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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작은 연못 가설과 커피 향


지구 같은 행성은 그 환경조건이 복합적이고, 풍부한 에너지가 있고, 액체상태의 물이 있고, 화학물질이 널리 풍부하게 존재하여 생물의 탄생에 최고의 무대를 제공한다. 많은 생물학자들이 생명이 지구에서 기원했다면 아마도 지구표면에서 발생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찍이 1871년에 다윈은 생명은 온갖 암모니아, 인산염, 빛, 열, 전기 등을 함유한 따뜻한 작은 연못에서 시작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윈은 한 편지에서 따뜻한 작은 연못에 있는 암모니아, 인산염 등이 빛, 열, 전기 등이 상호작용하여 생명이 기원했다고 썼다. 이것은 훗날 ‘따뜻한 작은 연못 가설(warm little pond hypothesis)’로 불렸다. 초기 지구의 대기는 자외선이 그대로 받았기 때문에 더 강렬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극적인 종류의 화학적 변화가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외선이 ‘따뜻한 연못’에 작용하면서 여러 종류의 유기물질이 만들어지고 뜨겁고 묽은 수프가 축적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최초의 생명이 작은 연못에서 탄생했다는 다윈의 주장은 우리 몸의 구성 물질 대부분이 물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연못 속에 암모니아나 인산염 등 다양한 물질이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물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물이 생명뿐만 아니라 인간의 구성요소 중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필연적인 이유도 있다. 물은 다른 액체에 비해서 끓는점이 매우 높다. 그래서 0도에서 100도까지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끓는점이 낮은 물질로 구성되면 열대지방에 가서 살면 위험하여 살 수가 없다. 물은 온도를 올리는데 필요한 열이 매우 커서 온도 변화가 매우 적다. 물을 가진 생명체는 온도가 급격하게 변하지 않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만약 물의 온도가 쉽게 올라가면 우리는 사우나실 안이나 열대지방과 사막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겨울철에 날씨가 추워져도 온도도 급격하게 떨어져서 얼어 죽을 수 있다. 물은 액체가 기체로 변할 때 필요한 에너지인 기화열이 크다. 땀을 흘리는 동물들은 이 기화열을 이용하여 몸에서 열을 빼앗아 효율적으로 체온을 낮춘다. 인간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 장거리 달리기를 잘하는데 물의 기화를 이용하여 땀으로 열을 식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은 다른 물질을 잘 녹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 몸이 영양분을 흡수하기 용이하다. 음식을 먹어 들어온 영양분은 물에 녹아 몸 구석구석으로 전달될 수 있다. 물은 다른 액체에 비해서 표면 장력이 아주 크다. 표면 장력은 액체가 표면적을 작게 하려는 힘이다. 물의 강한 표면 장력 때문에 모세관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 모세관 현상에 의하여 식물은 잎과 줄기로 물을 이동시킬 수 있다.


…그리고 물이 있어야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이렇게 글을 쓸 수가 있다. 그 물이 내 몸을 이룬다는 생명현상과 물로 구성된 내가 이 글을 쓴다는 문화현상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커피향이 변함없이 좋은 것은 내 몸이 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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