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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Apr 09. 2022

해킹이 불가능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다중 우주에 대한 최초의 논문은 1957년 나왔다. 프린스턴 대학 수학과 박사과정에 있던 휴 에버렛(Hugh Everett)의 논문이다. 그가 주장한 다중 우주를 이해하려면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알아야 한다. 고양이 한 마리가 상자 안에 있다. 상자 안에는 치명적인 청산가리가 들어 있는 유리병, 라듐, 그리고 망치가 있다. 라듐 핵이 붕괴하여 탐지기가 그것을 감지하면 망치가 유리병을 깨어 청산가리가 나오면 고양이가 즉사한다. 라듐이 붕괴할 확률은 반반으로 고양이가 죽고 살 확률도 반반이다. 상자를 열기 전에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다. 고양이는 동시에 살아있고 또한 죽어있다는 것이 ‘주류’ 양자 물리학의 입장이다. 이를 양자 물리학에서 ‘중첩’이라고 부른다. 상자를 열어 봐야 비로소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있을 뿐, 열기 전까지는 고양이는 절반은 죽어 있고 절반은 살아 있는, 살아 있기도 하고 죽어 있기도 한 이상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말이다. 이 이야기는 애초에 양자 물리학이 터무니없음을 조롱하려 만든 이야기이다. 고양이가 살아 있기도 하고 죽어 있기도 하다니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고양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상자를 열어보면(양자 측정)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어있던(양자 중첩) 고양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알 수 있다. 고양이의 생사가 확정되면 바꿀 수가 없다. 그러나 상자를 조금만 열어서 고양이의 꼬리만 본다면 고양이의 생사여부를 완전하게 알 수가 없다. 고양이가 꼬리를 움직인다면 알 수는 있지만 잠들었다면 알 수가 없다. 이것을 양자역학에서는 ‘약한 측정’이라고 부른다. 측정의 정도를 강하게 하면(‘강한 측정’) 양자 상태에 대하여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되고, 초기 양자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확률은 낮아진다는 것이 2022년 우리나라 과학자들에 의하여 증명되었다. 양자 기술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해커가 정보를 다 빼내려고 하면 되돌릴 가능성이 점점 ‘0’으로 간다는 것 보여준 것이다.

https://journals.aps.org/prl/abstract/10.1103/PhysRevLett.128.050401


다중 우주를 이해하려면 중첩을 주장하는 양자 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을 알아야 한다. 1911년 벨기에의 사업가이자 과학자인 어네스트 솔베이(Ernest Solvay, 1838~1922)는 당대 최고의 과학자 23명을 초청하여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 솔베이 회의(Conseils Solvay)를 개최하였다. 이후에도 당대 최고의 과학자만 초청된 학회가 대략 3년 주기로 브뤼셀에서 열려왔고,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1927년 29명의 과학자가 초청된 다섯 번째 회의이다. 이 과학자 중에는 아인슈타인이 있었고 29명 중 17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이 회의에서 양자 역학에 대한 ‘코펜하겐 해석’이 나왔다. 이 해석이 양자 역학의 정통 해석이다. 앞에서 말한 중첩이라는 현상도 코펜하겐 해석이다.


반면 휴 에버렛은 코펜하겐 해석과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상자의 뚜껑을 열면 고양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여는 순간 죽은 고양이와 산 고양이가 서로 다른 우주에 동시에 존재한다. 휴 에버렛은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삶과 죽음이 중첩된 상태가 아니며, 상자의 뚜껑을 여는 순간 우주는 두 갈래로 갈라진다고 해석한다. 휴 에버렛의 해석은 다중 우주 해석이다. 휴 에버렛의 다중 우주는 평행우주라고 불린다. 다중 우주는 일반적으로 여러 개의 우주가 있다는 이론이고, 평행우주는 동일한 차원의 우주가 ‘평행’으로 있다는 의미이다. 고양이가 살아 있는 우주와 죽어 있는 우주가 평행하게 같이 있다. 우리는 뚜껑을 열었을 때 보이는 세계(고양이가 살았다면 고양이가 살아있는 세상)에서 산다. 고양이가 죽어 있는 세계도 존재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볼 수도 그곳에 갈 수도 없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터무니없어 보인다. 물론 중첩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명심하라. 한 때는 터무니없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 사례는 많다. 빛의 속도로 날아가면 시간이 멈춘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당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터무니없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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