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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Dec 09. 2021

같은 해에 태어나도 나이는 다르다


같은 해에 태어나도 주민등록을 제 때에 하지 않으면 액면 나이가 다르다. 필자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이상하게 잘못된 나이이긴 하지만. 주민등록이 같아도 실제 나이가 다르다. 모든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동일한 속도로 노화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노인은 질병에 걸리기 쉽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모두가 늙지만 그 속도와 나타나는 모습은 저마다 다르다. 신체적 나이는 크게 네 가지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대사, 면역시스템, 간의 기능, 그리고 신장의 기능이 그것이다. 대사 형 노화는 당뇨병이 대표적이다. 생활습관에 따라 이러한 노화는 달리 진행된다. DNA 메틸화 정도로도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할 수 있다. 이에 의하여 일찍 늙는 사람들은 암에 잘 걸린다.


노화의 속도는 면역 체계가 쇠퇴하는 속도와 관련된다. 면역체계는 병원균에 대해 국지적이고 단기적인 염증반응을 나타낸다. 반면 ‘나쁜 염증’은 전신에 걸쳐 만성적으로 일어난다. 이런 만성적인 염증과 질병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 만성적 염증을 통한 노화 정도는 염증성 노화 시계(inflammatory aging clock)라고 부를 수 있다. 이러한 염증 건강을 예측할 수 있는 ‘노화시계’인 혈액 면역 지표도 있다.


그래서 달력상의 나이보다는 ‘염증 나이’(inflammatory age)를 기준으로 삼는 것을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급성 염증은 열이 나거나 붓거나, 통증이 생기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감염질병을 퇴치하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19에 걸리면 급성염증으로 아프고 열이 난다. 이런 염증은 보통 며칠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반면 만성 염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의 세포와 장기를 손상시킬 수 있다. 염증 수치는 보통 나이가 들면서 높아진다. 노화한 세포가 염증을 일으키고, 흡연과 비만, 오염 노출 그리고 스트레스와 같은 요인에 의해서도 심해질 수 있다. 우리 몸에 나타나는 피해는 생각보다 느려 실제 고혈압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까지 몇 년이 지나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만성 염증의 측정 기준인 염증 나이를 측정하는 혈액 검사도 개발되었다. 이 검사결과에 따른 염증의 수준에 따라 생물학적 나이인 염증 나이를 계산할 수 있었다. 염증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더 좋은 건강 지표이다. 100세 이상의 고령자는 평균적으로 실제 나이보다 염증 나이가 40세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0~79세 사이 집단 중 대다수는 실제 나이보다 높은 염증 나이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일부 참가자는 실제 나이와 염증 나이의 편차가 더욱더 컸다. 실제로 참가자 중에서 건강한 105세 남성은 무려 25세의 염증 나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3587-021-00082-y


나이가 들면 40~50번의 세포 분열을 한 후 더 이상 분열을 할 수 없어 노화세포가 쌓인다. 노화된 세포는 죽지 않고 수십 년 동안 인간 조직에 남아있다. 노화세포는 분열하지 않으므로 돌연변이가 발생하더라도 암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노화 세포가 ‘좀비’ 같이 우리 몸 안에서 남아서 버티면 염증이 생기고 암에도 영향을 준다. 그 염증 인자가 바로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는 단백질이다. 노화세포는 세포 분열을 하지 않지만 사이토카인을 계속 분비한다. 이 단백질은 염증을 일으키고 대식세포라는 면역세포를 끌어들여 자기 몸을 공격하게 만든다.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만성 염증으로 이어고 다발경화증, 염증성 창자 병, 건선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염증은 심장병, 당뇨병, 치매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염증나이에 영향을 주는 요인, 타고난 유전자 기타 여러 생활습관이 쌓여 신체나이가 형성된다. 그런데 그러한 신체나이는 나이에 따라 정확하게 비례하여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세 번에 걸쳐 갑자기 신체나이에 위기가 온다. 신체적 노화가 평생에 걸쳐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세 번의 급진적인 노화시기를 거친다. 34살, 60살, 78살이 그 시기이다. 환갑잔치를 하는 과학적 근거도 있는 것이다. 아마 젊은 30대 초반에 갑자기 체력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환갑은 말할 것도 없다. 78살을 잘 넘기면 거의 100살까지 살 것 같다. 평균수명이 80대이니 일찍 세상을 떠난 이들을 생각해보면 100살은 가능해보인다. 100살까지 살 것인가, 흥청망청 즐겁게 살다가 78살쯤 떠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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