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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의 진화론적 유전적 배경


동성애는 인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에서 약 2~10% 정도 나타난다. 동성애는 인간 집단에서도 일정하게 존재한다. 동성애가 생명의 진화에서 불리함에도 멈추지 않고 유지되어왔다. 생명의 진화가 생존과 번식이 목적이라면 명백히 모순이다.


동성애가 나타나는 진화론적인 배경이 한 가지 밝혀졌다. 2021년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35만 명 이상의 유전자 데이터와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한 연구결과이다. 동성애에 관련된 유전자는 이성 파트너가 많았던 사람과 더 연관성을 보이는 것이 밝혀졌다. 이성 파트너가 많은 사람은 분명 후손을 더 많이 낳았을 것이다. 이렇게 이성 파트너가 많은 사람은 더 많은 후손을 낳았는데 그런 사람에게 동성애 유전성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더 많은 후손을 낳았으니 그 후손들도 유사한 동성애 유전자를 가졌을 것이다. 결국 동성애는 자연선택 되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바람둥이’가 더 많이 아이를 낳고 그런 사람이 동성애 유전자를 더 많이 가졌으니 윤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나쁜’ 인간이 살아남은 셈이다. 이번 사용한 데이터는 유럽계 사람에게 한정된 것으로, 다른 민족에 얼마나 적용되는지는 모른다. 사람들은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 것을 싫어하지만 진실을 가린다고 피할 수는 없다.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2312-0


초파리와 생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성적 취향도 신경생물학적 요소를 갖고 있을지 모른다는 증거가 존재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동성 형제나 자매의 숫자가 동성애와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보다 나이 많은 형제가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해당 남성은 동성애자 확률이 33% 증가했다. 이를 설명하는 가설이 있다. 엄마의 배속에 남자 태아가 들어설 때마다 엄마의 몸에서 생산되는 남성호르몬을 공격하는 산모의 면역반응이 촉발된다. 이 남성호르몬이 ‘외부 이물질’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산모의 몸속에 남자 아이가 새로 임신될 때마다 산모의 몸은 더 신속하게 면역 반응을 개시할 수 있기 때문에 태아의 뇌는 테스토스테론 생산을 줄임으로써 태아의 뇌를 ‘여성화’할 수 있는 기회가 극대화하게 된다. 이렇게 줄어드는 테스토스테론 생산이 자신을 동성애자로 여기는 경우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연구는 추측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남자 아이들이 동성애자가 될 확률은 손위 남자 형제들의 수에 비례한다. 그 이유는 임신 기간 동안 아들이 자궁 안에서 분비하는 남성 물질에 대한 어머니의 방어기제에 있다. 어머니의 방어기제는 아들을 임신할 때마다 강화된다. 또한 임신 중에 받는 스트레스도 아이의 동성애 확률을 높인다. 이는 어머니의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이 자궁 안에서 아이의 성호르몬 생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에게 성 선택의 자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 의식과 자아가 생겨 보니 자신이 태어난 것을 알게 되었고, 남자나 여자가 된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유전자와 뇌의 오류로 또는 환경적인 문제로 동성애자로 세상에 나타난 것이다. 그것을 두고 이성애자들이 수많은 동성애자들을 처벌하고 가혹하게 학대하고 차별하고 심지어는 수많은 사람을 죽이기도 했다. 무지는 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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