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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Aug 29. 2021

자폐증과 인류 지성의 자유의지


자폐증은 뇌 발달장애의 한 종류로 세계 인구의 2%가 앓는 질환이다. 자폐증은 사회성 및 인지능력 저하가 주요 증상이다. 자폐증 하나로만 전 세계 사람 중 1억 5천 명에 가까운 사람이 정신적인 자유의지가 없는 셈이다. 이렇게 태어난 사람 그리고 그들의 부모가 받는 고통을 생각하면 이들이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고통을 받는지 모르겠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냉혹한’ 진화과정의 오류일 뿐이다.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안타깝다.


자폐증을 치료할 약이 개발되지 않아 행동·심리 치료법이 유일한 치료방법이었다. 치료약물 개발은 생쥐를 이용해 전 임상실험을 했지만 생쥐와 사람의 신경학적 구조의 차이 때문에 치료제 개발이 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영장류를 이용해 치료제 개발의 단초를 마련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원숭이(Cynomolgus Macaques)의 특정 유전자(Shank3)를 편집해 사람에게 나타나는 자폐증과 다른 신경발달장애와 관련된 증상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태어난 원숭이는 자폐증을 가진 사람과 같이 강박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을 했고 다른 원숭이들과 상호작용이 적게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자폐증 치료 후보 물질을 투여해 약물 치료가 자폐 장애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 연구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자폐증의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와 치료제나 유전자 치료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폐증의 정확한 발병 메커니즘을 알려지지 않았었다. 2019년에 우리나라 연구진에 의하여 자폐증의 발병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시냅스의 생성과 발달,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Shank2’가 결손 되면 시냅스 및 뉴런 작동에 중요한 ‘NMDA’ 수용체의 기능이 저하돼 자폐가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2021년에는 시냅스 수준의 문제가 사회성과 인지능력 저하로 이어지는 원리도 밝혀졌다. 또한 빛 자극으로 이를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음이 밝혀졌다.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다면 자폐 환자를 치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폐증의 원인은 결국 뇌에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된 것이 유전자 때문인지 아니면 환경적인 요인도 있는지는 좀 더 밝혀볼 것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1-25356-2


자폐증은 장내 미생물과도 관련이 있다. 인간의 피부 등에는 여러 가지 비병원균이 세균 총(bacterial flora)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자폐아는 반 정도가 변비, 설사 같은 위장장애를 겪는다. 위장장애가 있는 자폐아는 위장장애를 치료하면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건강한 아이의 분변 세균 총을 이식하는 치료(MTT, microbiota transfer therapy)가 자폐아 증상을 50% 가까이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치료 2년 후 장내 세균총은 더욱 다양해졌고, 언어, 사회성, 행동 장애 증상이 45%나 완화된 것이다. 이 자폐아들은 임상시험 전엔 장내 세균총의 다양성이 매우 낮았고 비피도 박테리아 같은 특정 유익 균들도 없었다. 치료 후 이 자폐아들은 2년 후까지 이러한 위장장애가 평균 58% 줄었다. 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와 장에서 뇌에 보내지는 신호 사이에 매우 강력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자폐증 치료에 이러한 방식을 시도한 것은 신경기능 장애는 그 뿌리가 뇌보다는 장에 있을지 모른다는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위장장애는 과민성을 유발하고 주의력과 학습기능을 저하시켜 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치료를 승인 받으려면 보다 많은 자폐아들을 대상으로 규모가 큰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자폐증이 인간의 지적 능력이 진화하면서 발생한 후유증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결국 진화과정이 완전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그 원인은 뇌와 장내 미생물로 인한 것임이 밝혀졌지만 환경적인 요인에 대한 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잘못 태어난 불행한 사람들을 치료해 줄 수 있는 존재는 인간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우리 인간만이 우리가 하는 과학만이 그것을 고쳐줄 것이다. 과거에도 늘 그랬었다. 치명적인 질병 앞에서 하늘을 쳐다봐도 땅을 쳐봐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종의 입장에서 정신적인 자유의지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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