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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수수께끼인 이유: 길고긴 진화 때문

인간의 진화과정을 돌아본다는 것은 자신을 아는 가장 중요한 시도이다. 그것을 깊이 들여다보면 왜 인간이 이렇게도 복잡하고 다양하며, 때로는 자애롭고 때로는 잔인한지 알 수 있다. 그러한 이해없이 인간을 바라본다면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중남미 사람들의 외모를 보면 아시아 사람의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뭔가는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그들이 멸종한 고대 인류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도 그런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복잡한 종간의 혼합의 산물이다.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등 라틴아메리카에 있는 5개 국가에서 여성 3408명과 남성 2761명을 대상으로 얼굴 특징을 관찰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이들의 오른쪽 얼굴을 사진으로 찍어 얼굴의 옆모습의 주요 특징 19개와 보조 특징 22개를 찾아냈다. 이를 기초로 얼굴의 특정 부위의 길이, 비율, 각도 등 측정값 59개를 정의하고 이와 관련 있는 유전자 영역 32개를 찾아냈다. 이 중 입술 모양에 관여하는 유전자영역(WARS2/TBX15)은 약 4만 년 전 사라진 데니소바인으로부터 기원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유전자 영역은 허리와 엉덩이에 분포된 체지방 비율과도 연관이 있다. 이는 데니소바인이 추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 생긴 진화의 산물인 것으로 추정된다. 뾰족한 코 모양에 관여하는 유전자영역(VPS13B)도 있다.

https://advances.sciencemag.org/content/7/6/eabc6160

지금은 멸종하고 사라진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s)과 데니소바인(Denisovans)의 유전체를 새로운 분석방법(ARGweaver-D 유전체 분석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결과 일부 사람들은 ‘미지’의 고대 조상으로부터 전해진 DNA를 가지고 있다. 네안데르탈인 유전체의 3%가 다른 고인류들로부터 유래했고 이들 사이의 교배는 20만 년~30만 년 전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데니소바인 유전체의 1%는 훨씬 더 과거의 미지의 고 인류로부터 유래했으며, 이러한 ‘초 고대(super-archaic)’ 유전체 영역의 15%는 현대인에게도 전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고 인류들이 함께 살 때 유전자 교환이 있었다는 증거이다. 우리 인간은 단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유래했다는 생각은 그 자체가 오류이다.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 같이 그 기원이란 말도 쓸 수 없을 만큼 복잡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 피부색이나 코의 크기를 결정하는 유전자는 전체 유전자 중 극히 미미한 것이다. 인간은 그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가 않다.


현대인이 가진 알 수 없는 멸종인류의 유전자가 또 발견되었다. 서아프리카 사람의 유전자에서 약 100만 년 전 현생인류의 조상으로부터 분리된 고대 인류 한 종의 DNA가 발견된 것이다. 나이지리아의 요루바족과 시에라리온의 멘데족 등 일부 서아프리카 사람의 DNA에서는 현생인류나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에서는 볼 수 없는 변이가 발견됐다. 이 고대 인류 집단은 최고 100만 년 전 다른 집단과 갈라섰으며, 약 5만 년 전 서아프리카 주민의 조상과 통혼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는 현생 인류의 조상이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과 통혼한 시기와 겹친다. 


진화의 흐름을 생각해보면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은 종간에 번식이 가능한 아종이나 변종 간에 교류가 있었을 것이다. 그 교류에 과학적 증거가 계속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를 모르고 현재를 논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https://blog.naver.com/ksk0508live/2222704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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