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성이나 절제능력은 지능이 높을수록 높다. 참을성이 강하고 인내력이 강한 사람이 눈앞의 만족보다 자신이 원하는 목적달성에 매진한다. 자기 절제는 목적 지향적인 행동을 하는 데에 필수적인 것이다. 인지 능력이 높을수록 자기 절제력도 높다. 이러한 절제능력은 유인원이나 영장류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머리가 좋은 개나 앵무새도 높다. 놀라운 것은 오징어도 절제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갑오징어는 새우 같은 먹이를 찾아 방향을 알고 학습과 기억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갑오징어를 종종 지능실험에 사용한다. 갑오징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의 결과 미래의 더 큰 보상을 위해 현재의 만족을 참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갑오징어는 더 좋아하는 먹이를 먹기 위해서 1~2분 기다린다. 유인원이나 개, 앵무새를 대상으로 한 유사한 실험에서 이들이 눈앞의 먹이를 먹지 않고 참는 동안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거나 눈을 감는 행동을 한다. 갑오징어도 참는 동안 몸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행동이 관찰되었다. 아이를 키울 때 참고 인내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사랑으로 감싸고 보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면 절제능력이 키워지지 않아 어른 어린이가 될 수 있다.
갑오징어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를 기억하고 먹이를 결정할 때 활용한다. 게다가 갑오징어는 아동의 자제력을 시험하기 위해 개발된 마시멜로 테스트에서 침팬지나 까마귀 수준의 자제력을 보인다. 눈앞의 먹이를 보고 더 큰 보상을 위해 오래 참는 갑오징어가 더 높은 학습능력을 갖고 있다.
문어를 비롯하여 오징어, 주꾸미, 갑오징어 등은 ‘두족류’라고 한다. ‘두’는 머리를 ‘족’은 다리를 의미하여 머리와 다리가 붙어있다는 의미이다. 이들의 다리에도 신경세포가 있으니 ‘족’이라고만 하기는 무리가 있다. 이들은 척추도 없고 뇌도 없는 무척추동물인데도 똑똑하다. 동물은 뇌가 있는데 문어는 ‘큰’ 뇌는 없지만 신경세포가 발달하여 지능이 좋다. 이것을 설명하는 과학 용어가 수렴 진화(convergent evolution)이다. 수렴 진화란 서로 관련이 없는 생물이 비슷해지는 것을 말한다. 박쥐는 포유류인데도 다른 포유류와는 달리 날개가 있어 날아다닌다. 박쥐와 새는 관련이 없는 종으로 모두 날개가 없는 조상으로부터 진화하였다. 그럼에도 박쥐와 새는 뼈의 구조와 날개의 모양에서 유사하다. 문어의 신경계도 뇌와 유사하게 지능이 좋아지는 방향으로 ‘수렴’ 진화를 했다. 두족류는 뇌의 크기는 작지만, 무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복잡한 신경계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배우자’를 보호하고, 관찰하여 배우는 등 놀라운 지능을 가지고 있다. 뉴런의 수는 5억 개로 2억 개인 쥐보다 훨씬 많다. 수억 년 전에 나타난 문어가 과연 또 다시 수억 년이 흘러가면 인간과 같이 생각할 수 있는 생물로 진화할 수 있을까? 인간의 조상도 수억 년 전에는 문어의 조상과 같았음을 생각해보면 진화는 신비롭기도 하지만 인간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좀 어려운 내용이지만 문어이야기를 좀 더 하고 최근 연구를 소개하기 위하여 전이인자라는 것을 설명한다. 사실 필자도 잘 모른다. 전이인자(transposable element)는 염색체 내에서 이동할 수 있는 DNA 서열로 점핑 유전자(jumping genes)라고도 부른다. 인간 게놈의 45%는 전이인자라는 것이 발혀졌다. 전이인자는 변이를 일으켜 유전병의 원인이지만, 일부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도록 유전자를 변화시키면서 진화와 적응에 기여한다.
사람 뇌의 해마에 많이 있는 핵인자(Long Interspersed Nuclear Elements, LINE) 전이인자는 인지와 기억 능력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어에도 이러한 전이인자가 있다. 사람과 문어 뇌 모두 학습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에서 전이인자가 발견된 것은 유전적으로 거리가 먼 생물이 독자적으로 비슷한 분자적 과정이 일어나는 수렴진화의 좋은 사례이다.
https://bmcbiol.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s12915-022-01303-5#citeas
재밌는 것은 기독교 창조과학계의 생각이다. 2020년 한동 대학 생명과학과 현창기 교수의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발견했다. 창조과학계의 주장을 게재하는 한 저널에 2019년 게재한 논문을 인용하였다. ‘인간은 정말 특별하다!’라는 제하의 글에서 그 특별한 증거로 이 핵 인자(long interspersed nuclear elements, LINEs)를 지목한 것이다. 물론 인간은 생명계에서 특별한 존재이다. 생물학적으로도 특별하고 지적으로도 가장 뛰어난 존재이다. 이 교수는 문어에서도 나타나는 수렴진화를 어떻게 또 설명할까 궁금하다. 이러한 성격의 설명은 뭐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성공한 것은 신의 뜻이고 당신이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신의 뜻이 숨어있다고 하면 되기 때문이다. 신앙의 정신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이런 접근은 학자로서의 태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