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고'가 된 대뇌피질

침팬지, 고릴라 같은 유인원에 비해 인간이 언어나 행동 능력이 뛰어난 것은 대뇌의 신 피질 때문이다. 대뇌 피질은 뇌의 바깥쪽 표면층을 말한다. 신 피질은 포유동물에게서만 볼 수 있는 부위로, 대뇌 피질 중 가장 최근에 진화한 부위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신 피질은 주름이 많고 두꺼운 반면 나이가 들면서 신 피질의 주름이 줄어든다. 수만 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도 대뇌 피질이 있다. 대뇌 피질에는 신 피질이라는 부위가 있다. 이 부위는 가장 늦게 진화된 부분이다. 인간 뇌의 신 피질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도 밝혀졌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도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대뇌피질이 인간뿐만 아니라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 등에게도 있었다는 것은 진화적인 기원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유전자를 쥐에게 주입하면 쥐의 줄기세포 개수가 2배로 증가하고 뇌가 커지고 신 피질 활성화로 인해 뇌의 주름이 인간의 뇌 주름과 비슷한 형태를 보였다. 이 유전자는 신 피질의 더 많은 주름을 발생시킴으로서 더 높은 지적수준을 가질 수 있게 한 것이다. 대뇌피질과 신 피질은 특히 장기기억과 관련이 된다.


기억, 사고,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대뇌피질이기 때문에 지능은 뇌 전체 크기보다는 뇌의 특정부위 발달과 관계가 깊다는 것이 과학계의 통념이다. 그러나 사람의 뇌가 두개골에 싸여 있어 겉 크기만으로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지능은 대뇌피질의 두께와 연관이 있다. 대뇌피질이 두껍다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신경세포들의 연결망이 그만큼 많고 복잡하다는 것을 나타내며 따라서 그것이 지능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다. 뇌에는 이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세포벽이 있다. 그러나 알코올은 이 장벽을 쉽게 통과한다. 과음을 오래 하면 뇌세포가 심각하게 파괴된다. 적게 먹어도 뇌 대뇌피질의 밀도가 낮아진다. 과음을 하면 ‘필름이 끊긴다.’ 인간이 인간이게 하는 대뇌피질이 파괴되면서 안주를 뒤집고, 목소리도 커지면서 과격한 행동도 한다. 어제 기억이 없는 필름이 끊기는 증세가 나타나고 이성이 마비되고 사고를 치고 만다. 그래도 술은 인간을 떠날 수가 없다. 사는 것이 ‘고’이기 때문이라고 붓다가 말하였듯이.


다만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가진 인간 고유의 유전자는 매우 적다는 점이다. 우리 인간은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 같은 인간 속과 다른 독특한 유전자는 1.5%에 불과하다. 나머지 98.5%는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 등 사람(Homo) 속의 조상들과 공유하고 있다. 사람 속만의 유전자는 7%에 그친다. 나머지 93%는 다른 동물과 같다. 당연하게도 인간은 원시동물에서 척추동물로 포유류에서 영장류로 조금씩 진화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만의 독특한 게놈 영역은 인간만의 지적능력을 낳았으니 우리는 그것을 동물과 구분하여 ‘인간’이라고 부르고 있다. 비록 작은 영역이지만 현생 인류를 분명하게 구분 짓는 것은 분명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93% 또는 98.5%는 인간 고유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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