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식용금지! 문어는 식용찬성?


생명 진화의 역사는 100억 년이 넘는 길고도 긴 시간의 역사이다. 우주가 137~8억 년 전에 빅뱅으로 시작된 후 약 90억 년이 지나 태양계와 지구가 만들어지고 다시 10억 년이 지나고 나서야 지구상에 생명체가 나타났다. 백 년도 못사는 인간의 머리로는 체감하기 힘든 시간이다. 짧은 인생도 살기 벅찬 우리에게 우주와 생명의 역사는 낯선 시공간이다. 하지만 그러한 진화의 역사가 우리의 유전자와 뇌에 남아 있음은 안다면 조금은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의 귀를 잘 관찰해보면 좁쌀 같은 구멍이 있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이 작은 구멍을 ‘이루공’이라고 한다. 시카고대학의 진화생물학자 닐 슈빈(Neil Shubin)에 의하면 이것은 물고기의 아가미가 퇴화한 흔적이다. 만일 당신에게 이루공이 뚜렷하게 남아있다면 당신은 물고기에 가까운 종인 셈이다. 우리 몸에는 먼 과거에 발생한 역사가 새겨져 있다. 아가미가 퇴화한 인간과는 달이 아가미로 호흡하는 물고기는 인간과 같이 척추동물이다. 최초의 척추동물은 뇌가 없고 척추에 신경세포들이 모여 있었다. 척추에 있던 신경세포가 점차 한 곳에 집중되었으니 그것이 뇌이다. 그러나 문어는 척추동물이 아님에도 뇌가 있고 지능이 좋다.


문어의 신경세포는 5억 개가 넘어 인간이 키우는 개보다도 많다. 2020년 방영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은 문어가 인간과 교감하는 모습으로 큰 감동을 주었다. 개를 먹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혐오하듯 문어를 먹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2017년 미국의 영화배우 기네스 팰트로가 문어를 먹으면 안 되는 이유를 공유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문어는 너무 똑똑하다. 뇌 신경세포가 인간보다 더 많다. 그 사실을 알고 너무 놀라 문어 먹는 걸 중단했다.” 완전히 맞는 말은 아니지만 문어보다 훨씬 똑똑한 소나 돼지는 먹으면서 문어를 먹으면 안 된다는 기네스 팰트로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문어는 수억 개의 신경세포를 지니고 있는 반면 인간은 훨씬 많은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동물단체가 문어를 ‘바다의 아인슈타인’이라고 부를 만큼 머리가 좋은 것은 사실이다. 기네스 팰트로의 말에 동조하는 과학계의 선언도 있다. 2012년 ‘의식에 관한 케임브리지 선언(Cambridge Declaration on Consciousness)’이 발표되었다. 식물에서 동물로 진화되면서 뇌에서 의식이 나왔으며 동물과 인간은 연결된 존재라는 선언이다. 이 선언에는 인간 이외에 문어가 단일 종으로 유일하게 언급되었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증거에 의하면 인간이 의식을 가진 유일한 생명이 아니다. 인간 외에도 포유류, 조류 그리고 문어를 비롯하여 많은 다른 생명도 역시 인간과 유사하다.


문어는 다리로 수조의 잠금장치를 풀고 미로도 생쥐만큼 잘 탈출한다. 사람 얼굴도 알아보고 싫은 사람이 오면 물을 뿜는다. 간단한 도구도 사용한다. 문어는 정말 특이하다. 8개나 되는 다리가 머리에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생식기는 발에 달려있다. 게다가 문어는 5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어 인간이 키우는 개와 비슷하다! 게다가 문어의 신경세포는 2/3 이상이 다리와 몸에 있다. 그래서 문어를 머리와 8개의 다리를 합쳐서 총 9개의 뇌를 지닌 생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하나의 뇌와 ‘영리한’ 8개의 팔을 지닌 동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문어의 잘려진 다리도 꿈틀거릴 수 있다. 다리에 뇌 기능을 하는 신경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문어는 기억이나 학습기능은 뇌에서 이루어지며, 그 정보가 각각의 다리에 제공된다. 우리 인간도 문어와 비슷하다. 인간의 장에도 신경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3억 년 전 문어와 오징어의 공동 조상에서 마이크로 RNA가 50여 개 생겨난 후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됐다. 이 정도 마이크로 RNA를 가진 무척추 동물은 없다. 문어는 사람처럼 유전자를 조절하는 마이크로 RNA가 많아서 지능이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RNA는 DNA에 있는 유전 정보대로 단백질을 합성하지만 길이가 짧은 마이크로RNA는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지 않고 그 과정을 조절한다. 즉 유전자의 기능을 좌우한다. 마이크로RNA가 많으면 같은 유전자로 더 다양한 신경세포를 만들어 뇌가 더 복잡해진다. 어린 문어의 뇌 발달 과정에서 마이크로RNA가 활발하게 작동한다. 신경세포가 다리를 포함해 온몸에 퍼져 있지만 일부는 사람 뇌처럼 보호막에 싸인 채 모여 있다. 여기서 인간의 뇌에서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와 유사한 신경 조직도 발견됐다.

https://www.biorxiv.org/content/10.1101/2022.02.15.480520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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