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5락’은 미신이다
‘4시간 자고 공부하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탈락한다.’는 사당오락(四當五落)의 신화가 있다. 그러나 ‘4당5락’ 즉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공부하는 시간을 최대화하면 성적이 오른다!’라는 말은 완전히 오류이다. 그 오류는 실제 사례로도 증명되었다. 독일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 스스로 첫 수업 시간을 선택하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9시 수업을 선택한 학생 중 97%는 수업 시작이 늦어지면서 잠을 더 잘 수 있었다. 평균적으로 9시에 첫 수업을 시작한 학생들은 8시 첫 수업을 선택한 학생들 보다 1.1시간 더 잠을 잤으며, 평균 수면시간이 6.9시간에서 8시간으로 늘었다. 학생들은 덜 피곤하고, 수업에 더 잘 집중할 수 있고, 방과 후에 집에서 공부하는 능력도 향상되었다고 응답했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실험이 이루어졌다. 정도는 다르지만 미국 청소년도 숙제와 공부, 방과 후 활동, 스포츠, 대입 준비로 늦게 자고 일찍 등교해야 한다. 시애틀은 2016~2017 학년도부터 등교시간을 오전 7시 50분에서 오전 8시 45분으로 늦췄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커지자 등교시간을 조정한 것이다. 학생들은 등교시간이 늦춰지자 평균 34분을 더 자게 되었고, 총 수면시간이 6시간 50분에서 7시간 24분으로 늘어났다. 등교시간 조정으로 수면시간이 길어졌는데도 성적이 향상되었고, 지각 및 결석까지 줄어들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MIT(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 연구진이 공대 소속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수면 습관과 학업 성취도 간의 연관 관계를 연구한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평소 충분히 자면서 성실하게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의 성적이 우수했다. 또한 규칙적인 잠을 자는 학생들이 들쭉날쭉하게 자는 학생들에 비해 성적이 좋았다.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전반적으로 규칙적인 수면을 하여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성적이 좋다. 너무 늦은 시간에 자는 학생은 대체로 성적이 낮다. 늦잠으로 충분히 자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취침 시간이 오후 10시~새벽 1시인 학생들의 성적은 대부분 비슷하다. 그러나 오전 2시 이후에 잠드는 학생들은 7시간을 자도 성적이 낮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39-019-0055-z#citeas
결국 이러한 사례는 ‘4당5락’ 즉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공부하는 시간을 최대화하면 성적이 오른다!’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너무도 당연한 결과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많이 배우고 조금 자느라 뇌가 정보와 경험을 재정리할 시간이 없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비효율적으로 학습할 것 같다. 피곤한 몸과 머리로 5시간 공부하는 것보다 1시간 더 자고 맑은 정신으로 4시간 공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깨어 있는 2시간당 약 1시간의 잠이 필요하다. 수면 부족 상태가 지나치면 회복도 어렵다. 적정 수면시간의 70% 이하를 자는 수면 부족 상태가 10일 이상 이어지면 그 후 일주일 동안 못잔 잠을 자더라도 이전 상태로 완벽하게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육체적 피로는 풀리지만 인지기능이 원상 복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잠을 못자고 몰아치는 학습이나 일처리보다 일정하게 꾸준히 수면시간을 확보하면서 처리하는 것이 좋다. 잠을 못자면서 무턱대고 하는 노력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잠을 충분히 잔 아이일수록 신체 발달은 물론 학습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도 좋아진다. 즉 잠을 충분히 잔 아이는 IQ점수도 더 높다. 만 6세 아동 5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면 시간이 많을수록 언어 지능 점수가 높다. 수면 시간이 8시간 이하인 남자아이는 10시간 이상 잠을 잔 남자아이보다 IQ 점수가 10점 낮았다. 여자아이들은 이런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충분한 수면은 그야말로 1석 5조이다. 육체적 건강과 정신건강에 좋고 행복하고, 성적도 오르고, 지능지수도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