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2022년 10월 5일 업데이트 한 것입니다.
산책을 하다보면 엄마가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는 모습을 종종 본다. 아기는 엄마와 얘기 하면서 웃기도 하고 주변의 풀이나 꽃도 보면서 좋아한다. 그런데 가끔 엄마가 유모차에 핸드폰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설치하고 아기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산책하는 것을 본다. 안타까운 마음에 뭐라고 얘기해주고 싶지만 지나치고 만다.
20세기에 걸쳐 인간의 지능은 점차 높아졌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10년간 1.5포인트씩 감소했다. 서유럽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지능지수가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10년마다 3점씩 올라간 후 1990년대 후반부터는 0.38%씩 떨어졌다. 여러 원인이 제기되지만, 휴대전화와 인터넷의 과다 사용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로 인한 수면부족으로 인지 능력이 떨어졌다는 연구도 나왔다.
20세기에 전 세계적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고 아이들은 교육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인간의 지능지수 또는 지적 능력이 좋아진 것은 학습능력에서 중요한 수리능력이나 어휘능력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 덜어 두뇌를 훈련시킬 수 있다는 컴퓨터 두뇌 게임이 유행한 적이 있지만, 연구 결과 지능을 좋아지게 하지 못했다. 게임 실력만 늘고 지능 변화는 없었다.
2008년 일본의 게임 업체 닌텐도가 개발한 두뇌 개발 게임기 닌텐도DS는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나 팔렸다.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하면서 노인들도 구매해 대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게임기로 단기기억을 향상시키거나 게임 반응시간을 단축시킬 수는 있지만, 인지 능력을 향상시킬 수는 없다는 결론 내렸다. 컴퓨터로 두뇌훈련을 하면 지능지수가 좋아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실험 참가자수가 적어 신뢰도가 낮은 연구 결과였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디지털기기에 중독되어 있는 것은 ‘자발적인’ 집중이 아니라 ‘비자발적’이거나 ‘수동적인’ 주의 집중이다. 텔레비전도 마찬가지이다. 화면을 응시하는 시간을 의미하는 스크린 타임(screen time)은 스마트폰, 컴퓨터, 텔레비전 같은 전자기기의 화면을 응시하는 시간을 말한다. 스크린 타임은 뇌를 자극하는데 약하고 비판적 사고와 추론과 관련된 대뇌 피질을 발달하지 못하게 한다. 스스로 책을 눈으로 읽는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부른다. 스마트폰은 아마도 ‘마약 상자’라고 부를 수도 있다.
스마트 기기에 빠져 있을 때 못 하게 하거나 억지로 중단시키면 아이들이 통제력을 잃기도 한다. 그것은 밥을 먹고 있는 개에게서 갑자기 밥그릇을 빼앗았을 때 으르렁거리고 덤벼드는 것과 유사하다고 한다. ‘바보상자’에 빠진 사람은 여전히 인간이지만 ‘마약상자’에 빠진 사람은 마약 중독자이다.
특히 아기 때에는 전자기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30개월 미만의 아이가 태블릿 PC 혹은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에 노출되면 수학과 과학 학습능력이 떨어진다. 심지어는 어휘와 독서능력을 향상시키는 전자책이나 독서 교육 프로그램이라도 만 2.5세 이하의 아이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래서 미국 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AAP)의 두 살까지는 스크린 타임이 없어야 하면 두 살에서 다섯 살 사이의 아이에게는 하루에 1시간미만의 스크린 타임을 권장한다.
2022년 과학자들의 연구는 그것을 확연하게 보여준다. 미국 어린이 수백 명을 연구한 결과 하루에 1시간 미만인 스크린 타임을 갖는 어린이는 기억력이 좋고, 충동 조절과 실행 능력이 뛰어났다. 하루에 적어도 15분 동안 뛰어논 아닌 기억력이 아주 좋았다. 밖에서 뛰놀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뇌에 혈액이 많이 흘러들어가 혈관이 증가하고 신경 세포 연결이 강화되어 두뇌가 발달한다. 아이들이 자랄 때 스크린 타임이 적을수록 두뇌가 잘 발달한다. 유아기는 두뇌 성장이 활발한 시기이므로 음식을 포함하여 야외활동과 운동을 많이 시키고 스크린 타임을 줄이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또는 손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시간만 나면 야외로 놀러가고, 같이 운동하고, 여행을 다녀야 한다. 여기서 명심할 것은 당장 구구단을 외워 곱셈을 잘한다고 아이 두뇌가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행복하게 뛰놀면서 잘 자란 아이는 두뇌도 발달하고 자기조절능력도 탁월해져서 중장기적으로 훨씬 뭐든 잘한다는 것이다.
https://www.jpeds.com/article/S0022-3476(22)00761-2/fulltext
산책을 하다가 엄마가 유모차에 핸드폰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설치하고 아기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산책하는 것을 보면 뭐라도 얘기해주어야겠다. 아니면 내가 쓴 책을 들고 다니면서 한 권식 증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