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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May 19. 2022

자녀사랑의 과학



그해 여름


분홍 빛 내리닫이 입고

딸에게 친구들에게

손 흔들며 작별하고

수술실에 들어갔었던 그 해 여름

눈을 떴을 때

하루사이

세계지도 같이 기미가 쓴

딸의 얼굴이 보였다


글 쓰는 굴레 벗어버리고

고뇌와 분노의 굴레 벗어버리고

미움과 절망도 다 벗어버리고

그해 여름은 불행하지 않았다.


박경리


부모와 자녀 간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은 인간의 삶에서 ‘극적인’ 요소이다. 그것은 문학작품 속에, 영화와 연극에서 표현되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사랑의 원천이었고 그것 없이는 인간의 삶은 거칠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사랑을 뇌 과학으로 설명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진화의 산물이고, 종교적으로 피조물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진실은 가린다고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한계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여자가 출산을 하면 뇌 구조가 변한다. 아기를 낳은 여성의 뇌에서 특정 영역의 대뇌피질이 줄어들고 아기와의 유대감이 높아진다. 아기와의 유대감이 높게 나온 여성일수록 이러한 뇌 구조 변화가 더 많이 일어났다. 특히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특정 전두엽 영역이 변하기 시작했다. 뇌의 이런 변화는 2년 가까이 유지된다. 또 다른 사람의 아기 사진보다 자신이 낳은 아기 사진을 볼 때 뇌 공감 영역이 훨씬 강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남자의 경우 아버지가 되기 전과 아버지가 되고 나서의 이 부분의 차이가 없다. 아버지의 비극이다. 늙어서도 아버지는 ‘어려운’ 존재로 남는 생물학적 배경일 것 같다.


호르몬 변화에 따른 사랑은 동물에게도 일반적이다. 바다 속에 사는 머리 좋은 문어는 특히 별나다. 문어는 알을 낳으면 먹지도 않을 정도로 헌신한다. 알에서 새끼들이 나오고 첫 번식을 끝내면 자신을 파괴하는 행동으로 1년의 수명을 마친다. 마치 ‘삶의 의욕’을 상실한 듯 죽어간다. 1977년 문어의 이런 행동이 눈샘(optical gland)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문어의 눈샘을 없앴더니 새끼 보호 행동이 없어진 것이다. 2018년에는 문어가 음식을 안 먹고 죽어가는 행동을 할 때 콜레스테롤 대사와 스테로이드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활성화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스테로이드 호르몬 분비의 극적인 변화 때문이다. 어미 문어의 눈샘에서 콜레스테롤 전구물질이 나왔다. 사람도 이런 물질이 많아지면 심각한 발달행동장애를 일으킨다. 문어는 자신의 종을 먹어버리는 성향이 강해 태어난 새끼를 먹어버리는 일을 막기 위해 그렇게 진화했을 수 있다.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22)00661-3?_returnURL=https%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0960982222006613%3Fshowall%3Dtrue


과학이 발전할수록 인문학적 용어인 ‘사랑’을 정의하기가 어려지고 있다.




제가 쓰는 글은 다음 사이트에 동시에 올리고 있습니다.

편한 사이트에서 보기 바랍니다.

특히 ‘표’나 그림은 깨져서 볼 수 없으니 블로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and.us/band/87640561 


https://blog.naver.com/ksk0508live 


https://www.facebook.com/groups/36174124726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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