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는 다양한 동물에서 관찰된다. 반려 견도 핥는 행위를 하지만 키스라 볼 수 없다. 기린은 목을 서로 부딪쳐 얼굴이나 입술을 문지르는데 이는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행위이다. 입술과 입술로 키스를 하는 동물은 영장류가 유일하다. 보노보는 종종 긴 키스를 한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 동물인 침팬지도 키스를 한다. 문헌을 보면 현대 영장류 중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에서 진화한 원숭이와 유인원 종들에서 키스가 관찰된 사례가 있다. 여기에는 침팬지, 보노보, 오랑우탄이 포함됐으며, 이들 종에서는 모두 키스하는 행동이 관찰되었다.
키스는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수수께끼이다. 키스는 질병 전파 위험은 높지만 번식이나 생존 상의 명백한 이점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10초간의 키스는 8000만 개의 박테리아와 700개의 균을 옮길 수 있다. 하루에 최소 9번 키스를 하는 커플은 비슷한 구강 박테리아를 공유한다. ‘정상’ 구강 세균으로 키스가 면역 체계와 장 건강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세균도 옮기지도 유익한 박테리아도 옮겨간다. 이미 자신의 입안에는 엄청난 미생물이 있으니 걱정할 것은 없다.
인간의 키스는 언제 나타났을까. 2025년 발표된 시뮬레이션 연구결과 키스는 약 2천150만~1천690만 년 전 대형 유인원 집단의 공통 조상에게서 진화했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도 키스했을 가능성이 높다.
키스는 왜 나타났을까. 2024년 키스가 진드기를 제거하려고 시작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약 700만 년 전의 유인원에서 기원했다는 것이다. 유인원은 입술로 서로의 털을 고루고 털에 묻은 가려운 작은 동물을 제거한다. 침팬지는 손가락으로 해충을 빗질하고 마지막에는 입으로 남아 있는 이와 진드기를 먹는다. 이것이 진화하여 인간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진화적 이유인지는 분명하지는 않다.
일부 진화 생물학자들은 키스가 상대방이 자신의 편인지 적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서로 냄새를 맡았었던 인간 조상들의 행동이 진화한 결과로 본다. 물론 인간은 지금은 상대방의 냄새를 맡으며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는 않지만 키스가 유산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키스는 인간의 역사만큼 오래된 행위이다. 기원 전 1천 500년 경 인도의 문헌에도 키스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2023년 기원 전 약 2천5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에서 키스에 대한 기록을 찾았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적에서 발견된 고대 설형 문자판에 따르면, 인간은 적어도 기원전 2천500년에도 입맞춤을 했다. 물론 그전에도 있었지만 기록은 이것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 키스는 가족 간 친밀함이나 존경을 나타내는 행동과 연인 부부 간 성적인 행동의 두 가지로 구분돼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전염병을 퍼뜨리기도 했다. 과학 학술지「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이다. 키스는 과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