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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Mar 27. 2022

2천 년 인간문명과 기후변화의 상호의존성

지구의 기후는 지구의 자연적인 냉각과 인간에 의한 온실가스 효과가 서로를 상쇄하면서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떨어지고 기후가 차가워지는 소 빙기가 지난 2천년 동안 세 번 나타났다. 첫째는 로마와 중국의 한 제국 말기인 중세 초기이다. 두 번째는 14세기의 소 빙기, 세 번째는 17세기의 소 빙기이다. 중세 초기와 17세기의 소빙기는 문명의 몰락과 프랑스혁명의 원인이 되었다. 기후 대변화는 문명의 대변화를 가져왔다. 그만큼 인류문명은 자연 의존적이다.


대규모로 전염병이 도는 것은 서로 다른 병균을 가진 사람들이 만났을 때 발생한다. 이로 인하여 인구가 줄어 국가가 약화되면 이주자들이 들어와 국가가 붕괴되면서 인구가 더욱 감소한다. 인구가 줄면 거주지와 경작지도 줄어 숲이 늘어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여 밀란코비치 주기에 의한 냉각을 상쇄하던 효과가 사라지면서 소 빙기가 찾아온다. 중세 초기의 소 빙기에는 흉노 혹은 훈족과 게르만족 등이 침입하고 천연두 같은 전염병이 돌아 수천만 명이 죽었고, 로마 제국과 한 제국이 멸망했다. 인간의 활동이 자연을 변화시키고 다시 인간사회를 변화시키는 인간-자연의 순환이다. 인간과 자연을 구분할 필요조차 못 느낄 정도로 인간과 자연은 하나의 생태계이다.


이러한 혼란은 문명의 주변을 확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중국 북부 문명이 남중국으로 들어와 양쯔 강 유역의 숲이 논으로 개간되었다. 서유럽에서는 농업기술이 발전하고 농업이 성장하여 농경이 확대되었다. 결국 인간문명의 확대에 따라 온난화가 이루어졌다. 생태환경이 바뀌면서 몽골의 목축 유목민들은 오랜 내분 끝에 뭉쳐 유라시아를 유린하였고 흑사병이 돌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다시 인구의 감소와 경작지의 축소로 이어졌고, 14세기의 한랭기로 이어지면 기나긴 소 빙기가 찾아왔다.


중세에 지구에는 온난기가 닥쳐서 북아메리카의 아나사지(Anassazi) 문명은 대가뭄으로 인해 몰락했다. 몽골 평원의 목초지들도 줄어든 강수량으로 큰 타격을 입어 유목민들은 중국을 침략했는데 칭기스칸이 바로 이 때 등장했다. 이상 기후라고 해도 될 만큼 수세기 동안 안정적으로 따뜻했던 중세 온난한 기후는 1200년대 말엽 끝나게 되고 이후 1800년대 초까지 기후는 불안정해서 사람들을 괴롭혔다. 중세 온난기가 끝나자 소빙하기가 찾아와 그린란드의 바이킹 정착지가 줄어들고, 알프스 빙하가 녹아 내렸고, 북아메리카의 정착지들이 기근으로 줄어들었다. 이로 인한 농업에의 타격은 프랑스 혁명에까지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바이킹으로 불리던 노르만족은 10세기 비옥한 땅을 찾아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떠나 스페인, 캐나다, 러시아 등 세계 곳곳으로 세력을 넓혔다. 공포의 대상이었던 바이킹은 985년 북쪽 그린란드까지 이동해 정착했다. 가축을 키우기 위한 목초지를 개간하며 농경 생활을 이어갔다. 그린란드 남부 지역 정착촌은 한때 최대 인구가 2000명까지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킹은 900년대부터 4세기 동안 그린란드를 호령하였다. 하지만 바이킹은 갑자기 사라졌다. 빙하기에 닥치면서 혹독한 추위를 견디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해 왔다. 2022년 추위가 아니라 가뭄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 바이킹이 살았던 지역을 연구한 주장으로 신빙성이 높다. 그린란드 남부 바이킹이 정착한 동안 기온이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날이 건조해졌다. 바이킹은 농사를 짓는 게 힘들었고 가축에게 줄 먹이도 부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은 사회 불안정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클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바이킹이 그린란드를 떠난 이유를 단순히 기후변화 탓이라고만 하기는 어렵고 그 원인은 복합적일 것이다. 강인한 바이킹도 결국 가뭄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bm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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