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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Feb 25. 2022

6600만년전 잔인한 4월, 2022년4월은 아름다울까


백악기 후기 마스트리히트세(Maastrichtian, 7450만~6640만 년 전)와 팔레오세(Paleocene Epoch, 6500만~5500만 년 전)의 남아메리카는 덥고 습한 기후였다. 약 6600만 년 전 남아메리카의 날씨도 지금과 비슷했다. 하지만 살고 있던 식물과 숲은 지금과는 달랐다. 백악기 말에 속씨식물도 살았지만, 숲은 주로 겉씨식물과 양치류가 차지했다. 특히, 침엽수가 많아 빛을 이용할 수 있는 캐노피(Canopy, 숲 나뭇가지들이 지붕 모양으로 우거진 상태) 밀도가 낮았다. 카우리 소나무(학명 Agathis australis), 남양삼나무과(Araucariaceae) 계통의 침엽수가 주요 수종이었다. 


6600만 년 전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했다. 소행성이 따뜻한 어느 봄날 지구와 충돌하면서 생물의 70% 이상이 대멸종했다. 소행성은 미국 남쪽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졌다. 당시 미국 중북부 노스다코타 주의 봄은 더 처절했다. 당시 소행성 충돌로 흙, 나무와 동물 사체가 쌓여있는 노스다코타 주의 화석이 그것을 말해준다. 발굴한 어류 화석을 분석해 소행성 충돌이 봄에 이뤄졌음을 확인되었다. 미국은 지구 북반구에 위치하여 당시 생물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대부분 생물들이 먹이를 찾고 짝짓기를 하던 때였다. 엘리엇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묘사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2-04446-1#citeas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꽃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섞으며, 봄비로

생기 없는 뿌리를 깨운다.


엘리엇의 장시「황무지」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천만 명이 죽은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은 땅에도 라일락이 피는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6,600만 년 전의 대 참상은 ‘잔인한’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처절했을 것이다.


대충돌 후 1000만 년 동안은 수목은 회복되지 못했다. 하지만 멸종 이후 숲을 대표하던 침엽수는 사라지고 꽃 피는 속씨식물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잎 넓은 상록활엽수와 관목, 초본 식물 등이 크게 번식하고, 그늘이 생기면서 여러 형태의 음지 및 반 음지 식물이 자리 잡았다. 현대 열대우림처럼 다양한 식물이 계층화된 분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열대우림 생태계는 급격한 교란으로 이뤄진 것이 아닌, 오랜 시간 생태계들이 교체되는 과정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생명의 대부분의 멸종했던 대재앙이 일어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구는 꽃피고 푸르른 식물이 가득한 곳이 되었다. 곧 4월이 온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정말로 푸르른 봄이 올지, 코로나19가 끝없이 이어지거나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 잔인한 달이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아니 또 다시 소행성이 충돌하거나 대지진이나 화산대폭발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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