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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Mar 20. 2022

늙으신 부모 낮잠 길어지면 함께 산책하기를

잠을 잘 자는 것이 중요한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뇌의 생체시계는 인간이 24시간 주기에 맞춰 살아갈 수 있게 한다. 밤 9~10시가 되면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유도한다. 1995년 마이클 영(Michael W. Young) 등은 특정 단백질(clock gene period)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 24시간 생체주기를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공로로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12시간동안 세포질에 축적된 이 단백질이 세포핵 안으로 들어간 다음, 스스로 메신저 RNA 전사를 억제해 향후 12시간동안 이 단백질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12-12 루프(순환) 과정이다.


잠자는 습관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자고도 멀쩡하게 산다. 반면 하루에 10시간씩 자지 않으면 못 버티는 사람도 있다. 유전적인 요인도 많지만 생활습관 같은 후천적인 요인도 있다. 잠을 자면 뇌 안을 청소한다. 그래서 잠을 잘못자면 학습장애도 나타나고 치매에도 악영향을 준다. 하룻밤만 잠을 못 자도 뇌에는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뇌 단백질이 급증한다. 50~60대에 하루 6시간 이하로 잠을 자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30% 높아진다. 알츠하이머나 노인성 치매 환자는 수면장애가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 밤에 잠이 잘 안 오고, 잠들어도 곧 깨는 경우가 많다. 노화에 따라 생체 수면 사이클이 교란됐기 때문이다. 세포 내 분자이동을 방해하는 ‘세포질 혼잡’이 불안정한 수면 사이클을 유발한다. 세포질 혼잡은 비만, 치매, 노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나이가 들면 뇌도 노화되면서 잠을 자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것은 다시 치매로 이어진다.


치매가 오기 시작하면 낮잠 자는 시간이 늘어난다. 80세 이상 노인이 낮잠을 자주 자거나 길게 자면 치매 신호일 수 있다. 낮잠이 잦고 길어지는 것은 치매가 나타나기 전의 증상(underlying pathology)이다. 이런 증상이 뇌의 각성을 촉진하는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쳐 낮 시간의 졸림을 유발한다. 참고로 치매 환자는 각성을 촉진하는 뉴런(신경세포)의 수가 적다. 지나친 낮잠은 밤잠에 영향을 미쳐 24시간 생체 리듬에 변화가 나타나면서 치매 위험을 높이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https://alz-journals.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002/alz.12636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인간이 할 수 있는 몇 가지가 있다. 인간의 생체리듬은 태양 빛에 의존한다. 낮에는 야외활동 특히 운동을 많이 하고 밤에는 가급적 늦게 까지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식사시간과 침대로 들어가는 시간이 규칙적이어야 한다. 낮에 졸리면 가급적 자지 말고 가급적 산책 등으로 낮잠을 줄이는 것이 좋다. 그 방법은 단순하지만 노년의 삶과 직결된다. 치매는 비극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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