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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노화 말기입니다.


과학자들은 노화를 초래하는 생물학적 과정을 여전히 밝혀내지 못했다. 즉 노화가 피할 수 있는 ‘질병’인지 아니면 죽음을 초래하는 피할 수 없는 것인지 말이다.


노화를 진화의 특성으로 간주하는 이론도 있다. 즉, 노화는 우리의 유전자 속에 이미 각인되어 있어서, 미리 설정된 프로그램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언뜻 생각해보면 노화는 다윈의 진화론에 역행하는 것 같다. 그러나 생명체가 노화 방지보다는 번식에 주력한 결과일 수도 있다. 주변 환경에 위험요소가 많으면, 자신의 몸을 수리하는 것보다 자손을 낳는데 주력하는 것이 더 이롭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살면 여기저기 물리적 훼손도 일어나고 생리적인 구조와 기능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유전자가 지속되려면 자신을 죽이고 후손에게 유전자를 넘기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미이다. 물론 훼손이 쌓이다보니 생물학적 기능이 중단되는 것이 죽음이다.


노화를 설명하는 이론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노화를 생명체의 특성으로 간주하는 이론과, 잘못된 결함으로 간주하는 이론이 그것이다. 활성산소(free-radical) 이론에 의하면 생명이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활성산소가 세포에 심각한 화학적 손상을 입히고, 이 같은 손상이 세포에 누적되면서 나타는 결과가 바로 노화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의 몸이 안으로부터 녹슬어 가는 셈이다. 활성산소는 동식물의 체내 세포들의 대사과정에서 생성되는 산소화합물로 노화와 관계가 있다. 활성산소란 우리가 호흡한 산소가 에너지를 만들고 물로 환원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수천 배 산화력이 높은 산소찌꺼기로, 몸속에서 발생되지만 스트레스, 자외선, 세균침투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활성산소는 적당량이 있으면 세균이나 이물질로부터 몸을 지키지만 너무 많이 발생하면 정상세포까지 무차별 공격, 각종 질병과 노화의 주범이 된다. 현대병의 90% 이상이 활성산소가 원인이며, 노화의 원인설로 가장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 또한 활성산소이론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활성산소가 인체에 이로운 역할도 한다는 것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활성산소 억제=수명 연장이라는 이론에 반발하는 학자들도 다수 나오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생물학적 특성인가? 아니면 잘못된 결함으로 나타나는 결과인가? 아직은 결론 내리기 쉽지 않다.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어떤 신체 증상이 가역적(可逆的)으로 진행되면 질병이며 불가역적으로 진행되면 질병이 아니다. 노화는 젊음으로 회복되지 않으므로 질병이 아니다. 누구나 죽기 때문이다. 이것이 의학계의 주류 의견이었다. 피할 수 없는 생물학적 특성이라면 ‘9988234’를 목표로 하여야 한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만에 죽는다(‘4’)는 뜻이다.


노화도 질병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미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노화를 11번째 국제질병분류에 포함시켰다. 

https://www.cdc.gov/nchs/icd/icd10.htm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서는 노년내과가 정식 진료과목으로 개설되고 있고 이를 전공한 의사들이 환자를 본다. 노화를 질병으로 치료한다는 의미이다.


노화가 신체적 질병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이 부질없는 것이 노화는 아직은 피할 수 없다.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노화 분야의 과학자들은 “영원히 사는 생명체와 노화를 관장하는 유전자를 더욱 면밀히 분석하면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신중하게 펼치고 있다. 


일부 암은 ‘반드시’ 죽어야 하는 비가역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의학이 발전하면서 생존율과 생존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그리고 암이 완전히 정복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xx암 말기입니다.’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을 때 1년 살던 것이 10년, 20년 더 나아가 다 낳을 수 있게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당신은 노화 말기입니다.’라는 판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언젠가는 노화 말기라는 말도 없어질지 모른다. 죽음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사실 그것은 끔찍한 일이다. 지구상에 태어난 인간이 끊임없이 누적된다면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누군가는 죽어야 하는가? 아니면 누군가 살기 위하여 죽여야 하는가? 영생이라는 말은 생물학적으로 최악의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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