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위한 인간 진화생물학 알기

우리 인간의 몸과 생긴 모습, 생각과 행동 그리고 비만과 체중은 오랜 진화를 통하여 먼 조상으로부터 우리 몸으로 전해진 유전자가 발현한 것이다. 우리는 축적된 과거를 지니고 현재를 살면서 미래로 나가는 존재이다.

한 때 인간의 조상은 먹을 것이 풍족한 숲에서 살았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는 기후변화로 숲이 크게 줄고 초원이 많아지면서 먹을 것을 찾아 나무에서 내려와야 했고 결국은 두 발로 걷는 존재가 되었다. 인간은 사자 같이 힘도 세지 않았고 치타처럼 빨리 달리지도 못한다. 먹고 살기 위하여 머리를 써야했고, 끈질기게 동물을 쫓아다니며 창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사냥을 해야 했다. 아프리카 원주민 중 칼리하리 지역에 사는 ‘부시맨’은 지금도 이렇게 사냥한다. 더운 사바나지역에서 털이 있으면 열이 빠져나가지 않아 오래 달릴 수가 없다. 점차 털이 없어졌고 그 자리에 무수한 땀구멍만 남았다. 털이 많은 치타나 고릴라는 빨리 달릴 수는 있지만 땀이 잘 빠지지 않아 오래 달릴 수 없다. 개는 조금만 뛰어도 헉헉거리면서 혀를 내밀고 헐떡인다. 인간은 털이 많은 고릴라보다는 힘은 약하지만 오래 걷고 달릴 수 있다. 이렇게 오래 달리거나 걸으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여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지방이 훨씬 많아졌다. 뱃살이 많다면 인간이라는 증거이다. 비만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다. 인간이 ‘털 없는 원숭이’로 마라톤경기를 올림픽에서 채택 하게 된 것은 기후변화가 원인이었다. 그렇게 진화한 인간의 모습은 산타클로스에게도 반영되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아이들이 기다리는 산타클로스도 뽈록 배에 퉁퉁한 할아버지이다. 빨간 옷을 입은 푸근한 할아버지 모습지만 건강에는 적신호이다. 흰머리에 나이도 많은 살찐 할아버지가 밤새 배송을 하면 관절염에 걸릴 수 있다. 

인간은 날씬한 사람도 다른 영장류보다 체지방이 많다. 유인원은 체지방률이 평균 10% 정도이지만 인간은 남자의 체지방률이 20% 이상, 여자는 40% 내외로 훨씬 높다. 특히 여성의 경우 아기에게 모유를 먹여야 해서 더 많은 체지방이 있다. 또한 침팬지 같은 유인원은 갈색 지방이 많지만, 인간은 백색 지방이 많다. 백색 지방은 주로 피부 아래나 복부에 쌓인다. 또한 에너지 사용도 다른 동물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많다. 인간의 하루 총 에너지 소비량은 유인원보다 400~820㎉나 더 많다. 인간의 비만과 과체중은 인간이라는 생물학적인 ‘종’ 차원에서의 유전적인 요인 때문이다. 

지방을 축적하는 체질로 진화한 인간은 대부분 당분이나 염분, 탄수화물이나 지방에 대한 타고난 식탐이 있다. 어떤 사람은 특히 지방을 어떤 사람은 특히 탄수화물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단맛을 어떤 사람은 짠 맛을 좋아한다. 지방이나 탄수화물에 식탐이 없더라도 이것을 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특히 가공 식품이나 초 가공 식품에는 식탐을 일으키는 당분과 염분, 탄수화물과 지방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그래서 가공 식품이나 정크 푸드를 많이 먹으면 코카인이나 헤로인 같은 약물 중독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우리 인간은 에너지와 지방을 몸에 비축하도록 진화하여 다이어트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유전자를 거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든 사람이 겪어봐서 안다. 청소년이 사랑이 찾아오는 것을 거부할 수 없듯이. 살이 빠지면 우리 몸에서는 입맛을 돋우는 최소 일곱 가지의 호르몬이 분비된다. 다이어트로 살을 뺏다가 ‘요요 현상’을 겪는 것은 유전자 탓이다.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의 90% 이상이 5년 내에, 99%는 10년 내에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가거나 더 살이 찐다. 요요를 겪으면 살이 더 찌고 살을 빼기 더 힘든 체질이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더욱 나쁜 것은 요요 현상은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자연에 적응하여 진화된 인간의 몸이 이제 바로 비만과 고혈압,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인간에게 그만큼 자유의지의 한계가 있음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