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남자가 여자보다 수명이 짧은 이유: 유전적 요인

남자가 여자보다 수명이 짧은 이유: 유전적 요인


남녀의 수명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 원인 중의 하나가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자가 나 홀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흡연과 음주를 많이 하고 각종 사고로 인한 사망률도 높았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의 기대수명은 80대이다. 기대수명 중 남녀의 차이가 가장 큰 곳은 제주도이다. 7.5년 차이가 난다. 남자는 제주도에 가면 안 되고 여자는 제주도에서 살아야 할까. 그래서 졸혼을 하고 따로 사는 부부가 늘어나나보다.


여자는 남자보다 오래 산다. 2019년생 기준 남성의 기대수명은 80.3세, 여성의 기대수명은 86.3세로, 약 6년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동물도 암컷이 수컷보다 오래 산다. 사육 동물에서 암컷의 수명이 수컷보다 길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다. 야생 동물에서도 처음 확인됐다. 101종의 포유류를 조사한 결과 60%가 암컷이 수컷보다 수명이 길다. 포유류 101종 134집단을 조사한 결과 암컷은 수컷보다 수명이 18.6% 길었다. 이는 인간의 남녀 수명차이 7~8%보다 큰 수치이다. 백세인 남녀비의 세계적 평균은 1:7~8 정도, 선진국의 경우는 1:4~5 정도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백세인 남녀비가 1:8 정도로 개선됐다(2019). 여전히 100세 이상, 105세 이상 등 초 장수 연령으로 올라가면 여성 비율이 높다. 


역사적으로 남녀 간 수명 차이는 여성이 일방적으로 우세하지는 않았다. 20세기 들어 수명이 길어지면서 여성 수명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난 것이다. 과거에는 여자가 아주 힘든 삶을 살았던 것이 원인일 수 있다. 21세기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남녀 평균수명 격차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2015년에 전 세계에서 태어난 아이의 평균 기대수명은 71.4세이다. 남자아이는 69.1세, 여자아이는 73.8세로 4.7년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는 1985년에는 8.6세, 2015년에는 남자 78.8세, 여자 85.5세로 6.7년 난다.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7년 정도의 격차를 유지하다 최근 들어 6년 정도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2017년 기준 82.7년이다. OECD 평균인 80.7년보다 2년 길다.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2017년 기준 남자는 79.7년 여자는 85.7년이다(2017). 2020년 남자는 80.5세 여자는 86.5세로 6세 차이로 줄었다.


가부장제가 강한 사회에서 남자는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홀로 경제활동에 나서야 했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흡연과 음주 비율이 높고, 교통사고도 많았다. 또한 남자는 도전적이고 모험적이어서 위험을 감수하고 충동적인 편이다. 이는 남성호르몬과도 연관성이 있다. 사회적 요인도 있다. 남자다움이라는 고정관념도 한 몫 한다. 여자는 출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임기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호르몬의 보호를 받는다고 추정된다. 전 세계의 남녀 기대수명 차이는 줄어들고 있다. 여자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남성도 여성만큼이나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여성도 남성만큼이나 경제적 부담을 짊어진다. 우리나라는 남녀 모두 경제활동을 하는 만큼 앞으로 20~30년 후에는 남녀 간 수명에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OECD 국가들의 남녀 간 기대수명 격차 자료는 감소 추세로 접어들었는데, 몇몇 개발도상국들의 격차는 여전하다.


남자가 여자보다 수명이 짧은 것은 사회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까지를 보면 환경적 요인이 상당히 강한 것으로 보인다. 남녀 간에 수명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난제이다. 많은 과학자가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가 수명 격차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다. 


우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보다 생체 보호 기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테스토스테론과 코르티솔은 면역시스템을 억제한다. 이것이 많은 생물종에서 수컷이 암컷보다 질병에 더 시달리고 사망률이 높은 이유이다. 에스트로겐은 항염증, 항산화 기능과 면역증진 기능을 갖고 있다. 남성은 내장비만이 많고, 여자는 피하 지방이 많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때문이다. 내장비만은 피하비만보다 건강에 안 좋다. 여자의 월경이 체내 철분을 감소시킴으로써 철분에 의한 유해산소 발생을 억제해 장수에 도움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세포 내에서 호흡, 에너지 생성, 대사, 유전자 제어, 세포 사멸 등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미토콘드리아는 모계로 유전한다. 미토콘드리아도 여성 수명 우세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여성은 뇌의 좌반구와 우반구 사이 소통을 담당하는 신경망인 뇌량 크기가 남성보다 10% 정도 더 크다. 그 덕에 여성은 양쪽 뇌를 원활하게 사용해 환경 적응력이 높고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며, 뇌가 손상됐을 때 복원도 상대적으로 잘된다는 가설이 제안되고 있다. 


여성의 경우 X염색체가 쌍으로 있다. 따라서 DNA 손상 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유전자 이론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성은 X염색체가 두 개 있어서 둘 중 수명 연장에 유리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반면에 남자는 X염색체가 하나뿐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남자가 수명이 짧고 암 발생률도 높은 것은 남성에게만 있는 성염색체인 Y염색체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70~80대 노인 1153명에게서 채취한 DNA를 분석한 결과 세포에 Y염색체 소실이 심하면 암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는 나이가 들면서 Y염색체도 잃기 시작한다. 이를 Y염색체 모자이크 손실이라고 부른다. Y염색체 손실은 1960년대 처음 발견되었다. 세포가 복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서로 다른 유전형이 몸에 섞이게 되는 것을 모자이크 현상(mosaicism)이라고 부른다. 이런 현상은 나이가 들수록 많아지고 Y염색체가 더 이상 복제되지 않는 현상까지 벌어진다. Y염색체는 X염색체의 10분의 1도 안 되는 71개의 유전자만 갖고 있다. 유전자 자체가 작기 때문에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모자이크 현상이 축적되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사라져버린다. 


Y염색체가 남자의 수명을 감소시키는 직접적인 증거가 나왔다.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보면 남자가 여자보다 수명이 짧은 이유는 Y염색체에 있다. 사람의 경우도 비슷하다. 영국인 남자 1만5000명 이상을 분석한 결과 백혈구의 40%에서 Y염색체 상실이 발생한 남성은 Y염색체가 더 풍부한 남성보다 순환계 질환으로 7년 내 사망할 확률이 31%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보다 생물학적으로도 더 빨리 늙는 셈이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n3100


매거진의 이전글 적게 자고 가장 많이 일하는 한국인의 삶을 진화로 보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