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끊임없이 변한다. 환경이 변하면 지구상 생명의 유전자도 변하고 살아가는 생명 종도 달라진다. 긴 시간으로 보면 지구는 생명이 사는 행성이지만 그곳에 사는 생명의 종류는 끊임없이 바뀐다. 무상한 것이 세계이다.
뉴욕의 다양한 지역에 서식하는 생쥐들 사이에는 유전자 교류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2013). 도시가 블록화 되면서 생쥐들이 분리되어 살기 때문이다. 분리되어 사는 생쥐들은 점차 유전자에서 차이가 나고 오랜 세월 계속되면 종이 분리될 수도 있다.
또한 도심에 사는 생쥐와 도심 밖에 사는 생쥐 사이에 유전자 차이도 있다. 도심의 생쥐는 신진대사, 면역반응, 해독능력 등과 관련된 유전자가 눈에 띄게 변형되었다. 뉴욕의 갈색 시궁쥐(‘Rattus Norvegicus’)는 후각을 관장하는 유전자가 변형되어 있었다. 시시각각 다른 냄새가 쏟아져 들어오는 뉴욕의 지하 통로에서 길을 찾아다니는 시궁쥐의 능력과 유전자 염기서열의 변화가 유관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시의 쥐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이 가설은 대중을 사로잡았고 연구자는 방송에서 ‘스타 과학자’가 되었다.
푸에르토리코의 도시 토착 도마뱀(Anolis cristatellus)은 숲에 사는 도마뱀들에 비해 다리가 훨씬 길고, 발가락 판이 크다. 페인트칠 된 콘크리트와 알루미늄 판으로 만든 ‘경주로’에 풀어놓자 도시 도마뱀이 훨씬 빨리 달렸다. 도시에서 사는 도마뱀이 길고양이 같은 포식자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빨리 달릴 수 있게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것으로 도시에 사는 도마뱀이 실제로 진화했다고 증명하기엔 과학적 논거가 빈약했다. 매우 드물지만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는 원인이 ‘가소성’인 경우가 있다. 가소성이란 한 동물이 살아 있는 동안 받은 자극에 반응하여 변화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때 유전자 수준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푸에르토리코의 도시에서 잡은 도마뱀과 시골에서 잡은 도마뱀을 가져와 알을 낳게 했다. 새끼 도마뱀들은 동일한 조건을 갖춘 개별 우리에 격리됐다. 매일 12시간 동안 자외선에 노출시켰고, 비타민 가루가 묻은 귀뚜라미를 산 채로 먹이며 1년간 키웠다. 2세대 도마뱀의 다리와 발가락 연구를 통해 도시의 도마뱀이 급격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 사실로 증명됐다.
도시의 도토리 개미는 시골 지역의 도토리 개미들에 비해 훨씬 뜨거운 조건에서도 번식할 수 있다. 도시의 도토리 개미는 보다 강력한 ‘열충격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토끼풀은 도시든 시골이든 어떤 환경에서나 잘 자란다. 공해가 심한 도시 강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2022년 3월 18일「사이언스」는 26개국 160개 도시 287명으로 이뤄진 국제공동연구팀에 의하여 연구된 토끼풀을 표지로 실었다. 전 세계 도시에 사는 토끼풀이 초식 동물을 방어하기 위한 화학 물질(시안화수소)을 덜 생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쉽게 말해 도시에는 초식동물이 없어 화학물질을 덜 생산하는 토끼풀도 살아남은 것이다. 도시마다 달랐으나 도시와 농촌을 구별할 수 있는 정도로 차이가 났다. 지구상의 도시문명은 거의 모든 생태계의 진화의 방향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k0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