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기원 프로메테우스인가 과학인가
지금까지 고고학계는 인류가 불을 사용한 시점을 약 100만 년 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추정한다. 케냐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호모 에렉투스가 남긴 불 사용 흔적이 발견됐고, 이스라엘 북부 유적에서는 약 78만 년 전의 화덕 흔적이 확인됐다. 유럽은 아프리카나 중동에 비해 불 사용 시기가 훨씬 늦었다. 약 20만 년 전에 유럽에서 불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들 사례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불씨를 옮겨 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람이 살았던 유적지에서 발견된 불의 흔적은 100만 년 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인간이 불을 제대로 다루기 시작한 시점은 명확하지 않다. 불을 피울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기 전까지는 자연 발생한 산불을 활용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이른 불 ‘제작’(fire-making) 사례는 프랑스 북부에서 발견된 약 5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이었다.
2022년 연구에 의하면 이스라엘 요르단 강 근처의 약 79만 년 물고기 화석을 분석해 보니 불로 생선을 구워 먹었다.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사피엔스가 17만 년 전 처음으로 불을 사용한 요리를 시작했다는 기존 가설이 뒤집힌 것이다.
2023년 생각보다 훨씬 더 일찍 불을 발견해 사용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적어도 5만 년 일찍 불을 만들고 조절하고 있었다. 적어도 25만 년 전에 요리, 난방, 방어와 같은 활동을 위해 불을 사용했다.
하지만 인간이 불을 제대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약 40만 년 전으로 보인다. 2025년 약 41만 5천 년 전, 영국에서 네안데르탈인 또는 그와 매우 가까운 인류 집단이 황철석과 부싯돌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불꽃을 만들어 피웠다는 명확한 증거가 처음 확인됐다. 영국 서퍽 주의 반햄(Barnham) 구석기 석기유적이 있는 지역에서 부싯돌과 황철석(pyrite)을 반복적으로 마찰해 생긴 불꽃의 흔적, 700도 이상의 고온에 여러 번 노출된 점토 퇴적층이 확인됐다. 이는 번개나 산불 같은 자연 화재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패턴이다. 황철석은 반햄 인근 지질 환경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아, 의도적으로 외부에서 가져왔을 가능성이 높다. 반햄 유적에서는 인골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지만, 지층의 연대와 석기 양식으로 볼 때 초기 네안데르탈인 또는 그 직계 집단이 주인공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는 가장 오래된 ‘불 제작’의 증거이다. 다만 불 제작 기술이 이후 인류 집단에 널리 퍼졌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당시 인구 밀도가 극히 낮아, 기술이 발명됐다가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9855-6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숨긴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주었다가 쇠사슬에 묶여 간을 독수리에게 먹히고 밤새 간이 자라나면 또 파 먹히는 형벌을 받았다. 인간이 불을 얻게 된 신화이지만 제우스가 우리 인간을 ‘구원’하여 준 셈이다. 인간은 불을 사용하면서 지능이 발전하고 문명의 꽃을 피웠다. 과거 무언가의 기원은 신화나 종교가 설명하였다. 이제 그것은 과학이 대체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신화적 사고와 신앙적 믿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을 믿는 인간은 변함없이 존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