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공부하는 아이와 마음의 대화를 하세요

이글은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3번째 업데이트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9~17세 아동과 청소년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6.57점(10만 만점)으로 OECD 27개국 중 가장 낮다. 우리나라는 우울증 발생비율이 36.8%로 OECD 회원국 중 1위이다. 자살율도 세계 1위이다. 우리나라 10대 청소년들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자살이 청소년 사망원인 1위로 자리 잡은 것은 이미 꽤 오래전 일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아이가 ‘헬조선’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는다. 신문과 인터넷 뉴스에 흔히 나오는 기사이다. 오랫동안 이런 기사에 접한 사람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나라 청소년은 대학을 들어가서도 후유증에 시달린다.

“사교육에 치여 내가 누구인가 고민할 겨를도 없었다. 모두가 똑같은 앵무새로 키워지도록 강요받는 느낌이었다.”

1백 여명의 서울 소재 명문대에 2009~2015년에 입학한 대학생들에 대한 조사 결과이다. 이들 대학생들 중 스스로 학원 수강 여부 등을 결정한 경우는 15.7%에 그쳤고, 나머지는 모두 부모의 계획과 주도 아래 사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주도하는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상당수가 부모를 원망하였고 사교육 경험을 떠올리기도 싫은 상처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언제나 너무 지겨웠고 화가 났으며 내신, 수능, 토플, 논술, 제2외국어 등을 준비하던 대학 입시 기간이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설령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더라도 입시에 지쳐 무기력하게 사는 사람도 꽤 많다.

“정말 열심히 해서 일류대에 붙었어요. 꿈에 그리던 대학에 입학했는데 이제 아무 것도 하는 것이 싫어요. 움직이기조차 싫고 그냥 누워서 쉬고 싶어요.”


2019년에는 정말 비극적인 기사가 나왔다. 의대 인턴을 마친 아들이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당신의 아들로 산 세월은 지옥이었다. 이제 당신하고 인연을 더 이상 이어나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나를 찾지 말아 달라.’라고 말하고 사라졌다는 기사이다.


2011년에는 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고3 학생이 엄마를 살해한 끔직한 사건이었다. 그 학생의 어머니는 집 거실에 ‘서울대학교’라고 쓴 큰 종이를 붙여 놓았다. 아들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밥을 안 주거나 잠을 못 자게 했다. 이 학생은 “어머니가 계속 꿈에 나타나 무서워 자살해 버릴까 생각했다.”라고 울먹이며 범행을 자백했다.


자녀들만 고통스러운 일이었던 것이 아니라 부모들도 함께 힘들었다. 어떤 엄마는 “대학에 떨어졌다는 통지를 받고서 먹었다 하면 체했고 속이 메슥거렸다. 아이를 위로해줘야 하는데 고함부터 지른다. ‘그래. 네가 공부 열심히 안 하고 딴 짓할 때 알아봤어!’”라며 힘들어했다. 우리나라에서 부모가 자녀의 교육에 돈과 시간을 투자할수록 자녀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신앙’ 같은 믿음이 있다. 부부 중 한 사람 또는 부부 모두가 자녀 입시공부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 모두가 그러면 자녀들은 정말로 힘들다. 부부 중 한 사람만 그런 경우 가정 내 갈등이 심하다. 진정으로 자녀를 위한 것인지 남들에게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려는 욕심인지 돌아보아야 하지만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들리지 않는 충고이다. 애들을 밤늦도록 붙잡고 공부를 시키면 오히려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고 얘기해도 듣지를 않는다. 특히 부부의 생각이 다른 경우 심각한 갈등요인이 된다. 이런 경우 설득은 쉽지 않으니 노력을 인정하려는 태도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니면 ‘당신이’ 너무 힘들어 보인다고 말하는 것이 대화에 도움이 된다. 자녀가 꿈을 갖고 노력할 때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올바른 역할이지만 그것도 말은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인간의 뇌는 가소성이 크다. 즉 인간은 유전자에 의하여 뇌가 ‘세팅’되어 태어나지 않는다. 자라면서 접한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발달한다. 그만큼 확장성이 크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인간의 뇌가 지식을 많이 입력시킨다고 그만큼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정보의 종류와 양도 의미는 있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생각할 수 있는 능력, 다시 말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키는 것이 교육이라는 점이다.


또한,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단순하게 입력시키고 문제를 풀고 해결하는 훈련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의욕과 동기가 있어야 하고 창의적으로 스스로 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부모가 그렇게 하라고 말한다고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흥미와 의욕 없이 그리고 타율적으로 시키는 공부는 고통을 가중시키고 흥미를 잃게 하고 재능마저도 죽일 수 있다.


우선 부모라면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하기를 권한다. 아이들이 정말 무엇을 생각하는지 마음을 열고 듣기만 해야 한다. 그러나 입시에 시달리면서 힘든 아이들은 결코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아이와 대화를 시도하기를 권장한다. 아이들과 부모의 대화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당신이 정말로 아이를 사랑한다면 모든 것을 걸고 노력하여야 한다. 대학합격이 아니라 아이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들어주기를 바란다. 당신의 아이가 설령 원하는 대학에 가더라도 삶이 피폐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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