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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다 지역 기원설


유전자의 98.7%가 사람과 같은 침팬지가 유일하게 살고, 사람의 가장 오랜 직계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이 나온 아프리카는 인류의 요람으로 불린다. 700만~1300만 년 전 인간과 침팬지가 공통조상에서 갈라진 뒤 인간은 아프리카에서 살다가 전 세계로 이주하였다. 이를 ‘인류 아프리카 기원설’이라고 부르며 100년 가까이 고인류학의 주류 이론이다. 아프리카 기원설의 강점은 수천 점의 고인류 화석이 나왔다는 것이지만 인간과 현생 대형 유인원의 조상이 갈라진 뒤 초기 수백만 년 사이의 것은 없다. 인류의 기원지라면 당연히 가장 오래된 화석이 나와야 할 터인데 정작 아프리카 밖에서 오랜 화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중국 등 아시아에서 잇달아 발견된 고인류 화석과 도구,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의 키 작은 원인 ‘호빗’ 유골의 발견도 아프리카 기원설을 흔들고 있다.


2009년경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4만 년 전 현생인류의 화석이 발견됐다. 이 화석은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아시아와 유럽으로 진출했다는 통설과 다르게 여러 대륙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했음을 보여 주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이 화석은 대부분 현생 인류와 일치했으나 일부는 유라시아 대륙 말기 고생 인류의 특징을 갖고 있다. 이것은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 아시아와 유럽 등 여러 지역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학자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발견된 유골이 적어 현생 인류가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일부 고인류학자들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훨씬 오래된 호모 에렉투스나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가 아프리카에서 나와 아시아와 유럽으로 진출했고 각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고 믿는다. 수십만 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아직은 증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류는 ‘복잡한’ 경로를 거쳐서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해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네안데르탈인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인류는 다양한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화했다는 ‘다 지역 기원론’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인류 아프리카 기원설은 주로 집단유전학자들이 주장하고 복수지역기원설은 화석의 해부학적 특징에 주목해온 고생물학자나 고인류학자의 입장이다. 그런데 유럽의 고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아프리카 일부를 제외한 아시아인에게도 유럽인과 비슷하게 또는 더 많은 비율로 남아있다는 건 복수지역기원설을 뒷받침하는 근거이다(이상희 교수, UC Riverside). 이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에렉투스, 호모사피엔스로 진화했다는 가설은 수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우주의 기원에서 출발하여 수십만 년 인류의 진화과정을 추적하는 과학적인 탐구는 여전히 위대하다.


아프리카 기원설에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들 중에 독일 튀빙겐대학 마들렌 뵈메(Madelaine Bohme)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직립보행을 한 유인원이 아프리카보다 500만년 앞선 1200만 년 전 유럽에 살았다고 주장한다. 독일에서 발굴된 유인원이 그 근거로 팔로 나무를 쥐고 살았지만 곧은 다리와 에스 자로 굽은 척추로 꼿꼿하게 걸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2017년에는 그리스와 불가리아에서 발굴한 화석이 720만 년 전 고인류의 것이라고 주장해 고인류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까지 가장 오래된 고인류는 중앙아프리카 차드에서 발견된 700만 년 전 사헬란트로푸스였다. 이보다 수십만 년 앞서 아프리카가 아닌 지중해 일대에 인류의 조상이 살았다는 주장이다.


2021년에는 아라비아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1천만년에 걸친 기후변화를 조사한 결과, 아라비아에 정기적으로 극히 건조한 기간이 나타나 이를 피해 아프리카로 대피한 동물이 많았다. 특히 560만 년 전부터 330만 년 전까지 무려 230만년에 걸친 초 건조 기후가 펼쳐졌을 때 아프리카가 고립되었다. 과거 유라시아에서 이주한 고인류를 포함한 아프리카 동물이 고립돼 오늘날의 아프리카 동물로 진화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초기 유인원이나 인간 속이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로 다시 유라시아에 아프리카로 이주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따라서 인류의 기원도 복잡하게 얽혔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류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는 화석뿐만 아니라 기후 환경도 감안하여야 한다. 기후변화는 인류 진화의 물꼬를 튼 중요한 요인이다. 지중해는 한때 말라붙었고 아프리카보다 방대한 사바나가 유럽과 중동에 펼쳐지기도 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3247-021-00158-y


한편 호모 사피엔스는 한때 지구에 함께 살았던 다른 인간 종들을 근절시켰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과 한데 합쳐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인간 유전체(게놈)의 일부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 호모속의 다른 인간 종들로부터 왔다는 것이 근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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