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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May 08. 2022

다이어트는 장내미생물이라는 운명의 장난


장뇌 축(gut-brain axis) 이론은 장과 뇌 사이에 신호 전달 경로가 있다는 주장이다. 장의 미생물이 장에 있는 신경망이나 뇌에 직접 영향을 주거나 반대로 뇌의 활성도가 면역세포를 통해 장 미생물에 영향을 미친다. 장의 미생물(gut microbiota) 세포에서 떨어진 부산물은 혈액을 타고 순환하면서 면역, 물질대사, 뇌 기능 등을 조절한다고 알려졌다. 장 생태계에 변화가 생기면 뇌의 시상하부 뉴런이 곧바로 이를 감지해 식욕, 체온 등을 조절한다는 것은 2022년 밝혀졌다. 따라서 체중에도 영향을 준다.


장내 세균의 분포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러한 차이로 건강이 달라진다.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쉽게 배탈이 나거나 살이 찌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내 세균과 비만이 관련이 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은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 때문일 수 있다. 비만인 사람은 장내 세균 구성이 정상인과 다르기 때문이다. 장내 미생물은 유익 균과 유해 균으로 나누어진다. 유해 균이 많아지면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장내미생물에 따라 체중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뚱뚱해지면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더 찐다. 살이 찌면 장내 미생물이 달라져서 그렇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도 이는 명백하다. 비만인 쥐의 장내미생물을 다른 쥐에게 넣으면 체지방이 금방 증가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뚱보 균’으로 불리는 퍼미큐테스(Firmicutes) 균은 당분의 발효를 촉진해 지방을 과하게 생성하게 하고 지방산을 생성해 비만을 유도한다. 뚱뚱한 사람의 장에는 이 뚱보 균이 많다. 반대로 날씬한 사람의 장에는 정반대 기능을 하는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가 많다. 뚱뚱한 사람이 탄수화물과 지방을 줄이는 다이어트를 하면 박테로이데테스문 비율이 높아지고 퍼미큐테스문은 낮아진다. 퍼미큐테스는 장내 유해균으로 당분 발효를 촉진해 지방을 과하게 생성하게 하고 지방산을 생성해 비만을 유도한다. 반면에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 활성화는 방해한다. 박테로이데테스는 지방 분해 효소를 활성화하고 체내 지방 연소 및 체중 감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퍼미큐테스와 달리 혈당 감소 호르몬을 활성화해 체내 혈당도 떨어뜨린다. 장 기능을 향상하고 면역력을 높여 살이 잘 찌지 않도록 돕고, 지방 분해가 활발히 이뤄지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12명의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1년 동안 다이어트 식이요법을 진행하면서 장내 세균총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가 그것을 말해준다. 다이어트 시작 전에 비만이었던 사람들은 마른 체형의 사람들에 비해 박테로이데테스문이 적고 퍼미큐테스문(firmicutes)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살이 빠지자 마른 체형의 사람들과 유사하게 박테로이데테스문 비율이 높아지고 퍼미큐테스문이 점차 낮아졌다. 이처럼 장내 환경이 다이어트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다이어트 성공 이후에도 감량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내 미생물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익 균 증가를 위해서는 유익 균의 먹이인 식이섬유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것도 좋다. 프로바이오틱스란 건강에 좋은 살아 있는 균을 말한다. ‘유산균’이 대표적이다. 유산균을 섭취하면 장에 도달하고, 장에서 젖산을 분비해 장내 환경을 산성으로 유지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산성 환경을 견디지 못하는 유해균은 감소하고 유익 균이 증가해 장내 균형이 맞춰지면서 장내 균 총이 정상화한다.


체지방 감소 기능을 가진 프로바이오틱스도 개발됐다. 바로 락토바실러스 복합물(HY7601+KY1032)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체지방 감소’라는 기능을 인정받은 원료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장에 정착해 지방세포의 합성을 억제하며 장내 세균총을 변화시켜 근본적으로 체지방을 감소시켜준다. 식물유래 유산균이기도 한 ‘락토바실러스 복합물’은 ‘배변 활동 원활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의 기능성도 인정받았다.


실제로 락토바실러스 복합물을 섭취한 후 측정했더니 체지방, 체중, 복부지방, 피하지방, 체질량지수가 감소했다. 특히 체중에서 체지방량을 뺀 제지방량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는 몸에 필요한 근육이나 수분의 감소 없이 오로지 체지방만 빠진 건강한 다이어트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살이 쪄서 비만인 사람과 잘 먹고도 날씬 한 사람이 자신의 의지에 의하여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가 있다. 유전자로 인한 선천적인 요인도 있지만 뱃속에 있는 미생물의 장난에 의한 것도 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운명은 미생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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