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의 불행한 청소년


이글은 2020년 3월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업데이트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9~17세 아동과 청소년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6.57점(10만 만점)으로 OECD 27개국 중 가장 낮다. 우리나라는 우울증 발생비율이 36.8%로 OECD 회원국 중 1위이다. 자살율도 세계 1위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아이가 ‘헬조선’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는다. 신문과 인터넷 뉴스에 흔히 나오는 기사이다. 오랫동안 이런 기사에 접한 사람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나라 청소년은 대학을 들어가서도 후유증에 시달린다.

“사교육에 치여 내가 누구인가 고민할 겨를도 없었다. 모두가 똑같은 앵무새로 키워지도록 강요받는 느낌이었다.”

1백 여명의 서울 소재 명문대에 2009~2015년에 입학한 대학생들에 대한 조사 결과이다. 이들 대학생들 중 스스로 학원 수강 여부 등을 결정한 경우는 15.7%에 그쳤고, 나머지는 모두 부모의 계획과 주도 아래 사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주도하는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상당수가 부모를 원망하였고 사교육 경험을 떠올리기도 싫은 상처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언제나 너무 지겨웠고 화가 났으며 내신, 수능, 토플, 논술, 제2외국어 등을 준비하던 대학 입시 기간이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2019년에는 정말 비극적인 기사가 나왔다. 의대 인턴을 마친 아들이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당신의 아들로 산 세월은 지옥이었다. 이제 당신하고 인연을 더 이상 이어나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나를 찾지 말아 달라.’라고 말하고 사라졌다는 기사이다.


2011년에는 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고3 학생이 엄마를 살해한 끔직한 사건이었다. 그 학생의 어머니는 집 거실에 ‘서울대학교’라고 쓴 큰 종이를 붙여 놓았다. 아들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밥을 안 주거나 잠을 못 자게 했다. 이 학생은 “어머니가 계속 꿈에 나타나 무서워 자살해 버릴까 생각했다.”라고 울먹이며 범행을 자백했다.


자녀들만 고통스러운 일이었던 것이 아니라 부모들도 함께 힘들었다. 어떤 엄마는 “대학에 떨어졌다는 통지를 받고서 먹었다 하면 체했고 속이 메슥거렸다. 아이를 위로해줘야 하는데 고함부터 지른다. ‘그래. 네가 공부 열심히 안 하고 딴 짓할 때 알아봤어!’”라며 힘들어했다. 우리나라에서 부모가 자녀의 교육에 돈과 시간을 투자할수록 자녀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신앙’ 같은 믿음이 있다. 부부 중 한 사람 또는 부부 모두가 자녀 입시공부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 모두가 그러면 자녀들은 정말로 힘들다. 부부 중 한 사람만 그런 경우 가정 내 갈등이 심하다. 진정으로 자녀를 위한 것인지 남들에게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려는 욕심인지 돌아보아야 하지만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들리지 않는 충고이다. 애들을 밤늦도록 붙잡고 공부를 시키면 오히려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고 얘기해도 듣지를 않는다. 특히 부부의 생각이 다른 경우 심각한 갈등요인이 된다. 이런 경우 설득은 쉽지 않으니 노력을 인정하려는 태도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니면 ‘당신이’ 너무 힘들어 보인다고 말하는 것이 대화에 도움이 된다. 자녀가 꿈을 갖고 노력할 때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올바른 역할이지만 그것도 말은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미래형인재자녀교육(표지3D).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장내미생물이 인간의 정신 기능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