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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Feb 06. 2022

코로나19가 몸안에 들어와도 절반만 감염된다

영국에서 인간 역사상 처음으로 인체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직접 주입하는 실험이 이루어졌다. 놀라운 것은 이중 절반가량은 전혀 감염되지 않았고, 나머지도 경미한 증상만 나타났다. 투입한 바이러스는 오미크론 변이가 아니라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영국에서 유행했던 바이러스이다. 실험 결과 36명의 참가자 중 18명만 감염됐고 나머지는 멀쩡했다. 심각한 중증을 경험한 사람도 없었다. 무증상 감염자조차도 많은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감염자들은 감염 후 5일째 가장 바이러스 보유량이 많았고, 9~12일까지도 남에게 전파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았다. 미감염자들 중 일부는 짧은 기간 동안 낮은 수준의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면역체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워 물리쳤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비판은 당연히 나온다. 이번 연구가 도덕적으로 정당한 것인지 불확실하다.

https://www.imperial.ac.uk/news/233514/covid-19-human-challenge-study-reveals-detailed/


무증상 감염은 20세기 초에 발견되었다. 샤를 니콜(Charles Nicolle, 1866~1936)은 티푸스의 감염 경로를 규명한 공로로 192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단독 수상했다. 샤를 니콜은 알 수 없는 병원체(후에 리케차라는 작은 박테리아로 밝혀짐)가 체외 기생충인 몸니를 중간 숙주로 해서 전염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병원체에 감염된 동물이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더라도 전파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샤를 니콜은 1933년 발표한 논문에서 이를 불현 성 감염(Les infections inapparentes)이라고 불렀다. 오늘날은 무증상 감염(subclinical infection)이라는 용어를 주로 쓴다. 병원체는 감염 병의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라는 샤를 니콜의 발견은 오랫동안 의학계에서 무시됐다.


무증상 감염은 모든 병원체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다. 독감의 경우 전체 감염자의 3분의 1이 무증상이다. 무증상 감염자의 체액에는 바이러스 농도가 낮을 것이고 기침도 잘 안하여 전염력은 낮을 것이다. 그러나 무증상 감염자가 많으면 병원체가 옮을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모기가 매개하는 웨스트 나일바이러스(West Nile virus, WNV)는 치명적인 뇌염을 일으키며 치사율이 3~4%에 이른다. 치사율은 증상이 있는 환자 가운데 사망한 사람의 비율이다. 높은 치사율이지만 무증상 감염자의 비율이 70~8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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