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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Mar 30. 2022

다이어트 약, 유전자 편집과 자유의지

비만과 식탐은 후천적인 면도 있지만 선천적인 요인이 강하다. 선천적인 유전자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불가능하지는 않다. 여기에 체중조절의 자유의지가 있다.


그러나 사실 체중을 빼는 것은 일시적으로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체중을 뺀 사람들은 대부분 요요현상으로 다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거나 심지어는 더 많이 늘어난다. 가수 김태우 씨는 비만 관리 회사로부터 1억 3천만 원을 받고 2015년 다이어트 마케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1년간 요요 방지 프로그램에도 참가하기로 했다. 그가 체중 감량에 성공하자 비만 관리 회사는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다. 그러나 그가 요요 방지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 3개월 만에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고객들의 항의를 받은 회사는 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법원은 계약금의 반인 6천 5백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이어트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나게 하는 사례이다. 


다이어트는 살을 빼는 것이 다가 아니라 바로 요요현상을 이겨내는 일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당장 안 먹고 운동하여 땀을 빼서 체중을 줄이는 것에 집중한다. 그런데 다이어트는 요요현상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하여야 한다. 왜? 바로 인간의 유전자가 다시 체중을 원점으로 돌려놓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물을 빼면 무게가 줄어드는 항아리 같은 물건이 아니다. 우리는 진화과정을 거쳐 형성된 유전자를 가진 유기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럼 요요현상을 없애기 위하여 유전자를 바꾸는 유전자 편집을 하면 되지 않을까? 우리가 가진 유전자 중 원하지 않은 것을 바꿀 수 있을까? 살찌는 유전자, 공부 못하는 유전자를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학적으로는 유전자 편집은 가능하다. 아직은 인간 몸의 ‘신비’가 모두 밝혀지지 않아 유전자 편집으로 인한 위험이 많지만 언젠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유전자 가위로 비만을 일으키는 백색 지방을 체중을 줄이게 하는 베이지색 지방으로 바꿨다. 베이지색 지방은 갈색 지방과 마찬가지로 몸에서 열을 발생시켜 에너지를 소모시켜 살을 뺀다.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에 성공한다면 다이어트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체내에 쌓이는 지방과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조작하면 살이 찌지 않고 날씬해진다. 게다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계속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여 살이 찌지 않는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에 의한 치료는 윤리적인 문제로 인간에게 적용할 가능성은 적다. 언젠가는 가능해지겠지만 우리가 살아서 그럴 가능성은 예측하기 어렵다. 아직은 유전자 가위에 의한 치료는 기대하지 말자. 그러나 생각할 이슈가 있다. 전 세계의 사람들 중에 유전성 희귀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죽음 같은 육체적 고통을 받고 사는 사람, 뇌 이상으로 정상적인 정신활동이 불가능한 사람,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며 죽어가는 사람 등이 그들이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유전자 편집은 고통을 치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희망이다. 무엇을 위한 윤리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할 일이다.


유전자 치료가 아닌 약에 의하여 체중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는 2017년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되었고, 2021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비만 치료제이다. 이 치료제의 체중 감소 효과는 위장 호르몬인 인크레틴에서 비롯된다. 인크레틴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으로, 위에서 음식물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지연시키고 포만감을 증가시키고 식욕을 억제하여 음식을 덜 먹게 한다. 2022년 우리나라 사람을 포함한 동아시아 성인을 대상으로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1년 4개월 정도 섭취했을 때 체중은 평균적으로 약 13.2% 감소했고, 체중이 감소한 사람은 약 83%, 복부 내장지방은 40% 감소했다. 이상 반응 비율 역시 2.5% 수준에 그쳐 안전성이 높았다.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dia/article/PIIS2213-8587(22)00008-0/fulltext#%20


약에 의한 다이어트는 임상실험만을 믿기에는 위험성이 내재한다. 인간은 복잡하게 진화한 유기체로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모른다. 또한 타율적으로 살을 뺀다는 것 자체도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1년 4개월 13%정도 빠진다면 오히려 자신의 노력으로 빼는 것이 자유의지이다. 건강 체질로 몸을 바꾸는 다이어트가 아마도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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