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과천에 산다. 산책을 좋아하여 대공원 쪽으로 난 산책길을 거의 매일 한 시간씩 걷는다. 산책길에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온 사람을 많이 만난다. 필자도 종종 키우는 개와 산책을 나간다. 우리 집 개는 너무도 순하여 생전 짖는 일도 다른 개와 싸우는 일도 없다. 집에 손님이 와도 항상 고리를 치고 다가간다. 산책 중 우연히 반려 견끼리 만나면 상대편 반려 견은 으르렁거리며 마구 달려든다. 주인은 안아버릴 뿐 혼내지 않는다. 이들 개는 늘 다른 개를 만나면 버릇없이 덤벼든다. 우리 집 개는 필자가 자주 관악산 등을 같이 올라가서 아주 건강하다. 12~13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노인견이라서 무리가 될까봐 데리고 가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나가는 반려 견을 보면 대부분 곱게 키웠는지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반려 견은 자연 속에 풀러놓으면 생존능력이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새장에서 곱게 키운 아이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능력이 떨어진다. 우리 사회의 교육은 대부분 금으로 만든 새장에서 반려 견을 키우듯이 이루어지고 있다.
21세기 초 우리나라는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내신 파문, 드라마 ‘SKY캐슬’,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의 자녀 의혹으로 뜨거웠다. 21세기 맹모삼천지교는 엄마가 학교생활기록부에 넣을 스펙을 만들어주고, 교수 부모들이 자녀를 공저자로 올리도록 역할을 하고, 인턴 자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맹모삼천지교는 이제 자신의 집을 떠나 대치동으로 이사하는 것이 되었다.
맹모삼천지교로 대치동으로 이사 온 한 학생은 학원을 열심히 다니고 열심히 하여 중학교 3년 내내 전교 1등을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 성적이 떨어지면서 폭식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정신병원을 찾았다. 또 다른 학생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는 과학고 대비반에 들어가서 집 밖에 나가 놀아본 적도 거의 없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공부 압박감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시도하였다. 많은 청소년이 어릴 때부터 입시공부로 과도한 기대와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을 겪는다. 2000년대 이후 청소년들이 정신병원을 찾는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사교육이 극심한 강남구 등은 우울증 진료가 월등하게 많다.
우리나라 청소년에게 일주일은 ‘월화수목금금금’이다. 1주일 학습시간은 50시간에 육박하여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이다. 정말 열심히 공부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수리과학 성취도 평가에서 1995년 이후 초등학생은 수학 2~3위, 과학 1~2위, 중학생은 수학과 과학에서 3~4위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대단하다. 그러나 OECD 국가 중에 햇볕을 쪼이는 양과 운동량도 1등이다. 최하위 1등.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 흥미도, 자기주도 학습 능력, 공부시간 대비 학업결과는 세계 1위이다. 최하위 1등.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고 자살률도 최고수준이다. 우리나라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수리과학 영역에서의 높은 성취에도 불구하고 수학과 과학에 대한 흥미 정도와 자기주도 학습능력은 꼴찌이다.
학자들 특히 뇌 과학자나 교육학자들은 잘못된 조기교육은 자기조절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이성적인 능력도 떨어뜨린다. 심각한 것은 뇌와 지능발달을 망칠 수 있다.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학습에서의 자율성 저하로 이어진다. 타율적인 교육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학업에 흥미를 잃거나 자신감을 잃게 되며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고 심각한 경우 정신적인 질병까지도 생길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아이를 기계로 보고 발달단계와 뇌 발달에 맞지 않는 교육을 시킨 결과라는 주장이다.
어릴 때부터 조기교육이 아이를 일류대학에 보낼 수 있을까? 선진국에서처럼 청소년시절 운동을 많이 시키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하면 뒤쳐져서 대학진학에 실패할까? 왜 일부 국가에서는 영어 같은 외국어의 조기교육에 반대할까? 왜 국제기구에서는 청소년들에게 8시간 이상의 수면을 기본권을 주장을 할까? 과연 아이에게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으면 대학진학에 실패할까?…이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이 책을 거의 마무리할 때쯤 되면서 필자자신도 많은 것을 깨달았다. 독자들이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나간다면 ‘아하 그렇구나!’라고 깨달을 것이다. 틀림없이! 그것도 인간의 지능은 타고난 지능의 30%가 올라갈 수도 있고, 30%가 떨어질 수도 있고, 학업성적은 50%까지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더 나아가 늙어서 치매에 걸리고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정상적인 정신생활이 가능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