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인류에 관한 연구는 그들이 언제 어디서 출현해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에 집중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그들의 멸종은 공룡 멸종보다도 덜 관심을 받아왔다. 공룡은 익숙하고 흥미롭지만 네안데르탈인에 대해 사람들은 잘 모르기 때문일까. 사실은 증거가 부족하고 분산돼 있어 체계적 연구가 어려웠던 것이 한 원인이다. 또한 사람속의 한 종이 다른 종을 계단식으로 대체하고 더 나은 호모 사피엔스만 남게 됐다는 잘못된 자부심과 믿음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본적도 없는 인류의 조상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기 마련이다. 사실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이유는 확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너무도 다양한 원인들이 제기되고 있어 혼란스럽고 지루한 내용이다.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고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덕분에 2022년 호모 사피엔스인 스반테 페보(Svante Pääbo)는 노벨상을 받았다. 만일 호모 사피엔스가 멸종했다면 스반테 페보와 노벨상은 없었을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이 왜, 어떻게 멸종했는지 밝히는 것은 고고학계의 오랜 숙제였다. 많은 가설이 제기돼 왔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다. 기후변화부터 전염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었다. 현생인류와의 경쟁에 밀려 도태되었다는 가설과 인구가 많은 현생인류에 흡수되어 사라졌다는 가설도 있다. 전자의 경우 크로마뇽인이 네안데르탈인을 대량 학살했다는 가설부터 더 좋은 옷과 무기를 만들 수 있었던 크로마뇽인과 그러지 못했던 네안데르탈인의 차이가 둘의 운명을 갈랐다는 가설도 있다. 이러한 가설들은 지금도 계속 새로운 증거와 함께 제기되고 있다.
2025년 현생 인류에 흡수되었다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네안데르탈인이 짧은 기간에 멸종한 것이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와의 지속적인 접촉과 혼혈을 거치며 수만 년에 걸쳐 서서히 흡수되었다는 주장이다. 경쟁이나 급격한 변화보다는, 인구의 차이와 이동이 누적되면서 동화되었다. 네안데르탈인이 소규모로 흩어져 살던 시기에, 더 많은 인구를 가진 호모 사피엔스가 여러 차례 유입되었다. 이동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되면서 네안데르탈인 고유의 유전자는 점차 희석됐다. 이 가설은 오늘날 유라시아 인이 가진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1~4% 비율과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인류가 여러 차례 아프리카 밖으로 이동했다는 고고학적 기록과도 조화되는 설명이다. 이 가설이 모든 지역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별 환경과 집단 규모가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5-223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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