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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신 ‘암’은 ‘운칠기삼’


암은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환경적 요인과도 관련이 있다. 흡연은 대표적인 발암 요인이다. 알코올은 위암이나 식도암, 유방암과 관련된다. 짠 음식은 위암을 일으킨다. 자외선은 피부암을 일으킨다. 라듐, 엑스선, 플루토늄, 비소, 카드뮴, 감마선, 염화비닐, 석면, 미세 먼지, B형 간염 등 발암의 환경요인은 많다.


암은 척추동물이라면 다 발생하지만, 문명이 시작된 후 폭증하였다. 인류에게 암이 많은 이유는 생활환경이 많이 변했지만 적응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암의 원인이 되는 요인은 거의 모두 최근에 인류가 접하게 된 것이다. 사실 암 발생 원인 중 결정적인 것은 나이이다. 나이가 증가한다는 것은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의미이다. 암도 함께 증가하는 것을 보면 죽음이나 암이나 원인은 시간 즉 나이이다. 수명의 증가는 암의 결정적인 증가의 원인이다.


그렇다면 암은 재수인가 환경요인인가? 즉 선천적으로 걸리는 것인가? 아니면 후천적으로 걸리는가?


2015년 존스홉킨스 대학이 발표한 ‘불운 가설’은 암 위험의 3분의 2가량이 줄기세포가 분화할 때 무작위로 생기는 DNA 복제 오류, 즉 돌연변이에 따라 생긴다고 결론 내렸다. 암 발생원인의 하나는 ‘운’이다. 우연(chance)에 의해 암이 발병한다는 것이다. 별다른 유전적 요인이 없고 환경적인 요인이 없어도 불운에 의한 암 위험이 전체 암 위험의 3분의 2나 차지한다는 연구결과이다. 줄기세포의 세포분열이 잦은 곳일수록 암 위험이 높다. 일생 동안의 암 위험도는 정상 줄기세포들의 세포분열 총 횟수와 강한 상관관계(0.81)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생물학의 기본 메커니즘으로 볼 때 이미 알려진 것이다. 인간의 몸에는 조직부위별로 낡은 세포를 대신해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는 줄기세포가 있다. 줄기세포가 평생 동안 세포분열을 거듭할 때 DNA 복제 과정에선 우연히 무작위로 오류가 발생하고, 이것이 누적되면 돌연변이 암세포가 생긴다. 이를 분석한 결과 우연과 불운에 의한 암 위험이 환경이나 유전 요인보다 훨씬 더 큰 3분의 2나 된다. 암 위험 중 3분의 1만이 환경 요인이나 유전 기질에 의한 것임을 보여준다. 달리 말하면, 줄기세포의 평생 세포분열 횟수가 많은 부위일수록 암 위험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조사대상인 31종 가운데 22종의 암은 무작위 돌연변이의 요인과 암 위험 간의 상관관계가 대체로 잘 들어맞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흡연자 폐암을 비롯해 나머지 9종은 상관관계가 낮게 나타나 무작위 돌연변이의 ‘불운’에 더해 환경이나 유전적 요인의 영향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줄기세포 세포분열 횟수로 예측한 것보다 더 높은 위험도를 보인 암은 흡연과 연계된 폐암이나 일광노출과 연계된 피부암, 유전적 증상과 관련된 암이다. 환경과 유전 요인의 영향도 큰 9종의 암은 기저세포 암, HPV-16 두경부 암, 갑상선 여포 암, 흡연 폐암, HCV 간세포 암, 대장 암 3종류이다. 이 연구결과에 대하여 반론도 있으며, 과학연구의 다른 사례와 같이 이와 관련한 연구와 해석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세포 분열이 일어나면 DNA가 복제되는데 복제는 오류가 발생한다. 염기 하나가 잘못 복제될 가능성은 대략 1.8~2.5에 10의 마이너스 8승을 곱한 수준이다.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누적되면 문제가 생긴다. 오류를 찾아 수정하는 기전이 진화했지만 완벽하지 않다. 완벽한 오류 검증은 그 대가가 크다. 돌연변이가 환경 변화에 유용한 적응을 유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적당한 수준에서 진화적인 타협이 일어났다. 타협의 결과 일부 개체는 암을 앓는 것이다. 세포는 복제를 많이 하면 암이 생기고, 복제를 적게 하면 일찍 늙고 일찍 죽는다. 타협을 해야 한다. 연구에 의하면 특정 조직의 줄기세포가 평생 분열하는 횟수는 암 발생률과 비례한다. 상관계수는 0.8을 넘는다. 60%가 넘는 암이 확률적인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아무리 건강식을 많이 먹고, 깨끗한 곳에 살아도 소용없다.


2019년 암은 대부분 흡연, 음주, 자외선 노출, 공기오염 등 외부 요인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흔히 걸리는 암의 70~90%가 개인의 생활습관 등 외부 요인 때문에 발생한다는 연구이다. 암이 대부분 ‘불운’ 때문에 생긴다는 선행 연구결과를 뒤집는 것이다. 몇몇 암은 유전적 돌연변이가 일으키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예방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아직 암을 유발하는 외부 위험요인이 전부 밝혀지지 않았다. 금연, 금주, 적정 체중 유지, 건강한 식단 등의 습관은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확률은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쓰는 파마 약을 쓰지 않아도 일부 암 발생을 낮출 수 있다. 스트레이트파마 약을 자주 쓴(1년에 4회 이상)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자궁암에 걸릴 위험이 2.5배 더 높다. 머리 스트레이트파마 약을 쓰지 않은 여성의 1.64%가 70세까지 자궁암에 걸릴 것으로 추정된 반면, 머리 스트레이트파마 약을 자주 쓰는 여성 가운데 최대 4.05%가 자궁암에 걸릴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ttps://academic.oup.com/jnci/advance-article/doi/10.1093/jnci/djac165/6759686?rss=1


영구 머리 염색약과 스트레이트파마 약을 쓰면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릴 위험을 높일 수 있다.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ijc.32738


여전히 암 위험의 많은 부분은 환경과 유전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으며 그런 요인과 암 위험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기존의 많은 연구들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기에, 건강관리와 암 예방 노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조기검진의 중요성은 훨씬 더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불운에 의해 암에 걸릴 수 있으므로 암을 조기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2년에는 좀 더 희망적이고 간단한 암 예방 방법이 제시되었다. 고용량 비타민 D와 오메가-3의 섭취, 집에서의 간단한 근력운동만 해도 70세 이상 건강한 성인의 암 위험이 61%까지 감소한다. 3년간 2천여 명을 대상으로 관찰실험을 한 결과이다. 비타민 D는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한다. 오메가-3는 정상 세포의 암 세포로의 전환을 억제할 수 있고, 운동은 면역 기능을 향상시키고 염증을 감소시켜 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암은 운명의 신인 ‘운칠기삼’의 장난인가? 암은 창조된 것인가 진화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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