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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Apr 05. 2022

6천5백만 년 전 포유류 들쥐가 인간의 조상이라는…



나는 인간의 권리만큼 동물의 권리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것이 모든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나는 개나 고양이를 제대로 대접해주지 않는 인간의 종교에는 별 흥미가 없다.


에이브라함 링컨



공룡은 2억 5천만 년 전쯤에 나타났다. 즉 트라이아스기에 최초로 나타났고 약 65백만 년 전인 백악기(Cretaceous period) 말까지 번성하였다. 최초의 포유동물은 최초의 공룡과 거의 같은 시기인 트라이아스기에 나타났다. 공룡의 시대가 갑자기 끝나고, 우리 포유류의 시대가 시작되기까지 거의 1억5천만 년을 기다려야 했다. 


멸종은 생명체에게는 비극이지만 새로이 나타날 생명체에게는 희망이다. 지구상에 나타났던 대부분의 생명체는 멸종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생명체는 지구상에 나타났던 생명체 중 1%도 안 된다. 고생대 말에는 생명의 대멸종이 발생했지만 공룡이 탄생했고, 또 다른 멸종으로 공룡들이 사라지고 포유류의 시대가 열렸으며, 인간도 등장했다. 현생 생물은 멸종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공룡이 사라지자 포유류는 그들이 있던 자리에 번창하기 시작하였다. 포유류는 파충류와는 달리 따뜻한 피와 털을 지니고 있다. 새끼는 태어나기 전에는 암컷의 몸속에서, 태어난 후에는 우유를 만드는 땀 분비선이 개량된 젖으로 키워진다.


북아메리카 서부지역에서는 원시 포유동물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2021년 공룡대멸종을 전후해 등장한 작은 크기의 포유류, 일명 ‘호빗 생물’ 3종을 새로 발견하였다. 이들 3종의 동물은 백악기 말 공룡이 멸종한 직후부터 신생대의 시작인 팔레오기 팔레오세 초기에 북미 지역에 등장했다. 이번에 발견된 포유류들의 성체 크기는 생쥐부터 집고양이 정도로 확인됐다. 이빨 구조를 보면 육류뿐만 아니라 질긴 식물까지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잡식성이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북미 서부 지역에서 새로운 포유류를 발견함으로써 공룡이 멸종한 후 포유동물들이 세계 곳곳에서 폭발적으로 나타났으며 급속한 진화를 통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게 해 줬다. 대멸종 이후 포유류가 번성해 다양한 초식동물이 출현했다. 


우리 인간은 들쥐 비슷한 동물의 후손이다. 과학문헌에 나오는 그 동물의 이름은 프로퉁굴라툼 도니(Protungultum donnae)이다. 유인원을 비롯한 우리와 같은 모든 포유류의 선조이다. 털이 부숭부숭한 꼬리를 가진 귀여운 동물로서 무게는 220그램을 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동물로부터 수천만 년이 지나면 스스로의 뿌리를 찾고 있는 ‘나’와 21세기 문화와 역사, 종교와 과학을 이룬 인류가 살고 있다.


지금까지 공룡 멸종 이후 등장한 포유류들은 생존을 위해 뇌의 크기를 키웠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최초의 포유류들은 크기가 너무 작아 생존 능력이 낮았을 것이다. 따라서 상당히 오랜 세월 동안 덩치가 크고 힘이 센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았을 것이다. 머리가 좋은 종보다는 몸집이 큰 개체가 더 유리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제5차 대멸종’으로 공룡이 사라진 뒤 초기 포유류들은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뇌보다는 몸집을 키웠다는 증거가 2022년 나왔다. 공룡 멸망 직후 1000만년 동안 포유류들은 생존을 위해 몸집을 키우고 신체기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 큰 두뇌, 복잡한 감각 기능을 발달시킨 것은 그 이후이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l5584


파충류와 포유류의 기원과 역사는 우리 인간과 동떨어진 생명에 대한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의 뇌는 진화과정에서 파충류나 포유류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폴 맥린(Paul Maclean, 1913~2007)은 인간의 뇌는 기능적, 진화론적 관점에서 따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눈다. 한 부분은 ‘파충류의 뇌’인 뇌간이다. 호흡과 체온, 기본적인 생리 작용을 관장하여 생존을 위한 뇌다. ‘원시 포유류의 뇌’는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를 포함하는데 다양한 감정과 관련된다. ‘신 포유류의 뇌’는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대뇌의 피질부위와 전두엽이다. 인간의 이성과 인지기능을 담당한다. 이 부분은 출생과 함께 서서히 발달하기 시작한다.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아주 서서히 이 부분이 진화되었음을 반영하는 듯하다.


2013년 번역된 도널드 프로세로의『공룡이후』는 공룡시대 이후 신생대(Cenozoic era) 포유류 시대의 진화를 쓴 책이다. 그는 지구 나이 45억 살을 1년으로 비유하여 최초의 포유류가 12월 17일에 출현했으며 자정 1초 전에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했다고 썼다. 포유류의 발생은 우주 역사에서 가장 최근의 일이며 인간의 탄생은 더 그렇다. 우주의 시간에서 보면 인간은 스쳐나가는 생물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지구상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많은 생물들처럼 인류 역시 언젠가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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