선택이 일어날 수도 있다.


발산 진화(divergent evolution)는 종 내에서 밀접하게 관련된 개체군이 다른 환경에 적응하면서 차이가 축적되어 종 분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발산 적응(divergent adaptation)은 한 종이 다른 환경에서 살면서 다르게 ‘분기’ 진화한 것을 말한다. 미국 하와이에 사는 예쁜 꼬마선충과 영국에 서식하는 선충은 유전자의 15%인 3000개가 다르다. 지역적으로 분리되어 사는 생명체의 종이 분리되는 것을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반면 평행 적응(parallel adaptation)은 멀리 떨어졌지만 비슷한 환경에서 살다가 다른 종이 됐지만 모습이 비슷해진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종 분화에 대해 지배적인 이론은 발산 적응이었다. 보통 새로운 종이 탄생하는 종의 분리는 하나의 종이 지역적으로 분리되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면서 발생한다. 다윈이『종의 기원』에서 예로 든 갈라파고스 섬의 핀치 새가 대표적인 예다. 핀치 새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섬들에서 각자 따로 진화했다. 곤충이 많은 섬에서는 핀치 부리가 가늘고 뾰족해졌지만, 씨앗을 주로 먹은 핀치는 부리가 짧고 단단하게 바뀌었다. 같은 조상에서 진화했지만 현재 모습은 딴판이 된 것이다.


적응방산(adaptive radiation)은 하나의 종이 새로운 환경에 진입한 후 빈 생태를 빠르게 채우며 폭발적으로 종이 분화하는 현상이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다윈 핀치 새나 빅토리아 호수의 시클리드(Cichlid)가 대표적이다. 이런 적응방산은 초기에 종 분화가 급증했다가 생태적 지위가 채워지면서 점차 감소하는 패턴을 보인다.


서로 다른 종이 만나 성적 교류를 하면 종의 경계가 흐려지고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것이 진화생물학의 통념이다. 희귀종인 경우 유전자 풀이 ‘오염’되고, 교잡종의 낮은 적응도가 개체군 쇠퇴를 가속화할 수 있다. 하지만 마다가스카르의 여우원숭이는 달랐다.


여우원숭이는 마다가스카르 정착 직후인 3390만~5760만 년 전에 형태적 다양화가 빠르게 일어났다. 종 분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그 후였다. 약 1천만 년 전 마다가스카르의 산악 지형이 현재 높이에 도달하면서 격리되기 시작했다. 이어 마이오세(Miocene, 약 2303~533만 3천 년 전) 말기 지구에 초원과 사바나가 확장되면서 마다가스카르의 숲도 줄고 분리되었다. 더욱 격리됐지만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아 간헐적인 교잡이 일어났다. 교잡을 한 여우원숭이 종 분화비율은 그렇지 않은 종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종 분화비율은 지금도 증가한다. 교잡이 오히려 종 분화를 촉진한 것이다.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조합적인’ 종 분화(combinatorial speciation)이다. 서로 다른 계통의 유전자가 만나 형질 조합이 생기고, 이는 새로운 생태적 지위 개척으로 이어진다. 다른 하나는 강화(reinforcement)이다. 교잡종에 대한 선택압력이 오히려 생식 장벽을 강화한다. 교잡이 일어나되 완전히 섞이지 않으면서 새로운 종으로 분화한다. 격리되고 비어 있는 섬의 생태계를 채우며 다양화했고, 교잡은 그 과정을 가속한 것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5-62310-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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