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 군집이 보유한 유전체 전체를 의미한다. 인간의 몸에는 인간의 체세포보다 많은 100조 개의 미생물이 공생하고 있다. 사실 인간이 세포로 이루어진 생명인지 미생물로 이루어진 생명인지 확실하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미생물은 신체 모든 부위에 존재하지만, 인간의 장 속에 사는 장내미생물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며 비만, 염증성 장 질환, 대장암, 류머티즘 관절염, 지방간, 당뇨 등 다양한 면역 작용과 대사 질환에 영향을 준다. 게다가 정신적인 질병뿐만 아니라 인간의 다양한 정신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쯤 되면 인간의 몸에 사는 미생물이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하나의 구성부분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바이옴은 ‘제2의 인간 유전체’로 불린다.
세계적으로 구축된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체 지도 가운데 가장 방대한 데이터는 영국 연구진이 2021년 1월 <네이처>에 실은 것으로 20만 여개의 표준염기서열(reference genome)을 포함한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7-020-0603-3
하지만 여기에는 유럽, 북미, 중국의 데이터만 포함됐을 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의 데이터는 없다. 2021년 8월 한국인의 장에 사는 장내미생물의 유전자 지도가 처음으로 우리나라 연구진에 의하여 구축됐다. 한국인의 장내미생물 유전자가 일부 분석된 경우는 있었지만 전장유전체분석으로 유전체를 정교하게 해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전체 지도를 기존의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체 지도와 비교한 결과 해산물을 많이 섭취하는 일본인의 마이크로바이옴에서는 해양 미생물에서 얻은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와 관련된 유전자가 많이 발견되고, 한국인의 마이크로바이옴에서는 식이섬유 관련 유전자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등 아시아인의 장내미생물이 국가별 식생활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https://genomemedicine.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s13073-021-00950-7
국가마다 민족마다 먹는 것이 다르다. 따라서 장내미생물도 다르다. 이로 인하여 각종 육체적 정신적 질병의 종류도 달라진다. 더욱이 정신적인 기질도 달라질 수 있다. 먹는 것이 단순히 에너지 흡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면 인간의 본질도 바꾸는 역할을 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남아프리카 농촌지역 사람보다 대장암이 10배 이상 높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서구적 식습관을 가지지만, 남아프리카인은 고 식이섬유와 저지방식으로 크게 다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 농촌 음식을 먹게 했더니 장내에서 당질대사발효가 촉진되었다. 낙산 생산량이 늘고, 장내 염증 표지(marker)도 낮아졌다. 서구 음식을 먹은 아프리카인은 이것들이 모두 악화되었다. 식습관이 미생물 군을 변화시켜 인간 몸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