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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Sep 20. 2021

지구온난화와 빙하기 그리고 우리의 운명


19세기 루이 아가시(Louis Agassiz, 1807~1873)는 알프스가 융기하기 이전에 빙하기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19세기 말에 과학자들은 260만 년 전부터 1만 1700년 전까지 4번의 빙하기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냈다. 물론 그 후 연구로 훨씬 더 많은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돼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구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을 지구역사학(geologic history)이라고 한다. 대부분 암석을 통해 그 안에 기록된 무생물계와 생물계의 변천 과정을 분석한다.


1940년대 밀루틴 밀란코비치(Milutin Milankovitch)는 밀란코비치 주기(Milankovitch cycles)를 발표했다. 그는 태양을 도는 지구 공전궤도가 일정하지 않고 변화한다고 주장했다. 지구 궤도의 이심률, 자전축의 기울기 및 세차 운동의 변화가 그것이다. 이는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량의 주기적인 변화를 가져와 지구 기후 패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밀루틴 밀란코비치는 지구 공전궤도가 변화함에 따라 ‘차가운 여름(cool summers)’이 이어지면서 빙하기가 도래했다고 설명했다.


밀루틴 밀란코비치의 주장은 큰 호응을 얻었지만 지구상에서 일어난 빙하의 생성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환경적인 요인을 찾기 시작했고 온실가스 비율이 빙하 생성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신생대 제4기(Quaternary period) 200여만 년 동안 50여 번에 걸쳐 빙하시대와 간빙기가 반복돼왔으며, 지금은 따뜻한 기후가 이어지는 간빙기에 머물고 있다. 과거 빙하의 생성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온실가스의 과다 배출로 빙하기와 간빙기의 사이클을 막아 빙하기를 약 10만 년 늦춰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급속히 줄어들거나 늘어나면 빙하기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인류문명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급속히 늘리면서 향후 빙하기 도래시기를 약 10만 년 늦출 것이라고 한다. 기후변화는 빙하기와 간빙기의 사이클을 파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구 전체적으로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는 아이러니 하게도 빙하기를 앞당길 수 있다.


빙하기는 바닷물의 이동과도 관련이 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류의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심해의 해류는 염도와 온도에 의해 유발되는 밀도의 차이로 나타난다. 차갑거나 염분이 많은 물은 밀도가 높다. 밀도가 높은 수괴(水槐, water mass)가 형성되면서 밀도에 맞추어 움직이는 운동을 대류라고 한다. 수괴는 주변과 다르고 성질이 비슷한 큰 물 덩어리를 말한다. 표층의 바닷물이 열이 방출하여 무거워지면 심층으로 침강하면서 시작되는 해류를 열염순환(thermohaline circulation, THC)이라고 한다. 고위도에서 밑으로 내려가는 많은 양의 고밀도 해수는 다른 곳에서 물을 상승시켜 보충된다. 북대서양과 남극해에서 가라앉고, 온대 및 열대지방의 따뜻한 물은 대서양과 태평양, 그리고 인도양에 걸쳐 점진적으로 더 용승현상이 일어난다. 열염 순환과 표층 순환이 서로 엮이며 만드는 하나의 큰 순환 고리를 ‘컨베이어 벨트(conveyor belt)’라고 부른다. 이 흐름은 평균 초속 1cm 정도로 전 세계의 대양을 한번 순환하는 데 약 1000~1500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너무 느리게 흐르다보니 1960년대까지 이를 측정하지 못해 심해에 해류가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960년대 영국학자 존 스왈로(John Swallow, 1923~1994)가 초속 10cm 정도의 해류를 발견했다. 1970대년 초에는 해류가 다양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후 심해의 해류는 대양의 모든 해역에 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또한 심층 해수의 운동이 지구 기후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기원전 1만9천 년 경 마지막 빙하기의 절정을 고비로 따뜻한 기후로 변하던 지구에 기원전 1만 1천 년 경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약 1200년간의 빙하기가 도래했는데 이 시기를 영거 드라이아스 사건(Younger Dryas Event)이라고 한다. 이 사건이 발생한 것은 해류순환인 컨베이어 벨트의 장애 때문이다. 당시 기후가 따뜻해지고 빙하가 녹으면서 캐나다 서부에 거대한 애거시 호수(Agassiz Lake)가 만들어졌다. 빙하가 계속 녹자 한순간에 북대서양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북대서양의 짠물이 희석되면서 해수의 염도가 감소되었다. 이로 인해 해류순환이 작동하지 않아 영거 드라이아스가 시작되었다. 영거 드라이어스 사건은 바람이 만들어내는 표층 해류와 밀도 차이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심층 해류가 연계되어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적도 지방의 따뜻한 바닷물이 북상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의 원천은 바람뿐만 아니라 북대서양 고위도의 해수가 가라앉으면서 만들어지는 빈자리를 메울 수 있도록 저위도의 해수를 끌어당기는 힘도 있다. 따라서 이 순환이 약해질 때, 더운 저위도 해수의 북상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고위도 지역으로의 열전달 또한 약화되고 마침내 지구를 냉각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는 지구 기후 시스템의 거대한 연결고리가 있다. 열대지방에서 극지 방향으로 일어나는 열 수송은 바다보다 대기에서 상당히 더 많이 일어나지만, 열염 순환은 극지방에 열을 공급함으로써 이 지역의 해빙의 양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듯 열염 순환의 변화는 지구의 복사수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되고 있다.


21세기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가 빙하를 계속 녹여 담수를 바다에 쏟아 붓는다면 다시 영거 드라이아스와 같은 갑작스러운 사건이 재현되어 ‘영기스트’(Youngest) 드라이아스기 재난이 올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투모로우’와 ‘설국열차’ 같은 영화는 지구온난화로 빙하기가 닥친다는 내용이 나온다. 빙하가 녹아내리면 해수면이 상승해 섬과 육지가 침수되고 바닷물의 순환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바닷물은 적도의 뜨거운 열을 북극과 남극으로 가져가서 지구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그러나 빙하가 녹아 바닷물로 유입되면 적도의 뜨거운 열이 극지방으로 가지 못해서 극지방은 더욱 차가워지고 빙하기가 올 수 있다.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로 빙하기의 도래가 앞당겨지고 있다. 


인간이 빙하기 도래로 멸종의 위험이나 대재앙을 맞을지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지구의 공전궤도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 온난화의 함수일 것이다. 태양계와 지구는 수십억 년 이후에 종말을 맞이한다. 그러나 그것을 맞이하기 ‘훨씬’ 전, 앞으로 50년 안에 우리 인간의 운명도 예측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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