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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에 의해 자신의 생각이 조정되는 호모‘박테리우스'

어떤 곰팡이는 파리의 몸속에 들어가서 파리의 행동을 조정한다. 이 곰팡이는 암컷 집파리 몸 안으로 들어가 온몸으로 퍼져 산다. 곰팡이는 집파리의 신경계까지 조정하여 집파리가 나무 등의 높은 곳으로 몰아넣어 죽게 만든다. 암컷집파리가 죽은 뒤에는 수컷을 유혹하는 물질을 분비시켜 짝짓기를 유도한다. 수컷 파리가 죽은 암컷과 짝짓기를 하게 되면 곰팡이가 수컷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이 화학 물질은 수컷 집파리를 현혹시키는 페로몬 역할을 한다. 파리는 영문도 모르고 짝짓기를 하고 죽어간다. 하긴 인간도 영문도 모르고 호르몬에 휘둘리어 성에 집착한다. ‘미’ 생물에 조정당하는 건 파리뿐만 아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396-022-01284-x


‘오늘은 왠지 얼큰한 찌개가 먹고 싶은데!’ ‘오늘은 냉면이 이상하게 땅기네!’ 누구나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왜 그런지는 자신도 잘 모른다. 그냥 몸에서 필요하여 요구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뱃속에 사는 장내미생물이 우리를 조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생각 못한다. 인간의 위와 장 속에 사는 미생물이 그들의 생존에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위하여 우리의 식욕을 조정하고 있다. 이들은 신호전달 물질을 분비해서 특정 음식을 선호하도록 만드는 인간에게 자극을 준다. 또는 인간이 먹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기분이 나빠지거나 좋아지게끔 하는 물질을 분비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에 다라 장내미생물이 바뀐다는 점이다. 해조류를 많이 먹으면 해조류를 먹는 미생물이 장에서 살게 된다. 그러면 해조류를 더 많이 먹게 되어 건강해진다. 지방을 많이 먹으면 지방을 좋아하는 미생물이 살게 되고 더 많은 지방을 먹어 살이 더 찌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인간의 장 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미생물이 산다. 인간의 세포는 100조 개이고 장내미생물이 1000조 개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 약 40조 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호모사피엔스라기보다도 호모 ‘박테리우스’이다. 인간은 자연계의 생물들과만 공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몸 안에서도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산다.


장내미생물은 인간의 육체적 질병뿐만 아니라 정신활동에도 영향을 준다. 장내에 사는 미생물의 생태계가 불균형이 일어나면 자가 면역 질환과 당뇨병, 암, 심혈관 질환,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같은 육체적인 병에 걸린다. 뿐만 아니라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질병도 초래한다. 심지어는 장내미생물이 우리 뇌를 조정하여 우리의 정신마저 좌우한다. 장내미생물이 우리 인간과 공생관계인지 우리 인간을 구성하는 것인지 모호하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미토콘드리아는 아주 오래 전에 우리 몸에 들어와 우리 몸과 합체하여 우리와 하나가 되었다. 언젠가는 일부 장내미생물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하나의 단위일 수 있다. 또한 장내 미생물은 인간이 느끼는 통증에도 영향을 준다.


장내미생물이 인간이 느끼는 우울증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장내에 사는 어떤 장내미생물이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내면서 우울증을 막아준다. 신경전달물질이 적으면 우울증이 심해진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느끼는 우울증 같은 정신활동도 미생물에 의하여 조정 당한다. ‘마음’이 우울한 것이 아니라 장미생물이 우리를 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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