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일대학이 발표한 2018년 세계 환경지수에는 국가별로 녹지공간이 얼마나 되는지가 포함되어 있다. 녹지가 많은 국가의 순위를 보면 스위스 87.42, 프랑스 83.95, 덴마크 81.60, 몰타 80.90, 스웨덴 80.51, 영국 79.89, 룩셈부르크 79.12, 오스트리아 78.97, 아일랜드 78.77, 핀란드 78.64로 70~80%이다. 거의 다 유럽 국가들이다. 반면 녹지 공간이 적은 국가로는 부룬디 27.43, 방글라데시 29.56, 콩고민주공화국 30.41, 인도 30.57, 네팔 31.44, 마다가스카르 33.73이다. 우리나라는 62.30을 기록해 60위를 차지했다. 선진국일수록 녹지가 많고 후진국은 선진국의 반도 안 된다. 물론 경제력과 자연환경적인 배경이 다른 결과이지만 교육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녹지공간을 언급한 것은 그것이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자연에서 진화하고 살아온 인간에게 도시 환경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며 대기 오염, 소음 등으로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의 주제와 관련하여서 더 의미가 있는 것은 녹음이 우거진 곳에서 성장한 아이가 지능지수가 높고 문제 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녹지 환경에서 성장한 아동에 비해 녹지 공간이 적은 곳에서 성장한 아동의 지능지수 점수가 평균 2.6점 낮다는 연구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경제적 수준과는 관계없이 나타났다.
뇌 과학적으로도 녹지 환경이 중요하다는 점이 밝혀졌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녹지 노출이 좌우의 전전두엽 피질, 왼쪽 전운동 피질의 회백질 부피, 양쪽 소뇌 반구의 백질의 부피와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회백질은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이고, 소뇌는 운동기능과 언어, 주의력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이다. 숲과 같은 자연과 밀접한 생활이 편도체 활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편도체는 스트레스 처리와 위험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숲과 같은 녹지 공간이 스트레스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여 초목에 둘러싸이고 바람과 새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햇빛과 신선한 공기를 즐길 수 있는 주거와 야외활동이 요구됨을 보여준다. 또한 자연에서의 야외활동이 많은 아동이 성년이 됐을 때 정신질환 발생률이 55%가량 낮다. 또한 유년기의 야외활동이 인지능력도 개선시킨다.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기만 해도 뇌 구조가 좋아진다.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은 오른쪽 배외측 전전두피질의 회백질이 3% 정도 증가했다. 배외측 전전두피질은 전두엽의 측면 부분으로, 행동 계획 및 조절과 인지 조절에 관여한다. 또한, 전두엽 부위의 회백질 감소는 정신 질환과 연관성이 있다. 비록 소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의 한계가 있지만 야외활동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연을 접할수록 좋지만 오지일수록 좀 더 깊은 산중일수록 더욱 좋다. 청소년이 밀도 높은 삼림지대와 그렇지 않은 삼림에 노출된 것에 비교했을 때 인지발달 변화는 약 6.83%의 차이가 있다는 연구가 그것을 보여준다. 또한, 2년 후 정서 및 행동 문제를 겪을 위험은 약 16% 낮게 나타났다. 다시 말해 높은 산이나 오지를 찾는 것이 좋다는 의미이다. 에베레스트 트래킹을 가보면 서양에서 온 청소년들이 많이 보인다. 필자가 갔을 때에는 한 고등학교 학생 전체가 트래킹 온 것을 보았다. 자연이 주는 교육적인 의미를 이미 알아 실천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초원이나 호수, 강 등의 효과는 오지 산행 같은 경험보다는 효과가 덜 했는데 왜 이런 효과가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피톤치드나 음이온 등을 거론하지만 원인이라고 하기는 불충분하다. 다만 연구대상 학생 중 절반 이상의 부모가 전문 직업을 가져서 사회 경제적 요인이 아동 발달에 영향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실제로 녹지에 접한 아이일수록 인지력 측정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사회경제적 요인도 함께 작용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전적으로 사회경제적인 요인을 아닐 것이다. 그동안 여러 연구를 보면 자연이 분명 인지능력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에 따라 세계의 교육선진국들은 자연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7년 청소년들이 아웃도어 교육을 받는 것을 필수로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싱가포르 교육부는 자연교육의 목표를 이렇게 설명한다. “자연에서의 경험은 결코 교실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값지고 실질적인 것이다. 아웃도어 교육은 청소년에게 강인함(ruggedness),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힘(resilience), 자존감(confidence)과 독립심(independence)을 키워준다. 서로 협력하고 함께하는 것의 가치를 배울 것이며 친구들과의 경험을 통해 평생 지속할 추억을 간직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청소년들이 도전에 대처하고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게 하는 핵심적인 가치들이다.” 그 후 3년 뒤 2020년부터 시행된 싱가포르 아웃도어교육계획(National Outdoor Adventure Education Master-plan)은 공교육을 통해 모든 청소년에게 아웃도어 교육을 하려는 시도이다. 중학교 3학년 청소년은 모두 4박 5일 동안 배낭을 지고 백 패킹을 하며 숲 속에서 밥을 지어먹고, 카약과 세일요트를 타고 바다를 항해해야 한다. 모든 학교의 학생들을 무작위로 섞어서 그룹을 만들어 진행하여 낯선 친구와 어울리고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프로그램이다.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도 자연에서의 교육이 오랫동안 시행되어 왔다. 덴마크 학교의 거의 20%가 아웃도어 스쿨인 우드스콜레(Udeskole)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교 운동장, 주변의 자연 공간, 또는 지역의 공원과 도시 환경을 활용하여, 매주 혹은 격주로 교실을 벗어나 수업을 한다. 1941년 영국에서 발족된 아웃워드 바운드(Outward Bound)는 유럽과 미주 대륙은 물론 아시아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우리나라는 2014년 세월 호 사고 이후 아웃도어 교육은 답보 상태이다. 물론 학교교육도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거의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이미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가장 낮고 정신질환이 늘고 있으며 자살률은 세계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자유롭고 즐겁게 자연에서 뛰놀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특별히 아웃도어 활동은 더욱 좋다. 오지탐험, 트레킹 등은 그야말로 가족애와 사랑 그리고 교육과 건강 모두에 유익하다.
자연에서의 활동은 범죄 청소년도 바꾼다.『나는 걷는다』(2003년 번역출간)의 저자 베르나르 올리비에(Bernard Ollivier)는 2000년에 쇠이유(Seuil) 협회를 만들었다. 쇠이유(seuil)는 문턱이나 한계 등을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이 협회는 범죄 청소년에게 소년원에 들어가는 대신 여행의 기회를 주는 단체이다. 법원의 동의를 받아 청소년들은 둘씩 짝을 지어서 친구나 가족 없이 동행인 한 두 사람과 90일 동안 서울 부산 거리의 4~5배인 1600~1800km를 걷는다. 조건은 단 한 가지. 녹음된 음악을 가져가서는 안 된다. 그 여정은 프랑스와 스페인 지역을 아우르는 자연과 종교 순례의 길이다. 동행인은 함께 걸으며 밥을 먹고 숙소를 찾고 차를 마시고 여유를 즐기기도 하는, 말 그대로 동행인일 뿐 조언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의 95%가 일상생활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프랑스에서 수감 생활을 거친 청소년이 다시 범행을 저지른 비율은 75%에 이른다.
아이들의 성장기는 평생을 살아갈 정신적, 육체적, 지적인 ‘힘’이 형성되는 시기이다. 이때에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도록 균형 있는 생활을 하여야 한다. 11~12세 어린이를 위하여 뼈 건강에 중점을 두고 정신과 신체, 인지 건강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최적 시간표가 제시되었다. 하루 24시간 황금률 배분은 10.5시간의 수면, 9.5시간의 좌식 생활, 2.5시간의 가벼운 활동, 1.5시간의 다소 격한 신체 활동이다. 좌식 생활이란 공부, 휴식, 식사, TV 시청, 게임하는 시간을 말한다. 가벼운 활동은 심부름 같은 집안일 돕기나 쇼핑 등을, 다소 격한 활동은 운동이나 스포츠 등을 가리킨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보다 수면 시간은 2.4시간 더 늘리는 대신, 앉아 있는 시간은 1.7시간, 가벼운 활동은 0.6시간, 격한 활동은 0.1시간 적게 하는 것이 좋다. 이것은 최적의 뼈 건강을 위한 신체 활동, 수면, 앉아 있는 시간을 알려준다. 18~20세에 최대 뼈질량(peak bone mass)의 90%가 완성되는 만큼 어린이 및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모델로 제시한 것이며 사람에 따라, 또는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는 다를 수 있다. 비만이나 인지 및 삶의 질 등을 고려한 종합 건강 및 웰빙을 위한 시간 배분 황금률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https://jech.bmj.com/content/early/2021/08/11/jech-2021-216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