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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숨을 쉴 수 있는 것은 지구자전과 세균 때문


약 46억 년 전 지구가 생성된 후 두 차례의 산소발생(oxidation) 사건이 일어났다. 첫 번째 대산소화 사건(The Great Oxidation Event)은 24억 년 전 최초의 광합성 생물인 남세 균(cyanobacteria)에 의해 발생했다. 그리고 약 20억 년 뒤 신원생대 산소발생사건(Neoproterozoic Oxygenation Event)이 두 번째이다. 20억 년에 걸쳐 전개된 점진적인 산소발생을 가능하게 한 것이 어떤 요인에 의한 것인지를 과학자들은 연구해왔다. 


산소의 증가가 인(燐)과 탄소, 산소의 상호작용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는 주장이 2019년 나왔다. 지구상에 산소가 많아진 것은 생물지화학적 순환(biogeochemical cycling)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이 연구에 의하면 지질구조나 생물학적 변화가 없어도 인과 탄소, 산소의 상호작용만으로 대양과 대기의 산소량을 급격히 바꿔놓을 수 있다. 약 30억 년 전 초기 광합성 미생물이 등장하고 판구조 변동이 시작된 이후 다세포 생물을 지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산소 수치가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었다. 산소가 증가하면서 이에 반응해 대양의 ‘인’도 증가하고 이를 영양분으로 삼는 광합성 생물에 영향을 미치는 상호작용 속에서 산소량이 누적적으로 증가하였다. 이것만으로도 지질기록에 나타난 것과 같은 3단계 산소 폭증과 일치하는 결과이다. 지구의 산소 화는 여러 번에 걸친 생물학적 진전이나 지질구조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산소를 가진 행성은 지금까지 생각되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장은 지구와 비슷한 산소를 가진 외계행성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놓는 것이기도 하다.


2021년에는 지구의 자전속도가 느려지면서 산소발생을 더욱 촉발시켰다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45억 년 전 지구는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자전했다. 당시 하루는 겨우 여섯 시간이었고 이후 지구의 자전 속도가 서서히 느려졌다. 하루의 길이도 아주 미세하게 늘어나고 있다. 평균 100년에 약 2밀리 초, 대략 10만 년마다 하루가 1초씩 길어지고 있다. 약 1억 년 전에는 지금보다 한 시간 짧은 23시간의 하루를 보냈다. 지구가 ‘테이아’라는 천체와 부딪히면서 달이 만들어졌다. 달의 중력은 지구에게 조금씩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지구를 한 바퀴 공전하는 달에 비해서 지구는 훨씬 빠르게 자전한다. 달은 자신의 중력으로 지구의 자전을 조금씩 느려지게 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효과를 달에 의한 조석 마찰(Tidal Friction)이라고 한다. 그 결과 지구의 자전은 서서히 느려지고 달도 지구에게서 조금씩 멀어진다. 바다에 사는 산호는 성장하면서 하루에 한 줄씩 성장선을 남긴다. 일종의 나이테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계절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성장선 사이의 간격이 짧아지고 길어지는 변화를 통해서 1년 단위로 성장 시기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약 4억 년 전 산호는 1년 동안 400개 정도의 성장선을 남겼다. 3억 년 전에 살았던 산호는 10개가 적은 390개의 성장선을 보여준다. 지구가 태양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 1년은 큰 변화가 없었다. 즉 1년의 일수가 줄었다는 것은 하루의 길이가 더 길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석 증거를 보면 45억 년 전 여섯 시간에 불과했던 하루가 24억 년 전이 되면서 21시간까지 길어졌다. 특히나 지구와 달이 지금보다 훨씬 가까웠던 과거에는 달에 의한 조석 마찰의 효과도 더 강했다. 그리고 약 20억 년간 지구와 달이 서로 안정적인 궤도를 잠시 유지했고 하루의 길이 변화도 줄었다. 하지만 약 5억 년 전 또 다시 달의 궤도가 요동치면서 그간 누적된 조석 마찰로 인해 하루의 길이가 늘어나는 시기가 발생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그 변화가 이어지면서 하루의 길이가 24시간이 됐다. 


지구 대기권의 약 20퍼센트는 산소로 채워져 있다. 지구에 사는 동물 대부분은 바로 이 산소로 숨을 쉬고 살아간다. 하지만 지구에 원래부터 산소가 이렇게 많았던 것은 아니다. 약 30억 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 대기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약 24억 년 전 갑자기 산소 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를 산소 대폭발 사건(Great Oxidation Event, GOE)이라고 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산소 농도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다가 약 5억 년 전 한 번 더 급격하게 산소 농도가 높아졌다. 이를 신원생대 산소 폭발 사건(Neoproterozoic Oxidation Event, NOE)이라고 한다. 이 두 번의 사건으로 산소가 오늘날 수준으로 풍성해졌다. 덕분에 숨을 쉴 수 있게 된 지구 생명체들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지구 대기에 산소가 채워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고대 지구에 살던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 남세균) 덕분이다. 이들은 엽록소를 품고 있는 세균으로 광합성을 통해 햇빛을 먹고 산소를 뱉어낸다. 그런데 화석 증거를 보면 시아노박테리아는 첫 번째 산소 폭발 사건이 있었던 24억 년 전보다 훨씬 이른 약 35억 년 전부터 이미 지구에 존재했다. 광합성을 하는 박테리아의 출현 시기와 산소 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 사이에는 무려 10억 년이라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 


2021년 지구의 자전이 서서히 느려진 덕분에 지구 대기에 산소가 풍부해져 생명이 폭발적으로 퍼질 수 있었다는 연구가 나왔다.  하루의 길이가 가장 뚜렷하게 길어진 시기, 24억 년 전과 5억 년 전은 지구의 대기 중 산소 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두 번의 주요 시기와 일치한다. 지구 대기의 산소 농도가 현 수준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지구의 자전이 충분히 느려지고 하루가 길어진 덕분이다. 과거 지구의 하루가 너무 짧았기 때문에 박테리아들도 산소를 내뱉을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지속적인 달에 의한 조석 마찰로 인해 지구의 하루가 길어지면 박테리아들이 산소를 충분히 생산하게 된 것이다. 지금 숨을 쉬고 있는 우리의 콧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산소 분자는 시아노박테리아가 내쉰 것이다. 결국 생물과 인간의 진화는 물리학적인 요인과 맞물리면서 이루어졌다. 생물학적 현상과 물리적 현상은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1-021-007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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