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맨」같은 영화에 나오는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기계적으로 암기를 한다. 자폐증 환자는 유전자가 망각을 못하게 한다. 또한 극도의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들은 과잉 기억에 시달린다. 사람들이 하는 오해 중 하나가 수면시간과 학습 성과의 관계이다. 지나치게 많은 학습도 수면부족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학습효과를 크게 떨어뜨린다. 잠을 줄여가면서 많은 시간을 공부하여 많은 것을 빠지지 않고 기억하면 학습을 잘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은 컴퓨터 같은 ‘기계’가 아니라 생명이며 유기체이다. 지식을 체계화하려면 핵심적인 것을 파악하여 기억하고 불필요한 것은 잊어버리거나 정리하여야 한다. 기억과 ‘능동적’ 망각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과학이 말하는 수면과 휴식의 중요성이다.
잠을 푹 자고 잘 쉰 날은 머리가 맑아 아인슈타인이 된 느낌이 든다. 잠을 못 자고 무리를 한 날은 뇌가 작동하지 않는다. 2026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사이언스」연구논문을 보니, 과학자들은 이를 정신적 예리함(cognitive precis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특정 시점에 얼마나 명확하고 집중력 있게 사고하고 일을 처리할 수 있는지를 가리키는 용어다. 나는 컨디션이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 컨디션이 좋으면 당연히 더 잘할 뿐만 아니라 학업과 관련해서 더 높은 목표를 세운다. 컨디션이 나쁘면 일상적인 일조차 미루거나 머뭇거린다. 성실성, 끈기나 자제력이 좋은 사람도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는 뭐든 못한다. 이 연구에 의하면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하루 약 80분 정도 ‘성과’ 차이를 가져온다고 한다. 내 경험으로는 훨씬 큰 차이가 난다. 이 연구에서 의욕이 넘치고 집중력이 좋을 땐 정신적 예리함이 높아졌고, 우울할 땐 낮아졌다고 한다. 오히려 컨디션이 좋아서 의욕이 넘치고 집중력이 좋아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구에서 제시한 포인트 중 하나는 적당한 수준의 불안감은 오히려 집중력을 높일 수 있고, 흥분감은 기분은 좋지만 집중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정도는 괜찮지만 뭐든 일주일 내내 하면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진다.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충분히 자고, 장시간 무리하지 말고, 신체활동 등으로 맑은 정신을 갖도록 노력하이 좋다. 컨디션이 나쁘면 관대한 마음으로 약간의 여유를 주고 쉬는 것이 좋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ea8697
더 심각한 것은 수면부족을 겪으면 충분히 자더라도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쥐’ 실험 결과). 해마 속에서 생기는 ‘급격한’ 모양의 뇌파(sharp waves and ripples, SWR)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이 뇌파의 진폭은 작고, 힘이 낮아진다. 즉 수면이 부족하면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만들어주는 해마의 활동에 이상이 생기고, 이로 인해 기억력이 떨어진다. 이후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어느 정도 회복되지만 정상적으로 수면을 취한 쥐들만큼 회복하지는 못한다. 규칙적으로 충분히 자는 것이 유일한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