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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Mar 10. 2022

만년 청춘으로 사는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온다?

노화는 양날의 칼이다. 암을 유발하는 손상이 누적되면 세포는 분열을 중단하여 암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노화를 완전히 막으면 암세포의 고삐를 풀어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노화는 암의 발생에 예방효과를 주는 셈이다. 나이가 들면 당뇨병, 심장 기능 이상, 동맥경화 등 노화로 인한 질환도 늘어나기 때문에 노화를 질병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초 백세인(Supercentenarian)은 110세 이상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2020년 전 세계에서 나이가 110세 이상으로 확인된 사람은 50여명이다. 이들은 대체로 심혈관계 질환을 앓은 병력이 거의 또는 전혀 없으며 암이나 당뇨 병력도 없다. 인간의 장수 또는 초 장수의 ‘꿈’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그동안의 일부 연구들을 소개해본다.


세포 재 프로그래밍은 일반 세포들을 다시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역 분화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iPS세포)로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 2012년 노벨상을 수상한 일본 쿄토대학의 야마나카 신야(Shinya Yamanaka) 교수는 2006년 쥐의 피부 세포에 네 가지 유전자 조절 단백질을 주입해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렸다. 배아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나는 원시세포이다. 역 분화에 쓰인 네 가지 단백질을 ‘야마나카 인자’로 부른다.


10년 뒤인 2016년 소크 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의 이즈피수아 벨몬테(Juan Carlos Izpisua Belmonte) 교수는 조로증에 걸린 쥐에게 야마나카 인자를 주입하여 회춘시키고 수명을 3분의 1 연장시켰다. 늙은 세포를 역 분화시켜 줄기세포까지 가지 않고 젊은 세포 상태로 만들었다.


2020년에는 100세가 넘는 여성(114세)의 혈액세포를 재 프로그래밍 해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바꿔 세포를 사실상 신생아 상태로 되돌리는데 성공했다. 114세 여성뿐만 아니라 건강한 43세 참가자와 이른바 조로 증으로 불리는 급속한 노화를 유발하는 질병이 있는 8세 어린이 환자의 세포도 재 프로그래밍 하는 데 성공했다. 또 텔로미어를 재 프로그래밍 과정으로 재설정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사실상 114세에서 0세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의 수명을 무한히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결과이다. 그러나 모든 텔로미어를 재설정한 것은 아니어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2022년 건강한 중년 생쥐의 생체시계를 장기간에 걸쳐 거꾸로 돌려 청년으로 회춘시키는 데 성공했다. 건강한 중년의 생쥐에 장기간 세포 역 분화를 시도해 피부와 장기를 젊은 생쥐와 같은 상태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역 분화는 세포의 생체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방법이다. 인간으로 치면 35~50세의 쥐에게만 효과가 나타났고 더 나이가 많으면 효과가 없다. 역 분화를 유도한 중년의 생쥐는 신장과 피부가 젊은 생쥐와 같은 상태로 바뀌었다. 역 분화를 장기간 진행해도 생쥐에게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이끈 이즈피수아 벨몬테(Juan Carlos Izpisua Belmonte) 교수는 바이오 기업인 앨토스 랩(Altos Labs)으로 옮겼다. 바이오 기업 앨토스 랩은 2022년 창업한 미국 기업으로 세포와 장기의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려 인체를 회춘시키는 연구를 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억만장자 유리 밀너가 이 회사에 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들이 3조 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한 것은 그만큼 성공가능성을 높이 평가하였기 때문이다. 


인간 ‘생물학’은 어디까지 발전할지 지금을 사는 우리로서는 가늠을 할 수가 없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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