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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이 북극으로: 네안데르탈인과 인류의 멸종

기원전 4만 년경까지만 해도 네안데르탈인은 유럽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아프리카에서 시작된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역사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나고 나서 네안데르탈인의 마지막 자취를 찾을 수 있는 기원전 약 3만 년경까지 그 두 종류의 호모 종이 공존했다. 네안데르탈인은 현대인의 직접적인 조상은 아니지만 기원전 약 3만 년경에 멸종한 가까운 친족인 것만은 분명했다. 기원전 약 2만5천 년경에 멸종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네안데르탈인이 왜, 어떻게 멸종했는지 밝히는 것은 고고학계의 오랜 숙제였다.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것은 현생인류와의 경쟁에 밀려 도태되었다는 가설과 인구가 많은 현생인류에 흡수되어 멸종했다는 가설이 있다. 전자의 경우 크로마뇽인이 네안데르탈인을 대량 학살했다는 가설부터 더 좋은 옷과 무기를 만들 수 있었던 크로마뇽인과 그러지 못했던 네안데르탈인의 차이가 둘의 운명을 갈랐다는 가설도 있다.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원인은 기후변화부터 특정 전염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설이 제기돼 왔지만 아직 확실한 원인은 규명된 것은 없다. 2019년에 중이염이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가져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류학자와 머리·목 부위 전문 해부학자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이 네안데르탈인의 유스타키오관(Eustachian Tube)을 복원해 분석한 결과이다. 유스타키오관은 코의 뒤쪽 부분인 비인강과 가운데 귀(中耳)를 연결해 가운데귀와 바깥귀의 압력을 같게 조절한다. 네안데르탈인의 화석 등을 통해 유스타키오관을 복원해 분석한 결과, 인간 유아의 것과 상당히 비슷한 구조를 가진 것을 확인했다. 인간 유아의 유스타키오관은 중이염 박테리아가 머무르기 쉬한 평평한 각도를 갖고 있어 중이염이 흔하게 발생하는데 네안데르탈인의 유스타키오관이 이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유아는 5세가 지나면서 유스타키오관이 길어지고 각도가 생기면서 중이염 박테리아가 밖으로 배출돼 중이염 감염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과 달리 네안데르탈인은 나이가 들어도 같은 구조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항생제가 발달해 중이염을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당시 사회에서는 호흡기 감염, 청력 손실,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지며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위협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네안데르탈인이 중이염만으로 죽지는 않았겠지만 현생인류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리하였을 것이라는 점이다.


네안데르탈인이 잉카제국처럼 현생인류가 가진 질병 때문에 멸종했다는 주장도 있다.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레반트에서 접촉이 이뤄진 이후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지고 현생인류가 레반트를 넘어 유럽으로 확장하기까지 수만 년이나 걸렸다는 점에 착안한 연구이다. 수학모델을 통해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접촉했을 때 양쪽 모두 면역력이 없는 질병 때문에 수만 년간 불안한 균형 상태에서 공존한 것을 입증했다. 이런 균형은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이종교배로 면역 유전자를 물려받은 혼혈 인간이 나타나면서 이들이 서서히 퍼져나갔다.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에 의한 질병을 거의 극복됐을 때도 네안데르탈인은 여전히 현생인류의 질병에 취약했을 수 있다. 현생인류가 가졌던 아프리카의 열대성 질병이 네안데르탈인이 갖고 있던 질병보다 더 치명적이고, 종류도 많았던 것이다. 이런 차이가 균형을 깨고 현생인류가 레반트를 넘어 유럽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또한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 질병에 대한 충분한 면역력을 확보한 뒤에는 치명적인 무기나 더 발전한 사회구조 등 다른 장점이 작동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15~16세기에 아메리카대륙에 도착한 유럽인들이 더 강한 질병으로 원주민을 절멸시켰을 때와 비슷한 것이다. 이 ‘가설’이 맞는다면 이를 입증하는 고고학적 증거가 발견되어야 한다. 만일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레반트에 공존했을 때 두 집단의 인구밀도가 과거나 다른 지역의 인구밀도에 비해 낮은 것이 나타난다면 하나의 증거가 될 것이다. “유전학자는 회귀분석으로 5만 년 전 우리의 선조들이 네안데르탈인과 섹스를 했다는 것을 입증한 괴짜이다(A geneticist is a geek who claims to have proven through regression analyses that a Neanderthal had sex with your great-grandmother 50,000 years ago.).”『Why God Doesn't Exist』(2008)의 저자 빌 개데(Bill Gaede)가 한 말이다. 이들 괴짜 유전학자가 두 종 사이의 섹스를 입증한 결과 질병으로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혹시 둘 간의 섹스로 에이즈 같은 질병이 생긴 것은 아닐까 상상해본다.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것은 지구자기장이 뒤집힌 것이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2021년에 발표되었다. 지구 자기장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치명적인 태양풍이 지구상에 오는 것을 차단하여 우리를 보호하고 있다. 이러한 지구 자기장이 뒤집히면서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했다는 주장이다. 그러한 주장은 나무에서 4만 2천 년 전에 일어난 마지막 지구 자기장 역전 현상의 증거에 의한 것이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시기와 겹친다. 지구 자기장이 뒤집힌 기간 동안 네안데르탈인은 동굴에 많이 지내면서 동굴 예술이 발전했다는 주장도 한다. 1850년부터 2021년까지 170년 동안 지구 자기장이 약 9% 약해졌다. 언제 지구자기장이 역전될지는 모른다. 인류의 미래도 불확실성이 높아 보인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과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에 지구자기장까지 인간의 삶은 예측할 수가 없다.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71/6531/811


https://blog.naver.com/ksk0508live/22225091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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