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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un 25. 2021

인간 수명의 한계는 계속 늘어날까


척추동물의 자연적인 수명을 밝힌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척추동물 총 252종의 유전 암호를 분석해 이중 수명과 관련된 42개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동물이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를 예측하는 수명 시계(lifespan clock)를 만들었다. 북극고래는 268년 동안 살 것으로 예측됐다. 갈라파고스의 핀타 섬의 핀타섬땅거북종의 최대 수명은 120세로 추정됐다. 침팬지는 39.7년, 혹등고래는 93년으로 예측됐다.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반의 경우 37.8년을, 털 매머드는 60년은 살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일반 쥐의 평균 수명은 2년을 조금 넘는다. 그런데 특정 약(Rapamycin)을 투여한 쥐가 3년 넘게 살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람이라면 142년을 살 수 있다는 의미이다. 2016년에는 이를 반박하는 논문이 나왔다. 


2016년 미국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잰 비그 박사는 전 세계 40여 국가의 인구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인간 수명은 115세가 한계이며, 이미 1995년경 정점을 찍었다고 <네이처>에 발표했다. 의학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유전자에 이미 입력된 수명 한계는 극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만약 인간의 수명에 한계가 없다면 노년층 인구가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빠르게 늘어났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그러나 국제 수명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20세기 초반 이후 인구가 가장 빨리 늘어난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다가 1980년 99세를 정점으로 멈추었다. 이를 기초로 100세 이상 인구가 가장 많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의 수명 데이터베이스에서 한계치를 추정했다. 최고령 사망자의 나이는 1970년대와 1990년대 초반 사이 매년 0.15세씩 올라가다가 1990년대 중반 114.9세를 정점으로 상승을 멈췄다는 결과를 얻었고 인간의 자연적 수명 한계는 115세라고 결론 내렸다. 지금까지 공식 출생증명서로 인정받은 세계 최고령자는 1997년 122세로 사망한 프랑스 잔 칼망이다. 그러나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며, 앞으로 115세보다 더 오래 사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러한 연구에 대하여 유전학자들은 반발한다. 21세기 초 인간의 평균 수명은 85세를 당분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2009년 일본 여성의 평균 수명은 86세였다. 인간 수명은 늘 예측을 뛰어넘었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충분한 영양, 음식을 보관해주는 냉장고, 살균과 정수, 폐수 처리 시설이 도움을 줬다. 항생제, 마취, 백신 같은 의학, 유전자 이중나선 구조 발견 같은 생물학지식 등도 공헌하였다.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과학자들은 노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노화의 속도를 늦출 수 없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건강과 생활 조건이 개선되었고 이로 인해 어린 나이에 사망하는 비율이 감소해 수명이 길어진 결과가 전체 인구의 기대수명 증가로 이어졌을 뿐, 노화가 진행되는 속도가 느려져 기대수명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포유류의 사망 위험은 어릴수록 높고 성인기가 되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가 노화가 시작된 후에 다시 증가한다. 영장류의 평균 사망 연령에서 나타나는 차이의 주요 요인은 유아기 및 청소년기 사망률이다. 즉, 기대 수명은 노화 비율이 아니라 노화와는 관계없이 얼마나 많은 인구가 유아기나 청소년기에 사망하는지에 좌우된다. 인간도 생활 조건이 개선되면서 유아기나 청소년기 사망률이 감소했고 그로 인해 수명이 늘어났다. 즉, 기대 수명의 증가는 노화 시계가 늦춰졌기 때문이 아니라 유아기 및 청소년기 생존율 향상의 통계적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성인기에 들어선 이후 노화가 비교적 일정한 속도로 진행된다는 ‘노화 속도는 불변(invariant rate of ageing)’한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모든 인간은 같은 속도로 나이를 먹지만 서로 다른 나이에 죽는 것은 환경적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래 살게 되었지만, 노년기에 죽음을 향한 궤적이 변한 것은 아니다. 의학적 발전이 생물학적 제약을 극복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1-238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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