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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로 무너진 정신을 회복시키는 과학적 자유의지


몇 년 전 일도 생생하게 기억나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 아침에 한 일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기억과 인지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손상도 늘어난다. 나이가 들면 뇌 신경세포인 뉴런의 자가 포식 기능이 급격히 약해지고 노폐물이 뉴런의 시냅스에 쌓여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을 발병시킬 수 있다. 건강하고 젊은 사람의 뇌에서는 새로운 시냅스의 생성과 오래된 시냅스의 손실이 균형을 이룬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시냅스의 생성이 느려진다.


고령자에게 많이 생기는 유전자 손상을 복구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노화 억제 효소(HDAC1)가 있다. 이 효소가 부족하면 DNA 손상이 축적되고 신경세포인 뉴런과 뉴런이 연결되는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도 상실될 수 있다. 이 효소를 활성화하는 약물을 생쥐에 투여했더니 DNA가 복구되면서 인지 기능도 좋아지는 것이 실험결과 확인된다. 이 효소는 인지기능 노화 억제 분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언젠가는 인간에게도 가능할 수 있다. 


자가 포식 또는 오토파지(autophage)는 세포 내의 유해한 퇴행성 단백질, 기능이 나빠진 세포소기관 같은 노폐물을 치우는 시스템이다. 세포 내 노폐물은 이중 막 구조를 가진 ‘자가 포식소체’(autophagosome) 안에 격리된다. 이어서 자가 포식소체는 노폐물 분해 효소를 가진 리소좀(lysosome)과 결합하여 분해되어 다시 세포 내 에너지나 소기관 생성에 쓰인다. 일본 도쿄 공업대학의 오스미 요시노리(Ohsumi Yoshinori)는 2016년 자가 포식의 기제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나이 든 생쥐에서 ‘WIPI2B’라는 단백질을 활성화하면 뇌의 자가 포식소체가 다시 생성되고 노폐물 정화 시스템도 복원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 단백질을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면 인간의 정신기능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젊은 피’를 수혈 받아서 회복할 수도 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젊은 쥐의 혈액 속에 뇌의 노화 과정을 되돌리는 두 가지 성분(THBS4와 SPARCL1)이 발견되었다. 생후 12~15개월의 ‘늙은’ 쥐에게 생후 2주 된 어린 쥐의 혈액을 주입했더니 뇌의 노화 증상이 개선된 것이다. 어린 쥐의 혈액에 있는 두 가지 단백질이 늙은 쥐 뇌 신경세포인 뉴런의 성장을 촉진하고 이들 뉴런 사이의 신경 연결인 시냅스 수를 늘렸다. 이 단백질들을 실험실에서 배양한 사람의 뉴런에 적용하였더니 배양된 뉴런의 성장을 촉진하고 시냅스 수를 늘어났다. 그러나  이들 물질이 어떻게 회춘 효과를 일으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생쥐는 인간의 뇌기능과 관련된 실험대상이다. 그래서 많은 쥐가 실험실에서 죽어간다. 우리 인간을 위한 희생이다. 또 다른 생쥐실험에도 노화로 발생하는 기억력 감퇴를 줄이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뇌 신경세포인 뉴런을 둘러싸고 있는 ‘뉴런주위 망’(PNNs) 속 화학 성분을 변화시키면 신경가소성이 회복되고 노화에 따른 기억력 감퇴를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생쥐실험으로 밝혀졌다. 생후 20개월 된 생쥐와 생후 6개월 된 생쥐의 기억력과 판단력을 측정한 결과 인간처럼 나이가 들수록 인지기능이 퇴화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20개월 된 생쥐의 뉴런주위 망 속 화학 성분을 변화시킨 다음 미로 찾기 같은 각종 인지능력 측정을 한 결과 6개월 된 생쥐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된 것을 관찰했다. 이번 연구는 생쥐를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인간의 뇌 속 분자와 구조가 설치류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방법을 이용하면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노화로 인한 기억력 감퇴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380-021-01208-9


잘못 만들어진 인간의 유전자 손상, 뉴런의 노폐물 축적, 시냅스 생성의 저하 등으로 인간은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결국 치매까지 찾아온다. 과학적으로는 진화과정의 오류이지만 종교적으로는 잘못 만들어진 피조물인 셈이다. 인간의 유전자와 뇌에 장착된 생물학적인 기제는 서서히 우리의 정신을 무너뜨린다. 우리 인간의 과학은 그것을 고치거나 연기시킬 수 있는 지식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무한한 가능성은 불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도 과학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가능성은 있다. 자연과학이 인간정신의 자유의지를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자유의지는 공허한 형이상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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