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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부부싸움 하는 이유 친구가 사이가 좋은 이유


겨드랑이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 즉 액취는 특정한 유전자(ABCC11)의 변이형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이 유전자는 냄새 분자를 세포 밖으로 운반한다. G형은 강하고 A형은 미미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몸에서 나는 체취가 가장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사람은 100% A형으로 밝혀졌다. 반면 아프리카인은 거의 100% G형이었다. 원래 인류의 G형이지만 동북아시아로 이전한 후 추운 겨울 날씨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A형 변이를 가진 사람이 선택된 결과로 보인다. 냄새는 단순히 코에 맞는 것이 아니라 인간행동에도 영향을 준다. 포유류는 눈과 귀뿐 아니라 코로도 의사소통을 하고, 체취로 동료를 파악한다. 사람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자기도 모르게 상대의 체취의 영향을 받는다. 


친한 사람들은 같은 비디오를 볼 때 뇌가 거의 같은 방식으로 반응한다.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뇌 반응이 가장 비슷했으며, 그다음으로 일반적인 친구, 친구의 친구 순서로 나타났다. 이러한 반응은 인종이나 나이, 성별, 국적과 상관없이 유사하다. 물론 친구로 지내면서 경험을 공유하다 보니 뇌가 비슷해지는지는 알 수 없다. 친한 사람들은 관심사에 대해 유사하게 반응한다. 신경반응 패턴이 유사한 사람이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뇌의 구조와 기능 또는 신경반응 패턴이 한 사람의 성격과 행동양식을 결정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렇게 비슷한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다.


친한 사람들 중에서도 특별히 사이가 좋은 경우에 “우리는 ‘케미’가 맞는다.”라는 말을 한다. 서로 생각이 비슷하고 느낌이 좋고 성향이 비슷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물론 그럴 것이다. 그러나 ‘생물학적’ 배경도 있다. 비슷한 체취를 가진 사람끼리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체취가 비슷할수록 서로 좋아하고 이해하는 폭도 깊어질 수 있다. 서로의 체취를 통해 친구가 될지도 예측이 가능하다. 호감을 가져 친구가 될지도 거의 70%정도 확률로 예측이 가능하다. 유유상종이라는 속담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사람의 체취도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행태와 관련이 있으면 체취가 비슷한 사람끼리 끌린다는 것이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bn0154


남녀 간에는 체취가 좀 다르게 반응한다. 남자와 여자는 눈물에 포함된 체취에도 반응한다. 예를 들어 슬픈 영화를 보던 여성이 흘린 눈물을 묻힌 천을 남성의 코에 댄 뒤 여성에 대한 매력도를 평가하게 하면 점수가 낮아진다. 여성의 눈물 냄새를 맡고 난 뒤 남성호르몬 수치는 평균 13% 줄어들었다. 체취는 배우자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체취관련 유전자는 선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배우자 사이의 이 유전자 차이는 임의로 고른 남녀의 차이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체취가 비슷하면 꺼리게 된다는 얘기인데, 유전적 결함이 있는 자손이 나올 확률이 높은 근친교배를 피하려고 진화한 전략으로 보인다. 너무나도 다른 사람끼리 결혼했으니 부부싸움을 필연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다만 자녀가 유전적으로 우성을 선택할 확률을 높인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님을 우리는 잘 안다. 진화와 유전자는 매우 우연적이며 완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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