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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 2년 사이의 진화

생명은 벌레에서 물고기로, 식물에서 동물로, 원시동물에서 인간으로 점점 더 복잡해지는 방향으로 진화되었다. 사람은 식물에 비하여 굉장히 복잡하다. 움직이고 생각하고 게임하고 오목 두고 여행 다니고 어렵고 복잡한 일을 한다. 이렇게 복잡한 기능을 하려면 우리 몸에 정교한 구조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진화생물학자의 생각이다. 컴퓨터가 복잡한 기능을 하려면 정교한 부속품이 있어야 하듯이. 복잡성이 증가하면 지능이 높아지거나 다양한 능력을 갖추어 이득을 주기 때문에 진화는 복잡성의 증가로 이어진다. 그러나 생명이 이렇게 복잡해지지만 우리 몸을 구성하는 ‘분자’는 변화가 없다. 설령 분자 수준에서 진화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별일이 생기지도 않는다. 수십억 년 전에 살았던 생물의 ‘고대’ 단백질은 우리 같은 현대를 사는 생물의 단백질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옛날의 단백질이 비록 아주 단순하지만 오늘날의 복잡한 단백질과 같은 기능을 한다. 다시 말해 옛날 단백질이 지금처럼 복잡한 단백질로 진화하지 않아도 오늘날의 생명은 살아가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다. 이를 중립 진화라고 한다. ‘중립 진화이론(neutral theory of molecular evolution)’은 1960년대에 나왔다. 중립 진화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생명을 이루는 분자들은 진화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진화하는 것은 분자보다 훨씬 큰 유전자나 사람 같은 하나의 종 수준에서 나타난다.


진화하는 것은 개체가 아니라 한 종의 평균적인 특징이다. 다윈은 이러한 메커니즘이 오랜 세월에 걸쳐서 반복되면 어떻게 해서 다른 종이 발생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지구상의 여러 지역에 산재하는 그리고 조금씩 다른 환경에서 사는 종이 약간씩 다른 방식으로 진화해온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다윈은 이러한 과정으로 인해 지구상에 그렇게도 많은 종이 존재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이 혁명적인 것은 이러한 ‘무의식적인’ 과정이 생명자체도 창조할 수 있다고 설명된다는 점이다.


‘무의식적인’ 과정이 생명의 진화를 가져온 것은 지금도 발견된다. 1970~1990년대 모잠비크 내전 동안 전쟁을 위한 비용조달을 위해 상아 무역이 성행했다. 이로 인하여 모잠비크 고롱고사 국립공원의 코끼리가 2500여 마리에서 2000년대 초반 200여 마리로 급감했다.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상아를 얻기 위한 밀렵이 성행하면서 아프리카 코끼리 암컷들이 엄니 없는 형태로 ‘진화’했다. 여기서 진화란 상아가 있는 코끼리가 상아가 없는 코끼리로 바뀌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아 있는 코끼리들이 밀렵으로 죽자 상아 없는 코끼리가 새끼를 낳아 종의 평균적인 특징이 바뀐 것이다. 상아 없는 코끼리가 유독 암컷에서만 나타나므로 X 성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컷은 X 성염색체가 하나밖에 없어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치명적이어서 수컷은 태어나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에는 상아 없이 태어난 암컷은 18~19%를 차지했으나 내전 이후 30% 이상으로 증가했다. 코끼리는 엄니로 나무껍질을 벗겨 먹고 땅을 파서 물을 찾는다. 엄니가 없는 코끼리는 밀렵꾼을 피할 수는 있지만 살아남기가 힘들다. 상아 없는 코끼리는 상아가 있는 코끼리와 다른 식물을 먹어 살아남는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e7389


사실 2019년 말에서 2022년 사이에 인류도 진화했다. 코로나19로 수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아마도 코로나19에 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불행을 당했을 것이다. 분명 2019년 말의 인류와 2021년 말의 인류의 평균적인 특징은 다를 것이다. 그것이 진화이다. 진화는 진보도 선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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